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표적인 성인병 중 하나가 고혈압이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도 익숙할 정도로 주위에서 흔하게 들리는 병이다. 고혈압은 본래 병명이라기보다 혈압이 정상보다 높아져 있는 증상을 묘사하는 단어였지만, 이제는 진단명이 될 정도로 널리 그리고 간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심장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단 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뛴다. 그렇게 열심히 뛰는 목적은 우리 몸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만약에 전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뛰는 심장이 너무 힘드니 잠시만 좀 쉬어볼까 해서 뛰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까? 뇌에는 1초만이라도 산소공급이 중단되면 뇌실질세포들은 괴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포괄적으로 뇌졸중이라고 부르고 있고 이 결과로 치매와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말투가 어눌해진다거나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와서 잘 못 걷는다거나 표정이 무덤덤해지는 증상들, 이것도 운이 좋을 때 이렇게 되는 것이지, 상태가 심하면 식물인간을 넘어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우리 몸에 더없이 중요한 뇌는 단 1초만 산소공급이 늦어져도 치명적인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심장이 뛰지 않고 쉬는 것 그 자체가 죽음이라고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통적인 죽음을 진단하는 방법이지만 오늘날에도 이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사망진단법이다. 그러니 살아있다면 심장은 계속해서 뛰어야 하고 그렇게 심장이 뛰고 있기에 혈관속의 압력, 즉 혈압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심장이 뛸 때 압력이 수축기 압력이고, 뛰는 그 사이를 이완기 압력이라고 한다. 그래서 혈압은 항상 120/80mmHg 이렇게 두 가지 숫자로 표현된다. 120/80mmHg 라는 숫자는 아주 정상적인 혈압을 나타내는데 고혈압을 진단을 위해서는 140/90mmHg 이상을 뜻한다. 고혈압 진단기준도 시대에 따라 자꾸만 변해왔다. 엄격하게 볼 때에는 고혈압 환자가 폭증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줄어들기도 한다.
그런데 혈압은 정상적으로도 높아지기도 한다. 화가 나거나, 긴장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몹시 더울 때에는 저절로 높아지고, 수면 중이거나, 편안한 휴식을 취할 때에는 역시 낮아진다. 그게 사람 몸인데,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태가 고혈압이다.
고혈압이 오면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심장에도 무리가 가고 심혈관,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급사의 위험도 높아지며 폐 기능도 떨어지며 신장에도 고장이 나기 일쑤고, 하지정맥류 같은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은 도대체 왜 나타나는 걸까?
고혈압 종류 중에 본태성 고혈압이라는 용어가 있다. 다른 말로 하면 1차성 혹은 원발성 고혈압이라고도 한다. 그 뜻은 뭘까? 고혈압이 생긴 원인을 잘 알 수 없을 때 통칭해서 쓰는 단어가 본태성이다. 이런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혈압이 전체 고혈압의 90~95%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왜 생기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는 뜻이다. 왜 혈압 올라가는 이유를 그토록 밝혀내지 못한 걸까? 그렇게 환자가 많고 고혈압을 연구하는 의사, 학자들이 많을 텐데, 왜 그 이유 하나 속 시원히 알지 못하는 걸까? 원인을 모르니 치료도 잘 모른다.
단지 혈압을 강제로 떨어뜨려 주는 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치료법을 대증치료라고 한다. 혈압이 왜 올라가는지에 대한 이해는 접어둔 채 단지 일시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려주는 약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약효가 떨어지면 혈압은 다시 오르기 일쑤이고, 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그 약에 대한 몸의 반응도 점점 느려지거나 더뎌질 수밖에 없다. 평생을 지속적으로 혈압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갖가지 고혈압의 부작용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