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에 접어들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각 지자체들은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특성을 살리는 다양한 축제와 지역특산품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지자체들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지역특산품의 브랜드화와 관광상품 개발화에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주는 신라천년고도라는 역사문화적 배경과 함께 연간 13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방문객들의 경주에서의 소비는 미미하며 특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정특산품을 제외한 지역특산품과 기념상품 등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현재 경주는 소수의 농수특산품만이 지역특산품으로 알려져 있을 뿐 다른 특산품은 활기를 띄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주하면 떠오르는 관광상품 및 특산품은 거의 없을 정도다. 경주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특별한 것이 없다’ ‘살 것이 없다’는 말을 할 정도다.
수십 년 동안 운영되어 온 경주민속공예촌에는 경주의 특색있는 특산품을 찾기 어렵고 불국사와 천마총, 주요 유적지 주변에는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되는 조잡한 물건이 고작이며 특산품 또한 인지도가 낮아 관광객들이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특산품 조차도 우수한 품질에 비해 행정의 마케팅 전략 부재로 인지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요 문화유적지와 연계된 지역특산품 판매 전략은 전무한 실정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도시 교토와 나라시, 상공업도시 오사카는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역특산물 개발과 보호, 판매를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교토의 청수사나 기욘지구는 ‘관광은 곧 소비’라는 인식을 심어 줄 만큼 관광상품과 특산품 판매가 활성화 되어 있다. 역사문화 관광도시에 걸 맞는 관광상품 및 지역특산품을 도시의 이미지와 연결해 브랜드화 하고 있다.
지역에서 잠재되어 있는 지역특산품을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개발해 지역의 경기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주먹구구식 특산품 활성화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그리고 일본의 관광상품과 지역특산품이 왜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전략을 펴고 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경주의 관광상품 및 특산품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일본 교토와 나라시, 오사카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어떤 특산품을 선호하는지, 이들 도시의 관광상품과 특산품 생산과 보호, 브랜드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취재를 통해 알아보았다. 또 경주의 관광상품과 특산품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일본현지 취재와 경주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관광정책 개선 필요
해가 갈수록 국내여행을 즐기는 내국인들이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보다 일본을 더 많이 찾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내국인들도 기피하는 국내여행의 이유는 ‘해외가 더 싸다, 차 없으면 힘들다, 불친절, 비위생적이다’등의 내용이다. 또 국내여행과 해외 여행 지출비용의 비교사례도 들었다.
교통비는 국내 여행에 KTX 왕복 10만원, 제주도에 가는 국내선 비행기표 등은 싸게 사면 10~15만원. 해외여행의 경우 동남아, 중국, 일본행 저가항공을 이용할 시에 25~30만원이면 왕복을 할 수 있다.
숙박비도 마찬가지. 국내 2~3성 호텔 1박에 대략 10만원. 해외여행은 같은 비용에 4성 호텔도 가능하다는 것.
체류비용의 경우 중국이나 동남아는 한국보다 저렴한 물가에 일본 역시 최근 엔저 현상으로 경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또한 대중교통의 바가지요금과 기사들의 불친절 역시도 국내여행을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흔히 겪는 멀리 돌아가기, 바가지요금, 승차거부, 카드결제 사절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사례들에서 경주지역 역시 피해 갈 수 없었다. 연간 1300만명의 관광객이 들른다는 경주.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고 신라천년의 수도,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관광객들의 불편과 불만사항이 많았다.
지난 8월 20일~22일 동안 경주를 찾은 관광객 100팀을 대상으로 총 5가지 질문의 설문조사를 했다.
첫 번째로 ‘경주하면 떠오르는 것’을 설문조사를 해본 바로는 ‘불국사’가 가장 많았고, 신라의 수도, 무덤이 많은 곳, 안압지 야경, 워터파크, 첨성대, 보문호, 황남빵, 보문단지, 수학여행, 천년한우, 벚꽃, 성박물관, 엑스포, 실크로드, 택시투어, 카트벨리, 오토바이, 양푼이갈비, 문무대왕릉, 경주타워, 놀이공원 등의 순으로 답했다.
두 번째로 ‘경주여행에서 소비하는 유형’에 대한 설문조사로는 ‘숙박에 드는 비용’이 가장 높았고 식사, 커피 값, 입장료 및 이용권, 자동차 유류비, 대중교통이용비 등의 순으로 답했다.
세 번째로 ‘경주여행에서 불편했던 점’에 대해서는 ‘비싼 이용요금’이 가장 많았고, 버스와 택시의 난폭운전, 불친절, 메뉴판에 표기되어 있지 않는 가격, 영어 메뉴판이 없다는 점, 버스노선에 대한 정보부족, 불법주정차로 인한 교통체증, 유적지에 널린 쓰레기, 유적지와 어울리지 않는 품목의 노점상 등의 순으로 답했다.
네 번째로 ‘경주에 바라는 점’에 대한 설문으로는 ‘경주교통이용 패스권’이 가장 많았고, 한 장으로 경주유적지 이용이 가능한 입장권의 단일화, 먹거리 특산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역사문화 유적지만의 경주가 아닌 특화된 경주의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의 순으로 답했다.
다섯 번째로 ‘경주에 다시 여행을 올 것인가’라는 설문에는 다시오겠다 53%, 오지않겠다 47% 의 비율로 답했다.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설문답변에서 먹을거리에 대한 내용은 황남빵과 천년한우, 양푼이갈비 세 가지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먹을거리 소비패턴의 단면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설문내용에서는 관광지로서의 경주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설문지의 답변 대부분이 본지에서 문제점으로 수 차례 다뤄온 내용들이다.
실제로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느끼는 불편, 불만사항들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내국인 관광객들의 불편, 불만사항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호 본지에서는 양동마을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가 나갔다. 작은 불편, 불만사항들이 모여 결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는 하루 빨리 문제점들을 개선해 떠나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붙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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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사진제공=경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