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땡볕이 내려쪼이는 삼복더위 속에서 늙은 농부가 갓 거둬들인 고추를 씻어 앞마당에 펼쳐진 멍석위에 말리고 있다. 우연히도 참 오랫 만에 마주친 정경에 평화로움이 밀려 왔다. 그것도 잠시 이런 삼복더위에는 너도나도 더위를 피해 휴가나 피서를 가기 일반인데 저 노인은 세파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연의 섭리에 따르고 있다. 누구를 위해 이 더위를 마다 않고 고추를 심고 말리는건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저 힘없고 거친 노인의 한평생의 손길이 우리 식탁을 말없이 지켜준 보배로운 손으로 보였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풍요롭고 사치한 음식문화 속에서도 이 농부의 고단했던 고추생산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 맛을 제대로 내지 못했으리라. 그 감칠맛은 관심 없이는 보이지 않는 농부의 덕에서 나왔으니 첫째가 세상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이 되는 일을 수행하니 본(本)이요, 둘째가 시기에 맞게 열심히 일을 하니 근(勤)이요, 세째가 이런 외진 곳에서 소외된 일을 함에 있어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냄이 없으니 군자의 자(子)이다. 집에서 먹든 밖에서 외식을 하든 때때로 농부의 삼덕을 떠올리며 식사를 해보았으면 한다. 이근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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