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세월동안 끊임없는 외상으로 어쩔 수 없는 출혈에 시달려온 인류가 현대로 들어오면서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고혈압은 어찌보면 현대인의 당연한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노화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것처럼, 뛸 일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어, 외상과 출혈에도 거리가 멀어진 현대인에게 혈압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어쩔 수 없는 증상이라는. 그렇지만 고혈압은 엄청난 부작용들을 낳는다.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에 많은 무리가 생기고, 그렇게 혈관 파열이라도 생기면, 그것도 심혈관이나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급사할 수도 있다. 사망이 아니더라도 뇌출혈로 중풍이 와서 평생 다른사람의 도움으로 여생을 지내야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면 숨만 겨우 쉬는 식물 인간 상태로 수십년을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고혈압은 겪지 말아야 할 끔찍한 질환임에 틀림없고, 우리는 그 예방책과 치료방법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해야 한다. 그런데 어떡하나?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의 운명인 것 같은데, 그렇지만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도 없으니. 정기적인 출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떨까? 혈압상승을 막기 위해, 과거 원시인들처럼 출혈의 상황을 만든다면? 사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은 혈압이 낮은편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가임기 여성, 즉 정기적으로 생리혈이 생기는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혈압이 낮다. 반대로 폐경이 도래하면 혈압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이런 원리를 적용해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면 혈압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인위적으로 출혈상황을 안전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이니. 헌혈이라는 것은 다른사람을 돕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도 있게 된다. 내 혈압도 안정시켜주고, 다른사람도 도와주는 그런 효과. 그렇지만 헌혈은 몹시 제한적이다. 나이가 들면 할 수 없고,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았거나 임신하거나 출산해도 불가능한 것이 헌혈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고혈압환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치료예방책으로, 필자는 물마시기를 권한다. 원시사회에서는 마실물이 그리 녹녹치 못했을 거다. 아예 물이 없다면 며칠동안 물을 못 마시고 버텼을때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니 원시인들은 혈관안에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필수적으로 막기 위해 혈압을 올리는 수많은 호르몬들을 만들어냈고, 그렇게 목숨을 이어갔다. 이에 반해 현대인들은 출혈 상황이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풍부한 양의 물을 실시간으로 마실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생겼다. 필자의 경험으로 고혈압환자들은 그다지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지 않고, 음료수나 커피 등으로 갈증을 해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원시인들이 물을 발견하지 못해 동물의 피로 목마름을 해소하듯 말이다. 평소 물마시기를 우습게 보지 말고 게을리하지 말고, 시간날때마다 마시기를 권장한다. 충분한 양의 물이 우리 혈관안에 있다면, 혈압을 높여주는 호르몬이 작동할 필요도 줄어든다. 정기적인 출혈로 인해 혈압아 낮아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혈압을 높여주는 호르몬의 기능을 발휘할 상황도 만들어주지 않으면 된다. 물론 한 두잔 하루이틀 물마신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도 평생 해야하는 습관이 되어야 한다. 뭐든지 평생 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고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물마시는 습관은 많은 선물을 안겨줄 거다. 고혈압과 거리가 먼 사람이 될 수 있게 되고, 덤으로 수분을 많이 함유하는 피부는 노화를 방지하는 지름길이 되어 동안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증상완화제에 불과한 고혈압약에 의존하기에 앞서, 하루 7잔의 맹물로 건강을 유지하는건 어떨까? 김민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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