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제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1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가 있다. 반지의 제왕 제3편 ‘왕의 귀환’이다. 이 영화는 앞서 제작된 제1편 ‘반지원정대’와 제2편 ‘두개의 탑’의 성공을 뛰어넘은 대박영화였는데, 세 편 모두 뉴질랜드에서 촬영했다. 주지하다시피 영화 반지의 제왕은 작은 낙농국가 뉴질랜드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에 미친 경제적 효과를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프로도 경제 효과(Frodo Economy Effect)’라고 부른다. 이를 항목별로 살펴보자. 영화 제작팀은 제작비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썼는데, 이 돈만 2억 5천만 달러라고 한다(▷직접지출효과). 당시 2만 3천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였고, 그 후 뉴질랜드 영상산업의 규모가 28억 달러(2010년)까지 성장했다(▷산업연관효과). 영화상영기간(2001년~2003년) 동안 약 400만 명의 관광객이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필름 투어리즘(Film Tourism)에 따른 경제효과만 38억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관광유발효과). AP통신은 뉴질랜드 국가이미지 제고효과가 4,8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광고매체 대체효과).
프로도 경제효과는 뉴질랜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고 한다. 정부는 영화를 만든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의 고향이 뉴질랜드라는 이유로 반지의 제왕을 자국 영화로 간주하여 세금을 면제해 줬다.
심지어는 행정부 안에 영화제작을 후원하는 전담 부서도 설치했다. 홍보는 말할 것도 없다. 상기한 뉴질랜드 정부의 영화촬영 지원업무는 일반적으로 영상위원회(Film Commission)라는 조직이 맡아 진행한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10개 정도의 영상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는데 대체로 광역급 이상의 도시에 설립되어 있다. 경주는 비록 기초급 도시지만 영상위원회가 꼭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주는 뉴질랜드에 버금가는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고대 역사물부터 1950~70년대 시대극까지 특별한 비용투입 없이 촬영이 가능한 자연적, 인공적 환경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둘째, 경주는 원래 관광이 주력사업인 도시이므로 영상물 로케이션에 따른 경제적 승수효과를 즉각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누릴 수 있다. 셋째, 경주는 로케이션 촬영에 대한 시민 및 유관기관의 학습이 이미 성숙단계라서 향후 로케이션 지원 사업의 성공을 좌우할 시민 및 유관기관의 지원 확보가 비교적 용이하다.
넷째, 영화계에는 강우석 감독을 비롯한 출중한 출향 인사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다. 영상위원회는 기본 기능인 로케이션 유치만 활발히 하더라도 본전을 챙길 수 있다. 촬영 팀이 먹고, 자는데 많은 돈을 쓰기 때문이다. 이후에 생기는 효과는 덤이다.
요즘은 장비와 편집실, 보조출연자들을 현지에서 직접 조달하기 때문에 지역 영상산업 발전의 전기가 마련되기도 한다. 상영에 돌입한 영화나 드라마는 흥행하면 할수록 해당 지역에 더 큰 경제효과를 만들어낸다. 영상물을 본 사람들이 ‘그곳’을 가보고 싶어 하고, 실제 찾아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굳이 반지의 제왕이 아니더라도 한류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이런 엄청난 효과들을 목격한 바 있다.
그럼 어떤 콘텐츠가 경주에 프로도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프로도 효과를 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지의 제왕이 이미 힌트를 주고 있다. 반지의 제왕은 신들의 이야기를 다뤄 뉴질랜드에게 신비스런 매력을 선사했다. 그 색다른 매력이 사람들을 뉴질랜드로 이끈 것이다.
경주는 어떤가? 신국(神國)의 땅, 신라에는 신화적 콘텐츠가 즐비하다. 이것들이 가공되어 영화로, 출판물로, 게임으로 멀티 유즈(multi use)되어야 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영상위원회의 가동과 함께 천재 이야기꾼들의 활약을 은근히 기대해 본다.
※영상위원회(Film Commission)
영상물 촬영유치 및 제작지원을 위한 로컬 시스템으로 촬영장소의 추천, 허가, 섭외 등 로케이션의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 숙박 알선, 보조 출연자 제공, 각종 관공서의 협력 등 영상물 촬영과 관련된 일원화된 서비스(one-stop service)를 제공하는 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