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녀석, 가방도 벗기 전에 햄버거 사달라고 떼를 쓴다. 학교급식에 감자튀김이 나왔는데 새 모이만큼만 주더라나.
‘그래, 가자 햄버거 먹으러!’
이런 류의 불만은 세트 메뉴 하나에다가 감자튀김 하나 더 선심 쓰듯 추가하면 해소된다. 괜히 먹는 거 가지고 애들 기분 나쁘게 한다고 투덜거리며 필자도 은근슬쩍 햄버거 하나 우물댄다.
‘아들아, 어쨌거나 고마워!’
세계적인 체인점인 맥도날드에는 세 개의 핵심 사업부가 있다고 한다. 햄버거 회사니까 당연히 햄버거사업부가 있을 것이고, 감자사업부, 그리고 콜라 등을 담당하는 음료사업부 이렇다. 이 중 어느 부서의 힘이 가장 막강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음료, 감자, 햄버거사업부 순(順)이란다.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팔려다 보니 햄버거는 1~2달러의 가격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햄버거를 팔면 팔수록 평균 30% 정도가 적자인 상황이 벌어진다.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안 팔 수도 없고 참 딱하다.
반면에 감자는 40%가 흑자고, 콜라나 사이다처럼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그냥 서비스로 따라 나오는 음료수는 무려 60%가 흑자란다. 와! 그래서 빈 잔 가져가면 선심 쓰듯 한 잔씩 리필(refill)해주고 그랬나 보다. 여태 눈치가 보여 리필은 아들한테 떠넘겼었는데 이젠 당당히 요구해도 되겠다. 어쨌거나, 맥도날드 비지니스는 햄버거로 본 손해를 감자와 콜라로 극복,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콜라 리필같은 장치는 약국에도 있다. 요즘은 웬만한 약국에는 오시는 손님한테 일단 요구르트를 하나씩 쥐어준다. 그걸 들고 어쩔 줄 모르는 어르신 표정은 정겹기까지 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공짜 비타민이라도 하나씩 권하는 약국에 더 드나들기 마련이다. 물론 약국 측도 좋은 일이다.
“그 약국은 얼마나 친절한지 갈 때마다 요구르트도 하나씩 주고, 내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왠지 약도 더 잘 듣는 것 같애.”하고 어르신들이 입소문이라도 내준다면 말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전(口傳) 마케팅 차원에서, 기분이 좋아진 어르신이 직접 전하는 약국 홍보는 사실 핵심 포인트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좋은 자료가 있다. 코카콜라 사(社)의 연구에 의하면,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은 평균 4~5명에게, 불만족한 고객은 9~10명에게 자신의 체험을 전한다고 한다.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보다 불만이 많은 고객이 두 배의 사람들에게 해당 가게에 대한 욕을 두 배나 한다는 말이다. 결국 약국 경영에 있어 요구르트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짜 요구르트 한 병으로 생긴 정신적 부채감은 그 약국에 대한 좋은 소문으로 치환될 공산이 크다. 사실 고객과의 거래는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이 불만을 가지게 되면 그 한 명만 잃는 것이 아니라 잠재 고객 수십 명을 동시에 잃는다.
어떤 보고서에는,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은 그 사실을 평균 8명에게 전하지만 불만족한 고객은 무려 25명에게 전한다고 말한다. 역시 구전 마케팅은 유의미하다는 말이다. 좋은 소문을 여러 번 듣다가도 나쁜 이야기 한 두 마디에 완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는 있는 만큼 입소문은 중요하다.
흥미로운 건, 부정적인 소문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 원래부터 우호적인 고객들보다 더 충성스러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불평을 전혀 말하지 않는 고객이 다시 그 제품을 사는 비율이 불과 9%이지만, 불평을 말하고 나서 그 문제점이 해소된 경우 재구매율은 6배나 많은 54%에 이른다고 한다. 좋은 소문은 당연히 좋다. 그러나 나쁜 소문도 보완이 된다면 고객은 더욱 충성스런 단골로 바뀐다는 거다. 요구르트, 작지만 정말 중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