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경주시 시설관리공단’ 설립과 ‘신라대종테마파크’ 조성 사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지난 18일 경주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신라대종 제작·설치사업 및 시설관리공단 설립 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시정 현안사항 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것.
이들 사업은 시와 시의회의 의견 차이 등으로 난항을 겪어오며 장기 표류해오던 사업이다.
이번에 구성된 협의체에는 시의원과 공무원이 각각 6명씩 총 12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시는 박태수 시민행정국장, 이상억 문화관광실장, 도병우 도시개발국장, 김대길 시정새마을과장, 이상영 관광컨벤션과장, 최해열 감사담당관 등 6명.
시의회는 서호대 부의장, 한현태 의회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이동은 문화행정위원회 부위원장, 최덕규 경제도시위원회 부위원장, 윤병길, 김영희 의원 등 6명으로 구성했다. 협의체는 오는 25일경 첫 회의를 열고 2개 사업에 대해 집중 논의 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관리공단 설립과 관련해서는 ‘시설공단 설립타당성 검토 용역’ 예산 편성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 예산은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열린 경주시의회 임시회 추경예산 심사에서 경주시가 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전액 삭감됐었다.
신라대종테마파크 조성사업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일었던 종각 위치와 종의 명칭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권영길 의장은 “그동안 시의회의 반대로 이들 사업이 오랜 시간을 끌었다기보다는 집행부와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서 “현재로서는 어떤 결론이 도출될 지 미지수지만, 표류 중인 시정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협의체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주시 시설관리공단
-시설관리공단 어떻게 추진 됐나?
경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최양식 시장의 공약사항이다. 사업 추진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약 7개월간 공단 설립타당성 검토 용역으로부터 시작됐다.
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2011년 11월 3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주민공청회를 열었고, 이듬해 2월에는 ‘경주시 시설관리공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조례안은 2012년 12월 5일 열린 제6대 경주시의회 문화시민위원회에서 보류 결정이 난 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조례안은 지방자치법 제67조 회기계속의 원칙인 ‘회기 내 미결된 안건은 회기 종료’에 따라 자동 소멸됐다.
경주시는 2년 6개월여가 흐른 지난 4월 21일 경주시의회 전체의원간담회에서 ‘경주시 시설관리공단 설립 계획’을 보고하면서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재추진하는 공단 들여다보니···
지난 4월 경주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시설관리공단 설립계획에 따르면 공단 이관 대상 사업은 총 10개다.
국민체육센터, 황성공원체육시설, 알천축구장 및 생활체육공원 등 체육시설 3개, 사적지관람료 징수, 사적지주차료 징수 등 사적관리사업이 2개.
또 공영주차장, 시청사 주차장, 불법 주정차차량 견인 등 교통사업 3개, 경주하늘마루관리사무소 등 복지사업 1개, 경주오류캠핑장 등 관광사업 1개다.
시는 9월까지 설립타당성 검토용역을 마친 뒤, 주민공청회 등을 거쳐 10월경 설립등기를 마치고 시설공단 설립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에 앞서 시가 지난 2012년 2월 입법예고한 ‘경주시 시설관리공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에서는 6개 대상사업을 적시했다.
△체육시설(황성공원내 체육시설, 국민체육센터, 알천축구장, 경주생활체육공원)의 관리·운영 △청소년수련관 △사적지 관람료 및 주차료 징수(유료사적지 청소포함) △공영주차장 및 시청주차장의 관리·운영 △불법주정차 차량견인·보관대행사업 △특산품전시판매장 관리·운영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위탁사업 등이었다.
-시의회, 공단 설립에 부정적 의견 여전
경주시의회는 시설관리공단 설립에 대해 지난 6대 시의회에 이어 지난 4월 열린 전체의원간담회에서도 대다수의 의원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먼저 시설관리공단을 운영 중인 일부 타 지자체에서 수익 개선 등의 효과가 없고, 방만한 조직 등으로 인해 적자를 볼 수 있다는 것.
