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한글날을 앞두고 그 의미가 남다른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열렸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떨치고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세계한글작가대회’가 한국문화의 본류인 경주에서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열렸다.
이번 행사는 (사)국제펜클럽한국본부가 주관하고 문광부, 경북도, 경주시, 한수원(주)이 후원했다.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한글, 문학을 노래하다’란 주제로 15개국에서 해외작가와 동포문인 29명, 국내 문인과 학자 38명 등 총 67명이 연사로 나서고 국내외 문인과 경주시민 등 30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15일 경주하이코에서 열린 개회식에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관용 경북지사, 최양식 경주시장, 이상문 국제PEN한국본부이사장, 김후란 세계한글작가대회조직위원장을 비롯해 국내 문인, 학자, 시민 등이 참가했으며 한글 주제영상 상영, 대북공연(직지심경의 노래) 등 축하공연에 이어 개회사, 축사, 환영사, 축시 낭송과 한글소재 뮤지컬(용비어천가) 순으로 진행됐다.
16일과 17일에는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란 주제로 특별강연과 주제발표, 문학강연을 진행했다. 발표자와 참가자들은 ‘모국어와 문학, 한글과 문학’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 ‘세계 속의 한글문단’을 소주제로 국내외 유명작가 및 한글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발표와 열띤 토론의 장을 이어갔다. 16일 특별 강연에는 ‘모국어와 문학, 한글과 문학’을 주제로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Le Clezio)와 김주연 숙명여대 석좌교수, 일본 언어학자인 노마 히테키 메이지가쿠인대학 객원교수가 연사로 참여했다.
르 클레지오는 ‘언어들의 소리’에서 “다수의 언어이건 소수의 언어이건 그 집 속에 인간의 영혼을 보편적으로 살찌우게 하는 지혜와 이성과 창의력의 요소를 지니고 있어 이 복잡한 구조물의 한 부분이 소멸될때마다 인류의 역사에, 인간이 저항하고 인내하는 능력에, 인간이 사랑하고 공통의 부를 공유하는 능력에 구멍이 생긴다”면서 “이 손실은 낭만적인 향수의 문제가 아니다. 확장된 소통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소수의 문화라 불리는 것을 보호해야 할 필요를 인식해야하고 그 문화들을 공통의 교류의 장에 접근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마 히데키는 ‘훈민정음- 한글의 탄생과 발전을 언어의 원리론에서 보다’에서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는 위상이 다른 실현체라고 전제하면서 “훈민정음 언해본을 비롯한 방대한 언해는 한문에서 조선어의 ‘쓰여진 언어’를 창출해 내는 작업이었다. 즉, 한문으로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선어로 쓰는 것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정음은 문자 그대로 쓰여진 것이다. 정음에 의한 쓰여진 언어의 실천, 근대 이후의 한글로서의 비약, 일본어와의 투쟁, 이러한 혁명의 걸음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미 족히 수 백년에 이른다. 그 혁명을 짊어진 것은 사상가이고 혹은 학자이고 혹은 기자였고 문인이었으며 혹은 옥중에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오후에는 김선정 계명대 교수의 ‘한국어와 한글 교육 현황’, 김정숙 고려대교수의 ‘유럽과 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등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주제로 섹션이 진행됐다.
17일은 민용태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초청돼 모국어의 문학 활약상 등 섹션을 시작으로 오후 7시부터는 경주예술의전당에서 경주시민들과 함께하는 ‘한극문학축제’를 진행했다.
민용태 교수는 “우리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외국의 저명한 작가 시인들이 우리 문학 선전원으로 나서야 가능하다. 그만큼 문학의 전파 로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문학의 어떤 것이 브랜드화 될 수 있는가를 궁리해야 한다. 긴 안목으로 우리 문학의 무엇이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를 깊게 생각해야 한다” 고 했다. 18일 행사에는 김홍신 작가의 ‘세계한글작가에게 보내는 편지’, 도종환, 정호승 시인 등 국내 문인들과 특별출연 최양식 시장의 ‘신라의 꿈’이란 주제의 시낭송을 비롯해 국악인 김영임과 음악인 장사익의 축하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이와 함께 행사 참가자들은 동리목월문학관, 동궁과 월지, 감은사지, 실크로드 경주 2015 관람 등 신라천년고도 경주의 문학역사 현장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경주하이코 2층 회의장 앞에서는 세계 각국에 소개된 한국문학 번역도서 200여 권도 전시된다. 아울러, 세계한글작가대회 경주 개최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지난 4월부터 준비한 한국의 고대시가인 향가문학에 대한 소개 책자인 ‘한국의고대시가-향가문학’을 한글과 영문 본으로 묶어 발간해 참가자에게 배부했다.
최양식 시장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강연과 열띤 토론의 장을 펼친 이번 대회는 가장 세계적이고 독창적인 한글문화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국내외 문인들의 소통과 교류 확대로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