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미술관이 박선기 ‘뷰티풀 View-tiful’전과 또 하나의 전시를 동시에 가진다. 한국-러시아 수교 25주년 기념 ‘실재와 가상의 틈 : 한국_러시아 미디어 아트의 오늘’전이 그것.
한러수교 25주년을 계기로 러시아와 한국 간 문화를 통한 교류의 새로운 장을 선도하고 뉴미디어 작품을 통해 러시아와 한국 작가들의 세계관 및 예술관을 비교해 보는 계기가 될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 68일간 우양미술관 1층에서 디지털, 사진, 비디오, 영상설치, 영화에 걸쳐 53점 내외의 전시를 가진다.
이번 전시는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독특한 시선과 표현방식을 소개하고 미술관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고 기 위해 우양미술관이 주최하고 힐튼경주, 경동건설, 부산은행이 후원한다.
참여작가로는 한국작가 6인(뮌(김 민선/최문선), 박준범, 유현미, 이명호, 천경우, 한성)과 러시아작가 6인 (막심 홀로딜렌, 블라드미르 마르트노프, 레오니드 티쉬코프 등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러시아의 지역성을 기반으로, 실재와 가상 이미지의 틈에서 발생하는 ‘의미’와 ‘예술적 효과’들에 관한 전시다. 사진, 영상, 영화, 설치 등 미디어 매체가 표상하는 기존의 기능적 또는 내용적인 틀을 새롭게 보는 과정에서 의문이 드는 지점들이 작가들의 개성적인 조형언어로 채택됐다.
기존의 전통적인 피사체와 촬영 기법에 대한 독특한 시선들이 발견된다. 피사체를 전통적 회화 매체인 흰 캔버스에 의해 사진의 사각형 앵글 속에 중첩 시킨다거나 현실세계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를 피사체로 설정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다시 남긴다거나, 앵글 속 피사체에 촬영자의 갑작스런 개입으로 인한 이분법적인 엄격함을 깨는 유머 그리고 영화적 연출을 사진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며 다운증후군 모델을 등장시키는 등 피사체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찰나적 시간이라는 사진의 기능적 속성에 대한 의문, 러시아 절대주의 말레비치의 기하학적 추상회화에 영감을 받아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 한다거나 비디오 카메라 형식을 사용해 시간의 흐름을 촬영하거나, 프린트 표면을 컷팅해 입체로 세우는 사진, 디지털 콜라쥬 등 사진의 기능과 형식적 속성에 대한 탐구의 스펙트럼도 넓게 제시됐다.
전시는 크게 두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반부는 연극적 설정 요소가 시각적으로 먼저 감지된다. 유현미 작가의 미술관 시리즈 2탄으로 사비나 미술관 지킴이 시리즈에 이어 ‘미술관 No.2 (우양미술관, 관람자)’ 편을 선보인다.
입구 정면에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을 설정해 벽과 바닥 및 남자모델에 페인트 칠을 하는 프로젝트 후 영상과 사진 작업이 진행됐다.
‘그림이 된 남자’영상과 사진을 통해 극적 내러티브가 강한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라우프 마메도프의 ‘피에타’는 영화 연출의 미장센을 통한 연극적 요소가 사진으로 극대화됐으며 알렉산드라 미틀랸스카야는 러시아인이 사랑하는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배경으로 한 ‘협주곡’ 과 스트라우스의 음악과 함께 스틸 사진과 유사한 영상미를 전달하는 ‘카프리치오’ 등이 상영된다.
이어 천경우 작가의 본인의 성 ‘천’씨 선조의 군의를 재현해 입힌 후 긴 시간 노출을 통해 흔들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천 (Thousands)’ 시리즈, 마지막으로 박준범 작가의 ‘점거 2 ’ 비디오 작품 외 4점은 정면과 바닥, 브라운관 TV와 LED TV를 활용해 작품을 바라보는 다층적 겹의 시선을 경험하게 된다.
후반부는, 실재하는 장면을 그대로 담아내되 우리가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실재와 가상의 틈에서 발견되는 색다른 서정성을 담고 있는 작업들 위주로 구성됐다. 시작은 뮌(김민선, 최문선) 작가의 실제 커튼과 흡사한 ‘서브텍스트’다.
다양한 천의 재질에 대한 실험 및 빛과 커튼 뒤로 섬세히 보이는 은은한 물체까지 고려해 촬영된 본 작품은 실재와 가상의 경계로 대표되는 표상인 연극무대 커튼과 같은 혼돈을 암시한다.
이어 한성필 작가의 경주 감은사지 3층 석탑을 촬영한 ‘환영 ’은 2015년 쿠바 하바나 비엔날레 메인전에서 소개된 ‘조화로운 하바나’ 작품이 소개된다.
이어 레오니드 티쉬코프의 북극과 타이완의 실재의 자연과 현대 산업사회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프로젝트의 ‘사적인 달’ 시리즈는 동화의 한 장면인 듯하다.
이명호 작가의 근작으로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을 배경으로 사막의 마른 덤불 후면에 캔버스를 연못처럼 설치한 ‘신기루 Mirage #5_patagonia’가 기존 ‘나무’ 시리즈와 함께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막심 홀로딜렌의 신체의 일부의 근접 촬영 이미지를 배경으로 각국의 기호화된 지하철 노선 이미지 콜라쥬를 통해 우리의 삶을 순환하는 유기체에 비유하고 있으며 장엄한 음악과 함께 상영되는 ‘대칭’ 작품에서는 단편영화 형식으로 러시아 특유의 정서를 직감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