또 공단의 사무 위탁 시 공무원 정원감축 기준이 강화된다는 것에 대해 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이 없어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주시의 계획에 따르면 시설공단 근무인원은 일반직 31명, 공무직 40명, 기간제(위탁) 82명 등 153명이다.
이 가운데 일반직 31명은 공무원으로 시의 정원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또한 시설관리공단 설립 시 필요한 조직을 모두 이관해 경영효율성 등을 높여야 하는데도 문화관련 사업과 맑은물사업소 등이 배제되고, 규모가 작은 사업만 대상으로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리고 공단 이사장 등 임직원 선임 과정에서 특혜시비 등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처럼 시의회가 공단 설립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이면서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사업 추진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의 입장은?
경주시는 시설관리공단 운영을 통해 개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전문적·체계적 통합관리로 대민서비스 질을 향상시킨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책임 전문경영인을 통한 조직경쟁력 강화와 자주 재정 확충을 통한 시민복리 증진 등을 추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시는 공단위탁의 장점으로 △책임 있는 운영에 따른 양질의 서비스 제공 △전문화된 시설관리로 비용절감 △장기적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책임경영체제 구축으로 지속적 수익개선 및 비용절감 도모 △시설물 통합관리로 인력감축 및 운영 효율성 향상 등을 꼽았다.
시는 또 공단설립 초기에는 10개 사업을 이관해 수익성과 경영효율성 등을 제고하는 등 성공적인 운영체계를 확립한 뒤 2단계 사업에 또 다른 시설을 이관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10개 사업 중 절반이 재정 수지 50% 이상인 사업으로 공단을 설립해 운영한 뒤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면 추가 사업을 이관할 계획”이라며 “이는 공단을 설립·운영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신라대종테마파크 조성사업
경주시가 구 시청 부지에 추진 중인 신라대종테마파크 조성사업은 종각 건립 장소 선정이 논란의 핵심. 시는 당초 올해 말까지 성덕대왕 신종을 모델로 하는 신라대종을 제작하고, 종각 및 편의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국비 12억5000만원, 도비 3억7500만원, 시비 13억7500만원 등 총 사업비 30억원을 들여 구시청 부지에 무게 18.9t의 종과 196㎡ 규모의 종각, 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것.
그러나 이 사업 역시 최양식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왔지만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예산은 확보했지만 시의회 반대는 여전
지난 6대 시의회 때부터 예산 삭감 등 진통을 겪었던 신라대종테마파크 조성사업은 2013년 말에서야 종 제작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했다.
7대 시의회 들어서도 일부 시의원들의 반대가 여전한 가운데 지난 5월 4일 폐회한 시의회 임시회에서 종각건립 등과 관련한 예산이 가결돼 사업비는 모두 확보하게 됐다.
예산은 모두 확보했지만, 시의회는 종의 명칭, 종각 설립 장소 등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도심 내 잦은 타종으로 인해 소음이 발생해 인근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장소 변경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종의 명칭에 대해서는 전국민 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신라대종으로 결정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종 제작은 오는 연말쯤 완료될 예정으로 이에 맞춰 종각 장소 선정을 서둘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나 시의회 모두 난감해하고 있다.
-경주시 구시청 부지 외 대안 없어 ‘난감’
시가 당초 종각 설립 장소로 추진하려던 구 시청부지가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대체 부지를 물색했지만 그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시는 대체부지로 지난 4월 법장사 동편 부지에 문화재 현상변경신청을 했지만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이 인근 부지는 지난 2012년 9월과 12월 같은 목적으로 신청했지만 모두 부결됐었다. 쪽샘지구 역시 발굴이 진행 중인 고분군에서 벗어난 외곽지역 외에는 대안이 없어 종각 장소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
이로 인해 시는 이번 협의체를 통해 종각 건립 장소로 구시청 부지의 적절성 등을 강조하고 시의회를 설득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곳 부지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신청 없이 건립이 가능하고, 이미 발굴조사도 완료된 만큼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시 관계자는 “구시청 부지에 신라대종테마파크가 건립되면 많은 관광객들이 도심을 찾게 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타종으로 인한 소음 문제는 일정시간을 지정해 타종하는 등 운영계획을 수립해 민원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