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경주를 전격 방문하면서 경주시의 신라왕경 핵심유적 정비·복원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주 월성의 신라왕궁 발굴 현장을 둘러보고, 월성 복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융성에 적합한 사업임을 강조하면서 특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월성의 복원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업인 신라왕경 8대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중 하나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은 2025년까지 월성(신라왕궁), 황룡사, 동궁과 월지, 월정교 복원, 신라방 발굴, 첨성대 주변 발굴, 대형고분 발굴·전시, 쪽샘지구 정비 등 8개 사업에 9450억 원이 투입된다. 이 중 핵심 사업인 월성 복원은 지난해 12월 개토제를 시작으로 발굴이 진행 중이다. 현재 9동의 건물을 비롯해 15기의 궁궐관련 건물터가 발견됐으며, 중요유물 517점이 출토됐다.
동쪽과 북쪽, 서쪽으로는 1.5㎞에 이르는 해자(垓子)도 발견되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오는 2023년까지 발굴을 완료하고, 발굴과 복원을 병행해 2025년까지는 궁궐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월성 복원 현황을 보고받은 박 대통령은 “월성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잘 발굴하고 복원하면 문화융성을 계승하는 핵심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라천년의 왕궁을 복원하는 일은 문화적 자존을 회복하는 일인 만큼 완벽한 복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최양식 시장은 월성을 방문한 박 대통령에게 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이 원활히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건의했다.
최 시장은 주요건물 조기 착공을 위해 집중적인 발굴에 행·재정적 지원과 월성 조기발굴을 위해 다수의 발굴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체계적인 발굴을 위해 관련 당국과 기관 등이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는 신라 왕경 복원사업 예산을 올해 400억원에서 내년 453억원으로 증액하고, 이 중 월성복원 사업 예산은 70억원에서 210억원으로 대폭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월성 발굴현장에서 작업자들을 일일이 격려했는데, 이 때 특별한 환영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작업반장 최태환(72)씨는 대통령이 영애 신분으로 75년 황남대총 발굴현장을 방문했을 때 조사 인부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고 소개하자, 박 대통령은 그 때를 상기하면서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경주와의 인연에 ‘주목’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경주를 방문하면서 경주와 대통령의 인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대통령과 경주의 인연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주사랑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유별났다. 생전에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무른 도시가 경주라고 할 만큼, 경주를 자주 방문하고, 경주발전을 일일이 챙겼다.
53년 전통을 자랑하는 경주 신라문화제를 연 것도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62년 4월 29일 반월성에서 개막한 제1회 신라문화제에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육영수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그 후로도 박정희 대통령의 경주 방문은 잇따랐다. 62년 10월 22일 사방사업 시찰 차 경주 외동을 방문하고, 72년 2월 6일에는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경주 전역을 시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75년부터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따라 경주를 찾기 시작했다. 75년 7월 2일 경주를 방문해 국립경주박물관 개관식과 황남대총 발굴현장을 방문하고, 77년 9월 7일에는 통일전 준공식에 참석한 후 불국사를 방문했다.
이후로도 78년과 79년 두 차례에 걸쳐 아버지와 함께 경주 보문단지 개발현장을 찾았다. 야인 시절은 물론,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시절에도 여러 번 경주를 방문했다.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 12월 2일 경북도의 업무보고 차 안동을 방문한 후 경주로 달려와 석굴암 보존실태를 점검했다.
이번 방문도 이례적이다. 지난달 8월 21일 예정돼 있었던 실크로드 경주 2015 개막식 참석이 북한 도발이 불거져 취소되고 국무총리를 대신 참석시켰는데도, 이렇게 다시 별도 일정을 잡아 경주를 찾은 것은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현재의 경주 모습은 박정희 대통령이 설계하고, 박정희·박근혜 두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1971년 7월 박정희 대통령은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 수립을 지시한다. 이에 따라 총 13개 지구에 대한 정비계획이 수립되고, 72년부터 1단계로 불국사·석굴암 복원, 보문단지 조성, 국립경주박물관 건립 등이 이뤄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77년부터 계획된 2단계 사업은 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 이후 경주는 35년이 넘도록 역사문화 자원에 대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가 없었다. 그러다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달라졌다. 1조원에 달하는 ‘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이 대선공약으로 확정된 것이다.
