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재추진하는 복합스포츠단지 조성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어 향후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타당성조사 용역기관의 첫 보고가 최양식 시장으로부터 질책을 받는가 하면, 예산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시의원과의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주시는 지난 1일 복합스포츠단지 타당성조사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회는 최양식 시장을 비롯해 관계 공무원, 이동은·한순희 시의원, 이진락 도의원, 경주시체육회, 경주시새마을회, 이통장연합회 등 각급 사회단체 임원 등이 참석했다. 용역기관인 (사)한국기업평가원은 보고회에서 2022년까지 관람석 2만5000석 규모의 종합경기장과 2000석 규모의 보조경기장, 1500석 규모의 공인규격 수영장 등을 조성하는 계획 등을 발표했다. 평가원은 또 후보지로 경주예술의전당 북편, 서경주역 일원, 화랑중 북편, 천북면 희망농원, 경주생활체육공원 북편 등 7개 후보지를 제시했다. 이어 연구원 및 전문가 등이 제시하는 3곳 정도를 추가해 총 10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비교 분석한 다음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원은 오는 11월말 중간보고회를 거쳐 내년 1월 중순쯤 최종보고회를 가질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한국기업평가원이 이날 보고한 내용에 대해 참석한 위원들은 경주의 현황과 실정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부실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시장은 평가원의 보고 내용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최 시장은 “평가원이 중대한 실수를 했다. 착수보고회는 후보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처음부터 10개 후보지 중 최종 예정지를 선정하겠다는 것은 접근방식이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최 시장은 “10개의 후보지에 얽매이지 말고 원점에서 검토하되, 복합스포츠단지 조성의 타당성과 경주시 발전축과 연계한 논증에 주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시장은 “적자 등을 거론하면 이 사업은 한걸음도 앞으로 못나간다”면서 “경북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고, 예산은 인구가 배가 넘는 포항과 비슷한데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고 복합스포츠단지 추진의지를 밝혔다. -스포츠단지 조성 두고 시의회와 갈등 고조되나? 이날 보고회에서 예산문제 등을 지적한 뒤 자리를 떠난 경주시의회 한순희 의원에 대한 최양식 시장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복합스포츠단지 조성 사업을 놓고 향후 시의회와의 갈등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순희 의원은 이날 보고회에서 “전국 스포츠경기장 93곳의 누적적자금액이 수천억원이 된다. 이것을 감안해 용역을 해야된다”면서 “원주시 등은 매년 과중한 운영비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 부분도 타당성조사 용역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 내 오수관로가 없어서 악취로 창문도 열지 못하고 사는 곳도 있다”면서 “스포츠단지 조성에 들어가는 15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용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 의원은 이날 예정돼있던 시의회 의장단 간담회 참석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이후 최 시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최 시장은 용역기관에 재정계획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한 의원에 지적에 대해 “재정계획 하는데, 지금 용역에서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된다. 이는 시의회하고 집행부가 고민하고 조달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사항을 용역기관에 요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오수관로 사업은 이 사업대로 추진하고, 복합스포츠단지 조성사업은 이에 맞도록 추진해야지. 제사지낸다고 밥 굶나?”라며 한 의원을 겨냥했다. 최 시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한순희 의원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장의 생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시의원들의 의견제시를 생각이 다르다고 공개비난 한 것은 시의회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시장은 의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양한 계층의 여론을 수렴해 시정을 펼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장들에게 시의원들이 있을 때 반박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질책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국장들에게 시의원과 싸움을 시키 는 시장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쏘아붙였다. 한 의원은 당초 이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경주시의회 의장단은 5일 이에 대해 간담회를 열고 일단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 무산됐다. 그러나 일부 시의원은 이번 일에 대해 최 시장에 유감을 드러내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경주시가 추진하는 복합스포츠단지 조성 사업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복합스포츠단지 조성 사업 ‘오리무중’ 경주시는 2012년 황성공원 내에 추진하다 무산됐던 ‘스포츠컴플렉스 조성사업’을 이번에는 ‘복합스포츠단지’로 이름을 바꿔 재추진 중이다. 당시 ‘스포츠컴플렉스 조성사업’은 황성공원 내 부지 4만5000㎡에 국·도비를 포함해 사업비(부지매입비 제외) 700억원을 투입해 2만5000석 수용 규모의 주경기장과 1만5000㎡ 크기의 보조경기장, 체육회관 등을 갖춘 경주 대표 스포츠시설로 실시설계용역 등을 걸쳐 2016년 착공, 2017년 준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시의 이 같은 계획은 일방통행식 행정과 황성공원 훼손, 사업의 타당성 문제 등으로 논란이 일었고, 정수성 국회의원조차도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등 시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중단됐었다. 그리고 시는 이번에 1280억~187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황성공원 내 현재 경주시민운동장을 철거하고 제3의 부지에 복합스포츠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체육대회 등 각종 경기개최 기반을 조성하고 스포츠도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현재 경주시민운동장은 육상경기시설이 국제공인 규격에 미달해 도민체육대회나 전국체육대회 등 각종 대회를 유치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설 또한 노후화 돼 새로운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경주시 관계자는 “2020년 전국체전 유치를 위해서는 복합스포츠단지 조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면서 “경주시가 경북도내에서 유일하게 공인규격운동장을 보유하지 못해 지역의 스포츠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계획은 지난 5월 28일 열린 경주시의회 전체의원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공개됐다. 당시 열린 전체의원간담회에서 예산상의 이유로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일부 의원들은 긍정적인 반응도 보이며 찬반의견이 엇갈리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 보고회에서 빚어진 논란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