난항을 거듭해 온 ‘신라대종테마파크 조성 사업’ 추진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주시가 그동안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혀왔던 구 시청 부지에 종각 등을 설치하는 안을 재차 상정했지만 지난 13일 열린 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 안건 심의에서 보류된 것. 이로 인해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오던 이번 사업은 논란 끝에 신라대종 제작과 종각 건립 등에 필요한 예산을 모두 확보해놓고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를 남기게 됐다.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는 이날 제207회 임시회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주시가 상정한 ‘2015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신라대종 종각 건립 및 편의시설 설치사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신라대종 종각 건립 장소 부지 선정을 위해 집행부와 시의회가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수년간 지속돼 온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월 경주시와 시의회가 협의체까지 구성해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 보류 결정으로 시는 다시 한 번 타격을 입게 됐다. 시가 이번에 제출한 종각 건립 관련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종각 건립 및 편의시설 설치 사업 장소로 구 시청부지인 노동동 12, 12-1 번지 일원에 196㎡ 규모의 종각과 298㎡ 부지에 편의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종인 성덕대왕 신종을 모델로 하는 신라대종을 제작 후 종각 건립 및 편의시설을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타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또 이 부지에 신라대종테마파크를 조성하면 관광객 및 시민 등의 유입으로 도심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시가 제출한 변경(안)은 이제껏 시의회에 제시해왔던 사업 계획과 별반 차이가 없어 집행부의 노력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문화행정위원회는 지난 8일 간담회와 13일 상임위원회 심의에서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김성수 의원은 “구 시청부지에 종각을 건립해 타종하면 도심에 소음 문제로 신라대종의 활용이 상당히 반감되고, 문화재 관계자들의 반대도 상당한데도 강행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조품이라도 이 지역에 신라대종을 설치하면 상업지역인 도심이 향후 문화재지역으로 변경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철우 의원은 “상가와 주택이 있는 곳에서 소음으로 인한 민원발생이 뻔한데도 집행부가 구 시청부지를 밀어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타종을 목적으로 신라대종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인데 제한된 시간에만 타종하려면 예산을 들여 이를 조성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주시의 사업 추진 과정과 절차 등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병길 의원은 “막연하게 일부 단체의 의견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수년째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민원 발생에 대해 중심상가 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상인단체, 그리고 주변 주민 등 다수를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해 결과를 의회에 제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귀룡 의원도 “종의 명칭과 종각 건립 장소에 대해 의회에서 끊임없이 객관적 절차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같은 지적을 반복하고 있는데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의원 의견을 묵살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또 “시의회 의결을 득해야 하는 사항이면 의원들이 공감하고 이해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집행부의 본분인데도 반복해서 똑 같은 자료를 올리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오락가락 사업계획 논란 빌미 제공 신라대종 테마파크는 시가 명칭 선정과 장소 선정 등에 혼선을 거듭하면서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경주시가 지난 2011년 2월 이 사업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당시는 성덕대왕 테마공원으로 명칭했다. 2013년 초에는 통일신라대종으로, 같은 해 연말엔 에밀레종 테마파크 공원으로 변경했다가 2014년에는 현재의 신라대종 테마파크로 재차 명칭을 변경했다. 종각 건립 장소 또한 오락가락했다. 최초 노동고분군에 조성하겠다는 계획에서 구 시청부지로 변경을 거듭했다. 이처럼 경주시의 면밀하지 못한 사업 추진으로 인해 시의회의 반대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시의회의 반대 속에서도 사업비는 모두 확보했다. 지난 6대 시의회 당시 예산 삭감 등 진통을 겪었던 신라대종테마파크 조성사업은 2013년 말 시의회가 종 제작과 관련한 예산만 통과시켰다. 7대 시의회 들어서도 반대가 여전한 가운데 지난 5월 4일 제203회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통해 종각건립 등에 대한 예산이 가결돼 사업비는 모두 확보했다. 그러나 종각 건립 장소를 두고는 계속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이처럼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보류 결정으로 현재 제작 중인 종을 달 종각 부지를 찾지 못해 수년째 사업은 미궁 속을 헤매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법장사 인근 부지, 쪽샘지구 등지에 종각 설립을 검토했지만 문화재 현상변경지역으로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당초 이 사업은 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사업이었고, 구 시청부지가 문화재현상변경 신청 없이 가능해 가장 적절한 곳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소음 문제는 일정시간을 지정해 타종하는 등 운영계획을 수립해 민원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종각 건립 장소 선정 해법은 없나? 종각 건립 장소를 두고 수년째 경주시와 시의회가 좀처럼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경주시의회 207회 임시회 문화행정위원회는 시가 제출한 변경(안)을 보류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시의회는 적절하고 효용성 있는 신라대종 종각 건립 장소 부지 선정을 위해 함께 더 고민해보자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구 시청 부지를 비롯해 동궁과 월지 부근, 국립경주박물관 내 에밀레종 인근, 금장대 주변 등 주요 후보지에 대해 함께 검토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번 임시회에서 의원들은 구 시청부지 종각 건립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병길 의원은 “상인단체와 주민 등 다수를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해 결과를 의회에 제출해야 된다”고 밝혔고, 박귀룡 의원도 “(구 시청부지 종각 건립에)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그동안 경주시가 의원들이 지적하고 요구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시의회가 경주시에 구 시청부지 종각 건립에 대해 반대 의견을 쏟아내면서도 구체적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한 셈이 된다. 지난 5월 종각 건립 등에 관한 예산을 확보한 경주시가 연말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면 지특회계로 확보한 국·도비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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