신라왕궁(월성) 복원, 황룡사 복원, 동궁과 월지 복원 등 8개 핵심유적을 정비·복원하는 이 사업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루지 못했던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 2단계 사업과 맥을 같이한다.
-대통령 방문 후 경주 월성 ‘이목 집중’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경주 방문으로 신라천년의 핵심 유적인 월성(사적 제16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월성은 신라 제5대 파사왕 22년(101) 축성을 시작해 그해 7월부터 왕이 거주했던 곳으로 신라가 멸망한 935년까지 왕성 역할을 했던 자리다.
처음으로 월성에 대한 발굴이 이뤄진 것은 100년 전인 1915년 일본 고고학자 도리이 류조(鳥居龍藏)에 의해서다. 당시 월성 서쪽의 남쪽 성벽을 절개해 동물의 뼈와 뿔, 이빨을 비롯해 동물 뼈로 만든 바늘과 화살촉, 탄화된 곡물, 토기조각을 수습했다.
이후 1979∼1980년 동문지를 조사해 정면 1칸, 측면 2칸의 문터와 돌로 쌓은 해자 유구를 찾아냈다. 이어 1985년부터 1∼5호 해자와 계림 북쪽 건물터, 첨성대 남쪽 건물지, 월성 북서편 건물터 등을 확인했다.
그동안 월성 내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월성 20만7528㎡의 발굴허가를 받아 12월에 첫 발굴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지는 경주시 인왕동 387-1번지 일대로 성벽 9만9000㎡와 성내 10만8000㎡를 합쳐 전체 면적이 20만7000㎡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그동안 지하탐사 등을 통해 확인한 기초조사 결과를 토대로 동서 방향으로 길쭉한 월성을 서쪽부터 A∼D 4개 지역으로 나누고, 우선 C지구에 대해 유적의 분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시굴조사에 착수했다.
C지구에는 지중탐사 결과 왕궁의 중심 건물로 추정되는 대형 건물의 기초가 확인돼 첫 조사지로 선택됐으며 향후 발굴 성과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양식 시장은 “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 대선공약에 포함돼 현재 본 궤도에 진입했다”면서 “향후 미래에는 문화산업의 발전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으므로 천년의 수도인 경주의 왕궁복원 사업은 범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굴 지연 등 문제점 여전
월성 복원에 가장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발굴 진행 속도. 현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단독으로 월성 발굴 작업에 참여해 대규모 발굴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특히 올해 발굴에 필요한 국비 100억원이 편성됐지만 발굴이 제때 진행되지 못해 사용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임기 내 착공이 어렵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월성 발굴·정비와 관련한 계획도 문화재청과 경주시의 입장차가 크다.
문화재청은 당초 1단계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월성 B, C지구의 시·발굴 및 A, D지구, 문지, 성벽 발굴에 이어 2단계로 2023년까지 내부도로와 습지 존재를 규명하고, 서·남문지 및 성벽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정비 또한 2023년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10년간 발굴 및 정비계획만 수립한다는 상황이어서 신라왕궁 복원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경주시는 대형건물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B지구 3구역과 왕궁 중심 건물지인 C지구 9구역 등을 집중 발굴해 2016년까지 발굴 및 정비·복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발굴이 완료된 구역부터 복원공사를 착공하고 주변 구역의 발굴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최 시장은 박 대통령에게 주요건물지 등의 집중발굴을 위해 다수의 전문기관을 투입해 기간단축과 발굴·복원의 병행추진 등을 건의했다. 또 신라왕궁 복원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예산확보의 법적 기초가 되는 ‘신라왕경 복원정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도 함께 건의했다.
최양식 시장은 “정부의 문화융성 기조와 맞물린 이들 사업은 중앙부처의 각별한 관심이 중요하며, 지역 정치권과 시민모두가 하나가 돼야만 가능하다”며 “신라왕궁의 발굴과 복원이 병행되도록 해 복원사업이 조기에 착공할 수 있도록 정부당국 등과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별법이 제정되고 신라왕궁 발굴·복원이 원활히 추진되면 경주는 한국 문화의 정수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