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우리에게 영원한 수수께끼다. 과거와 현재를 경험한 우리 앞에 놓여진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아서 더 궁금하다. 점을 본다거나 용하다는 무당을 찾는 것도 예측 못 하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소재하는 글로벌 미래연구 싱크탱크도 궁금한 미래를 보여주는 역할은 똑같다. 그 대신 쏟아내는 예언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후인 20145년, 인간의 뇌는 로봇에 이식하고 로봇의 뇌를 인간에 이식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 가능해진다.
이미 1970년대 원숭이의 뇌를 다른 원숭이 뇌에 이식에 성공한 로버트 화이트(Robert White) 박사의 선례도 있다. 기술과학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진 미래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란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인간의 두뇌를 로봇에 다운로드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인간의 두뇌가 육체를 뛰어넘어 로봇 또는 기계 속에서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오늘날 매년 약 5700만 명, 하루에 15만 5000명의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 뇌에 들어 있던 개인의 추억과 독자성도 소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30년 후에는 많은 신경과학자들이 선진국의 경우 한 사람당 1만 달러, 개발도상국에서는 한 사람당 3000 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영구히 보존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의식, 다시 말해 한 평생 경험하고 축적해온 모든 추억이 죽음과 더불어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적 손실이다.
그래서 손가락 마디 하나 크기의 실리콘 칩에 저장되는 세상이 펼쳐진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복사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를 1000명 정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기야 레스토랑도 부엌도 없어지고, 단추만 누르면 프린터로 인쇄하듯 3D 프린터로 음식을 찍어내는 세상이라니 더 말해 뭐하겠나.
지금 하는 이야기는 공상 과학 만화나 영화가 아니다. 위에서 말한 글로벌 미래연구 싱크탱크가 매년 유엔(UN, 국제연합)에 보고되는 보고서 내용이란다. 이곳은 유엔을 비롯해 유엔 산하의 각 연구기관 및 다양한 국제기구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인류가 맞이할 미래의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전 세계 45개의 지부가 있고, 각 분야 3000명의 학자 및 전문가를 이사로 두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에 필요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기회와 위기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책과 전략을 제안하는 보고서가 바로 〈유엔 미래보고서state of the future〉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고. 유엔 국제기구의 선행 자료에다가 다양한 미래예측 기법을 활용해 과학적 신빙성을 더했다지만, 이러한 미래 보고서는 우리에게 충분히 충격적이다.
인간이 로봇과 뒤섞여 인간의 종(種)의 경계가 흐릿해질 것이라는 예측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유엔은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권위(authority)인지도 혼란스럽다. 뭐가 뭔지 아주 혼란스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장밋빛이든 회색빛이든 간에 미래의 시작은 지금 여기서의 ‘선택’에서 결정된다. 원론적으로 사람들 하나하나의 신중한 선택이 모여 인류가 나아갈 미래가 정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도 간단치가 않다. 최선의 선택이 반드시 최고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쵸코렛만 해도 그렇다. 광고나 입소문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편의점에서 움켜쥐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많은 옵션(쵸코렛)들이 실제 선택에 있어 큰 영향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과자 하나도 이 정도인데 이런 일을 수천만 개 쌓아 만들어낸 미래란 얼마나 예측 가능할까. 담배 연기가 2초 후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지구상의 최고 컴퓨터로도 예측 못 한단다. 인류에게 미래란 그래서 영원히 미래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