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로 움직였던 침팬지와 비슷한 어떤 영장류가 두 발로 걷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네발로 걷는다. 이런 포유류들의 특징은 얼굴과 땅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기에, 시각에 비해 청각과 후각이 발달한다.
눈과 땅사이의 거리는 길어도 1m에 불과하기에 많은 포유류들의 시각은 근시다. 코끼리와 코뿔소같은 포유류들은 심각한 근시여서 5m 앞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신 뛰어난 후각과 청각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도 초능력이라고 불릴 만한 후각과 청각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시각은 개보다도 훨씬 더 뛰어나다. 우리는 맨눈으로도 수광년 밖에 있는 별의 존재를 볼 수 있고 만약 망원경을 빌린다면 수천만 광년밖의 존재도 알 수 있을 정도이며 인간처럼 다양한 색을 볼 수 있는 동물도 드물다.
현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력은 아무리 좋아도 2.0에 불과하지만 티베트인들의 평균시력은 5.0을 넘는다고 한다.(필자는 학생시절 우리나라로 파견온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의 시력측정을 해본적이 있는데, 그네들의 시력은 정말 놀랄 정도로 좋았다. 시력측정판 2.0에 있는 가장 작은 글자도 거침없이 읽어버리며 틀림없이 그보다 더 작은 글씨가 있더라도 쾌히 읽어낼 거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인간이 직립보행하게 된 커다란 이유중 하나는 아마 다른 포유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시각을 활용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두발로 서게 되면서 나무위에 더 잘 오를 수 있게 되었고, 머리의 높은 위치가 확보되면서 훨씬 더 넓은 시야확보가 가능해졌다. 이는 사냥감의 발견과 천적에의 방어에도 유리한 입장이 되었을 것이고, 이런 직립보행은 네발보행 종에 비해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직립보행의 단점은 무엇일까? 네발로 뛰다가 두발로 뛰게 되면 더 느려진다. 느려지면 사냥하거나 도망치는데 힘들어지겠지만 더 좋은 시각으로 이를 상쇄했을 것이다. 속도보다도 더 큰 단점은 두발로 뛰게 되면 넘어져서 치명상을 당할 수가 있게 된다.
네발로 전속력으로 뛰는 동물이 발이 걸려 넘어지면 어떻게 될까? 그런일은 잘 벌어지지 않지만 간혹 나타난다면 동물은 몸을 둥글게 만들어 최대한 땅과의 마찰력을 줄이고 굴러가게 한다.
전력질주하는 인간이 발이 살짝 걸려 균형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균형감각이 뛰어난 무도인이라도 온몸에 생기는 상처는 어쩔수가 없다. 옷을 입은채 매트릭스에서 넘어지는 것이 아닌 원시인의 나체상태로 온갖 돌과 바위로 가득한 그것도 내리막길 돌밭에서 넘어지는 상황을 상상해야 한다.
게다가 딱딱하고 급소부위인 머리는 직립보행으로 인해 훨씬 치명타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져버렸다. 직립보행을 선택했던 인간은, 더 넓은 시야확보를 가지게 되었지만, 끊임없는 상처와 출혈을 이겨내야만 했다. 출혈은 혈관안에서만 있어야 하는 적혈구가 체외로 빠지는 상황이다. 출혈이 생기면 혈압이 떨어지고 생명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평생 엄청난 출혈을 감내해야 할 인간으로서는 혈압을 높여주는 호르몬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에피네프린, 노에피네프린, 코티졸, 항이뇨호르몬, 레닌, 알도스테론, 안지오텐신 등등 이 많은 호르몬들은 전부 공통적으로 혈압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그렇게 출혈에 대비해 오는 인체의 순작용이다. 반대로 혈압을 낮춰주는 호르몬은 딱히 없다. 이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있는 혈당과 비교해도 훨씬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대인으로 넘어가보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등의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 현대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사실 출혈할 상황이 그다지 만들어지지 않는다. 운동부족으로 그다지 뛰지를 않으니 넘어질 일도 없고 상처로 인한 출혈은 더더욱 없다. 수백만년동안 극심한 출혈에 적응해온 인체는 갑작스런 이런 환경변화에 당황하기 일쑤다.
출혈에 준비해온 그 수많은 호르몬들도 이제는 필요없게 되었고, 자연스레 나이가 들면서 혈압은 저절로 올라가게 되기도 한다. 고혈압이라는 원인모를 질환은 현대의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인걸까?
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