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우리말인 듯 싶지만 사실은 영어의 ‘tobacco’와 발음이 비슷한 것처럼 우리 순수고유어와는 거리가 먼 외래어이다. 영어의 ‘tobacco’가 일본에서 ‘다바코’라고 불렸고 우리나라로 오면서 ‘담바구’가 되면서 오늘날 담배로 불려지게 되었다.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서 전해지게 된 걸까? 어휘에서 보듯 유럽에서 사용되다가 임진왜란때 일본에 의해 한반도로 전해지게 되었다. 그러니 옛날옛적을 의미하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표현도 임진왜란이 1592년에 일어났으니 기껏 400년정도밖에 되지 않은 말이긴 하다.
세계적으로 담배의 시작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서였다. 그네들의 기호품을 콜럼버스를 비롯한 초기 개척자들이 유럽에 전해주었고, 아랍세계를 거쳐 일본을 통해 한반도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1492년이고 임진왜란은 1592년이니 아메리카에 있는 담배가 한반도까지 전래되는 시간이 딱 100년인 셈이다.
초기의 담배는 지금처럼 그리 부정적이지도 않았다. 대표적인 실학자인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가래가 목에 걸려 떨어지지 않을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가 불편할 때, 한겨울에 찬 기운을 막는 데는 담배가 좋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시 사람들에게 담배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다.
실제 1950년대까지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담배는 온 몸에 좋은 그런 약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 60년, 70년대만 해도 아버지들은 안방에서 담배를 피웠다.
10명씩 되는 식구들이 단칸방에 게다가 갓난아기가 있어도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풍경은 어느집이나 비슷했다. 언제부터 담배가 건강의 해악으로 인식되어 진걸까? 기껏해야 1980년대에 들어와서다. 실제로 흡연의 폐해에 관한 논문이 쏟아진 것이 80년대니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금연교육을 언제부터 받은걸까? 그건 광복이 되기 전부터 있었을거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어서 안되는 이유는 과연 뭘까? 오늘날 청소년들의 금연교육은 오로지 건강에 좋지 않으니 금연해야한다는 게 초점이다. 그런데,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1980년에 들어와서였는데, 그러면 그전에는 청소년의 금연교육은 어떻게 이뤄진 걸까?
사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금연해야하는 보다 더 큰 이유는, 건강보다는 예의범절과 더 큰 관련성이 있다. 담배를 피우면 몸에 좋지 않아서 금연을 권한다면, 왜 비만이라고, 혹은 편식을 하니까 이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는걸까?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종종 들리지만, 흡연을 만병의 원인이라고까지 표현하지는 않을 정도로 비만은 흡연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담배가 조선시대에 처음 전해졌을때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저마다 피워대서 왕 앞에 신하들도 똑같았다고 하는데, 이를 싫어한 광해군이 본인 앞에서는 아무도 담배를 피지 못하게 했고 이는 전국에 빠르게 전해졌다. 군사부일체의 정신이었던 조선에는 부모앞에서나 스승앞에서 금연은 곧 상식적인 예의가 되었다.
그러니 한참 공부에 몰두해야할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은 주변 선생님들이나 어른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졌고, 이에 청소년들의 금연규정이 강화된 것도 자연스럽다. 사실상 청소년들에게 금연시키는 더 큰 이유는 건강보다는 건방져보인다는 이유가 더 컸다.
담배는 사실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높은 직급에서, 스스로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경향이 상당히 짙었다. 느긋하게 앉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한모금 한모금씩 담배를 들이켜 연기를 뱉어내는 광경은 종가집의 대감어른에게나 어울리지, 다 쓰러져가는 초갓집에서 살아가는 종놈들이 연출해낼수 있는 장면과는 거리가 머니 말이다.
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