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인 추석 당일(27일) 경주의 대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 화재가 발생해 상인들이 재산 피해를 입고 영업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날 화재로 중앙시장 내 7동의 선어부(어물전) 44개 점포와 2층 1개 점포가 모두 불에 탔고, 6동의 4개 점포를 태웠다. 현재 국과수 화재감식팀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은 한 점포의 낡은 탈수기가 과열돼 스파크가 일어나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8일에는 경주시와 경주소방서, 가스안전공사가 합동점검을, 14일에는 전기안전공사의 개별점검, 16일에는 산자부와 합동으로 전기안전점검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안전점검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번 화재는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던 중앙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지역경제의 주축인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형마트와 할인점,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구조의 변화와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을 살리는 길이 바로 서민경제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낙후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시설현대화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관광객을 전통시장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이라는 정책을 수립,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경주 시내권에는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중앙시장과 성동시장을 비롯해 성건동 북부상가시장과 동천시장, 황남시장 등이 있다.
또 읍면동별로 5일장을 기반으로 재래시장 등이 그 지역 상권의 중심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주차장 확보와 아케이드 설치 등으로 근사한 모양새를 갖췄지만 정작 시장 내부에는 각종 시설과 전기시설 등이 노후된 채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주지역 전통시장도 그동안 많은 환경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환경이다. 시장 내부에는 점포가 비어 있는 곳이 많고 관리가 되지 않는 곳도 있다. 특히 전선정비는 했지만 영업장마다 사용하고 있는 각종 전기제품 등의 관리 실태를 보면 위험천만하다. 복잡한 건물구조와 많은 이용객들로 인해 늘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시민들이 다시 찾는 안전한 전통시장, 상인들이 마음 놓고 영업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와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전기시설 개선 등을 통해 화재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중앙시장 화재를 거울삼아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