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방폐장이 지난 8월 28일 준공식을 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가동 이후 38년, 1986년 핵폐기장 부지 선정에 나선지 30년 만이다.
정부가 핵폐기장 부지를 찾다가 안면도, 부안사태 이후 군산, 영덕, 포항을 물리치고 2005년 11월 2일에 관권, 금권선거에 의해 89.5%라는 경주시민의 경의로운 찬성으로 중·저준위핵폐기장이 경주시 양북에 들어오게 되었다.
최근 방폐장 준공식에 경주시의회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다. 정부가 그동안 약속했던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이 50%도 넘지 않는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방폐장 준공식에 보이콧을 결정함으로서 경주시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고, 추후 2단계 방폐장 사업과 국책사업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 7월 28일 ‘방폐장 2단계 건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에 지역구 시의원은 물론이고 그 많은 집권당(새누리당) 시의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시의원 정현주 의원만 2시간 이상 걸린 공청회에 끝까지 참석하였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시의원들이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무총리실이나 산업통상자원부에 몇 차례 올라가서 예산확보 노력들을 했는지 이 차제에 공개를 좀 하면 좋겠다.
국무총리가 오는 방폐장 준공식에 시의원들이 참석해서 경주시민들의 민의를 전달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는 편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경북도지사와 경주시장은 행정 수장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부 예산 때문에 눈치를 본다고 하지만 시의원들이야 데모도 좀 하고 입 바른 소리도 좀 해도 되는 자리인데 괜한 메아리만 울리고 있다.
방폐장 준공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축사를 통해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만들었다. 앞으로도 한 치 허점이 없도록 운영하겠다”며 “국가적 안전과제 해결에 결단을 내려준 경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말로 국무총리의 말처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의문이 간다. 운영동굴의 사일로 중 일부가 암반이 부실하고 지하수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안전을 강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다. 방폐장 운영기간이 60년인데 지하수 유출로 인하여 방사능물질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또한 국무총리의 축사처럼 19년간 표류했던 핵쓰레기를 천년의 역사도시 경주가 떠안아 준 것에 감사하다는 표현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올해처럼 무더운 여름에 전기가 없다면 끔직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24기 원자력발전소에서 매년 800톤의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60년간 중·저준위방폐물 80만 드럼을 처분하는 경주시민에게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가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을 마무리를 못하고 있으니 정부의 신뢰도가 어떻게 되겠으며, 앞으로 고준위핵폐기물과 같은 중요한 국책사업에 어느 국민이 협조를 하겠는가… 정부의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방폐장 준공식에 경주시민 1천여명이 참석했다고 하니 원자력에 대한 수용성이 좋은 것인지, 돈의 위력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시민들의 민의를 좀 더 분석할 필요가 있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뜻 있는 시민과 진보단체가 추진한 ‘월성1호기 폐쇄 주민투표 요구 경주시민 만인소’운동에 큰 감명을 받았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하여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경주시의회의 방폐장에 대한 이중적 잣대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경주시의원들이 해야 할 소리를 경북도지사와 경주시장(2005년 방폐장 유치와 무관)이 국무총리에게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제2원자력연구원, 유치지역지원사업을 빨리 해결해 달라”고 건의를 했다고 한다.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시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시의원들이 좀 더 지혜롭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경주에 실익이 되는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경주시의원들이 방폐장 준공식에 참석해서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고 해야 하는데 아쉽다.
또 다른 측면에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직원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앞으로 경주시민이 될 사람들인데 잔치 집에(준공식)축하라도 해주고 격려해서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경주의 원자력정책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 하려고 하면 안된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은 결국 1310억의 보상금으로 귀결되었고 방폐장 2단계 사업도 정부의 유치지역지원사업과 연계 할 것이고, 월성원전의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임시저장 문제도 보관세로 회유할 것이다.
이래저래 돈 타령하다가 정말 안전에 대해서 소홀하게 대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안전만이 그나마 남은 경주시민의 자존심을 지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