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과거가 집약된 곳이다. 경주 최고의 이미지로서 왕릉으로 둘러싸인 황남동에 한옥의 향기를 품은 집을 짓고 ‘황남관’이라 명명한 손명문 건축가가 황남관 건축의 변을 글과 사진으로 펴냈다. ‘황남관 한옥의 향기를 품다(디자인기획실 연미불)’가 그것.
경주의 보물창고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경주의 오랜 역사가 배어있는 황남동에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이 편안히 머물수 있도록 한옥의 향기를 품은 집을 짓고 황남관이라 이름 붙였다. 황남관은 예전부터 보아왔던 한옥에 새로운 생명력을 물어넣어 황남동에 ‘한옥 르네상스’를 일으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는 황남동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의 건축가로서의 진면목이 ‘황남관’에 뚜렷하게 투영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한옥 카페, 금강헌, 명활량, 남산재, 선도재 등으로 구성한 황남관에 대해 물 흐르듯 편안한 건축가의 담담한 해설이 담겨있다. 도로변에서 본 황남관 전체의 모습은 주위를 포용하고 있으며 도로와 광장과 한옥카페는 서로 하나가 되어 연계성을 지니고 본채와 연결된다. 또한 여백의 공간, 한옥 건물에 대한 친근함과 안정감, 은근히 배어나는 소박함, 한옥의 현대적 변신을 꾀하기도 한 황남관을 그렇게 설명한다. 또한 문을 통해 나타나는 여러 공간들이 중첩돼 강한 연속성을 느끼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실내와 실외 그리고 집 밖의 모습까지 한 눈에 겹쳐서 들어오게 해 자연과 사람과 공간이 하나가 되게 지은 이야기도 곁들인다.
손명문 건축가는 “나는 황남동 걷는 것을 좋아한다. 황남동 골목은 구석구석 많은 것을 품고 있으며 시간의 축적으로 쌓여진 정감어린 풍경을 자생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시대의 한옥이란 지극히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집이라고 할 수 있다”며 “황남동 한옥마을은 주위가 고분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경주 도심부와 대릉원의 서남측에 인접해 있고 다수의 유적지가 가까이 있어 한옥 마을 가꾸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기존의 한옥마을을 가꾸는 것이야말로 한옥 마을을 새로이 조성하는 것보다 더욱 의미가 깊다. 지속 가능한 도시디자인은 오래되고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곳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아니라 도시공간을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쉬는 생명력있는 유기체로 재생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집단의 참여와 탄력성 있는 행정의 뒷받침 그리고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하고 있다.
황남동 한옥 마을이 제대로 가꾸어진 날 그곳에는 식당, 민박집, 전통 공방, 공연장, 갤러리, 카페 등이 한옥이라는 공간 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며 도심의 문화적 인식을 일깨우는 작업을 통해 문화예술과 시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강조하고 있다.
손명문 건축가는 현재 건축사무소 건.환 대표로 동국대학교에서 후학들에게 건축과 조경을 강의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건축대전 심사위원장 경주시 지역고도보존심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의 대표 건축가 100인에 선정, 대한건축사협회 작품상, 국토교통부주최 공동주택경기설계 입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 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