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 분야에서만 35년을 일해 온 필자는 OECD/NEA의 규제위원 자격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올봄에도 우리 공단과 프랑스 방폐물관리기관인 안드라(ANDRA)의 기술협력을 위해 파리를 방문했는데 그럴 때면 언제나 나는 에펠탑 근처를 숙소로 잡는다.
파리에 머물며 아침저녁으로 웅장한 에펠탑을 바라보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다. 연간 7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에펠탑이 건립 당시에는 수많은 반대에 직면했었다.
무엇보다 파리의 미관을 망치는 흉물스런 쇳덩이로 치부되었다는 점은 오늘날 우리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건립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20년 뒤 철거한다는 조건으로 공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거짓말처럼 들린다.
신라 천년고도 경주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첨성대에도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도 나왔던 내용인데 첨성대 건립을 둘러싼 왕권(王權)과 신권(神權)간의 치열한 다툼을 담고 있다.
쫓겨났던 덕만(선덕여왕 본명)이 공주로 복귀하면서 ‘환상’이 아닌 ‘진실’을 통해 백성을 다스리겠다며 첨성대 건립계획을 밝히는데 미실로 대표되는 신권세력은 백성에 대한 왕실의 정신적 지배수단이 무너진다며 강력하게 반대한다. 하지만 신권에 의해 독점되어 온 천문기상 관측정보를 공개해 천문을 이용해 불안을 조장하거나 사익을 채우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끝내 첨성대 건립을 이뤄낸다.
이처럼 첨성대는 통치자의 강한 위민의지로 천문대라는 기능적 역할에 더해 빼어난 예술성까지 가미되면서 오늘날 경주를 대표하는 최고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이처럼 건축물에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투영되지 않는다면 단지 쇳덩이에 지나지 않거나 돌무더기일 뿐이다.
나는 요즘 코라드가 완성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과 코라디움에 어떤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담을까 고민하고 있다. 사실 30년이라는 길고도 힘겨운 시간들을 이겨내고 완공된 방폐장에는 수없이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원자력의 이용으로 경제적 혜택을 누린 우리 국민의 사회적 책임감과 공공성을 담고 있으며 미래세대에 대한 우리 세대의 의무와 사명감도 담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두가 기피하는 국책사업에 대한 경주시민의 자기희생적 숭고함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방폐장이 가진 이러한 다중의 가치 위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지역민들을 위한 보답으로 기존 가치를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고 가계 소득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안들도 발굴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우리 코라드가 새롭게 창출해 가는 가치들은 코라드의 성장인 동시에 지역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지역과 코라드의 동반성장으로 이끌 우리 공단의 새로운 가치창출에 지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