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중앙시장 화재로 재난예방을 위한 관련기관의 안전점검 등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화재 초기 대응능력 부재로 피해가 확산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추석 당일인 지난달 27일 오전 7시 19분경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시장 내 1,2층 점포 45곳이 전소되고, 4곳은 일부분이 불에 타는 등 소방서 추산 3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1시간여만에 꺼졌다.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한 점포의 낡은 탈수기가 과열돼 스파크가 일어나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화재원인은 국과수 화재감식팀의 정밀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곳은 선어부(어물전)로 지난 2013년 3월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을 마쳤다.
경주시는 당시 13억원의 예산을 들여 중앙시장 내 식당부, 선어부, 의류, 건어물, 식품부 등에 전기, 가스 등 노후화된 시설을 교체하는 등 환경개선사업을 완료했었다.
그러나 이번 화재는 발생 초기의 5분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화재를 최초로 목격한 상인이 당황해서 소화기를 사용하지 못했고, 빠른 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방서 등 관련 기관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실시해 온 안전점검과 소방훈련 등 전통시장 안전대책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는 것.
경주소방서 등은 그동안 상인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안전캠페인과 각 시장별로 소방훈련을 실시하는 등 화재 예방과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에 대해 홍보해왔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8일 경주시, 경주소방서, 가스안전공사가 합동안전점검을 벌였고, 전기안전공사는 14일 개별점검에 이어 16일엔 산자부와 합동으로 전기 안전점검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중앙시장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통시장 안전대책에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한 중앙시장에서는 연간 2회 소방훈련이 실시되지만, 상인들 중 일부는 소화기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때문에 관련기관의 전통시장 안전대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전통시장 안전점검과 관련한 기관들이 그동안 헛구호에 그치는 캠페인과 안전점검을 벌여왔다는게 증명됐다”며 “전통시장 뿐만 아니라 목조문화재가 많은 경주지역의 소방안전대책을 다시 점검하고 실질적인 예방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가 향후 복구되기까지는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상인들의 영업 손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기청, 경북도, 한수원 등 지원 대책 마련
이번 중앙시장 화재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경주시는 27일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했다.
시는 시장 피해를 최소화 하고 빠른 시일 내 정상영업 재개 등을 위해 신속한 화재 원인 규명과 화재 감식 후 폴리스라인 조기 철거, 대형 선풍기 활용 환기실시, 소방살수차 동원 물청소, 중기청 및 국민안전처에 재해관련 피해복구비 지원 등 여러 가지 수습 방안을 마련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달 29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경영안정자금 대출, 보험 보상범위 등 자금지원을 포함한 피해복구 대책을 마련했다. 중기청은 우선 피해 상인 1인당 7000만원 한도의 경영안정자금 대출을 추진한다.
금리는 2.5% 고정금리, 상환기간은 5년으로 2년 거치 후 3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무등록사업자이거나 보증서 발급이 안 돼 이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인에 대해서는 미소금융 등을 활용해 1인당 500만∼2000만원 이내의 특별 대출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공용 시설인 아케이드에 대해서는 경주시와 협의해 올해분 시설현대화예산 10억원으로 피해를 복구할 예정이다. 또한 30일부터 대구경북지방청 등과 협력해 상인들의 자금 지원, 보증서 발급, 세무·회계 상담 등을 돕는 현장방문센터를 운영한다.
중기청은 시장 건물 자체의 경우 상인회가 가입한 90억원 규모의 보험에 들어있고, 개별 점포 49곳 가운데 29곳도 상품에 대한 보험에 가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기청은 보험사의 보상범위 등을 고려해 추가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경북도는 소상공인육성자금 지원을 통해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에 따르면 도 소상공인육성자금은 시중은행을 통해 최고 2000만을 지원하며 융자이자의 2%를 도에서 지원한다.
한국수력원자력(주) 경주본사도 지난달 30일 중앙시장 화재 피해복구를 위해 경주시에 1억원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