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화백포럼’이 의미깊은 100회째를 맞았다. 지난 2010년 9월, 경주의 희망적인 담론을 형성하여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폭넓은 교양을 익혀 미래 지향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사회통합과 지역발전에 기여하고자 문을 연지 5년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이 강조되던 시기에 국내 최고의 명강사를 초빙하여 시작한 화백포럼은 그동안 시민과 공직자들의 교양과 의식변화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지난 동안의 모든 강좌는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으로 언제든지 다시 보기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자료의 축적이요 자산이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의 일환으로 ‘신라인 이야기’ 도서전을 개최하고 있다. 10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신라인의 정신과 높은 문화의식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으며, 약 700권의 책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역사 속의 신라’ ‘천년 고도의 향기’ ‘신라인 이야기’ ‘끝나지 않은 이야기’ ‘내가 처음 만난 신라(어린이 책)’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 관련 도서’ 등 주제별로 구분을 하여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이 도서전시회는 행사 후에도 북 카페로 계속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니 무척 반겨진다. 이처럼 지역과 관련된 도서와 자료를 모으고 정보창고(database)화 하여 보관하며,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 지역 아카이브(archive)이다. 아카이브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나 관공서, 기타 조직체의 공문서와 사문서를 소장·보관하는 문서국 또는 기록보관소를 뜻하지만 넓은 의미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존재 또는 행위와 관련하여 공적 또는 사적으로 생산·입수한 기록으로서, 직접적인 목적 이상으로 지속적 가치가 있거나 생산자의 기능이나 책임을 입증해 주는 데 있어 의미를 지닌 자료를 말한다. 요즈음 ‘경주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가 무르익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경주와 같이 역사문화의 도시에서는 시급한 일이다. 천년 신라의 역사를 실은 단행본과 논문 등의 논저가 얼마나 많으며, 각종 유적지 발굴을 통해서 매년 쏟아지는 보고서는 또 얼마나 많은가.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저술된 역사서와 지리서, 개인 문집은 유유히 흘러온 경주역사의 참 모습이다. 근·현대의 도서나 자료 또한 귀중하기 그지없는데 이를 하나하나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주시립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을 헤매고 다녀도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조선시대의 각종 ‘문집’이나 1962년부터 시작된 ‘신라문화제’ 자료, 수차례 수립된 ‘경주 개발계획서’ ‘사업프로젝트’ 관련자료, ‘유적발굴보고서’ 등의 도서를 실험삼아 찾아본다면 ‘경주 아카이브’ 구축의 필요성을 실감할 것이다. 경주시립도서관은 경주와 관련된 도서를 따로 구분하여 ‘보존서고’ ‘향토자료실’ ‘족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갖추어진 도서의 부족으로 아쉬움이 크다. 경주학의 근간으로 통칭되는 경주 관련 도서자료에 대한 관심의 정도와 예산의 뒷받침, 그리고 전담 인력의 확충이 없는 한 지금과 같은 모습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경주 아카이브’는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 보다 어떻게 내용을 채우고 활용해 갈 것인가 하는 운영의 문제부터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미 갖추어진 시립도서관의 자료에다 신라관련, 경주관련 연구논저 목록을 바탕으로 자료를 축적하고 경주시청을 비롯한 관공서, 각종 기관, 단체의 생산 자료가운데 보관 필요한 부분을 차곡차곡 쌓아 간다면 이 시대의 경주를 이해하고 발전 가능한 연구와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서나 문집 등의 귀중본은 사진 자료화하여 제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100년, 200년 후에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거의 경주와 지금의 경주를 바라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가야 한다. 이것이 곧 경주의 문화융성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선정하고 이를 다시 3대 전략과 10개 과제로 세분화하여 추진하고 있다. 임기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는 ‘문화융성’이란 말의 사용빈도가 ‘창조경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많아졌다. 정부의 2016년 문화재정만 보더라도 지난해보다 7.5% 늘어난 6조5700억 원에 이른다. 모두가 누리는 문화를 꿈꾸는 ‘문화융성’의 과제들은 그동안 경주가 이루고자 했던 여러 가지 정책 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경주는 오늘 당면한 시의적 적절함과 조성된 분위기의 적정성을 십분 활용하여 35년 만에 찾아 온 경주 문화융성의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안으로는 ‘경주 화백포럼’ 등을 통한 인문학의 기초위에 ‘경주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밖으로는 신라 정체성 확립 등을 통한 실현 가능성 위에 신라 왕경의 부활을 이 시대 경주인의 목표로 세워 문화융성시대를 찬란하게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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