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에 걸리면 약을 먹는다. 인슐린이 제 역할을 잘 못하는 상황이면 약을 먹고, 인슐린이 아예 생성되지 않는다면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사실 치료 방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질환은 치료법이 수 십 가지가 넘을 정도로 굉장히 많지만 당뇨병은 그렇지 않다. 치료법이 많다는 것은 뭘 뜻할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 방법은 잘 안되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 보고 또 찾아보고 한다는 뜻인데 비해 당뇨병은 그 원인을 잘 알고 있으니 치료법도 간단하고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뇨병은 치유가능한 병일까?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다. 불치병이다. 내 몸속에 있는 인슐린에 문제가 생긴 병이니, 평생 인슐린을 대체할 뭔가를 넣어줘야 한다. 약이나 인슐린 주사 말고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 물론 있다. 치료라기보다는 예방에 가까운 것이지만 소식과 저염식,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이다. 누구나 들어봄직한 일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소식과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이 어떤 것인지 곰곰이 살펴보자. 소식은 적게 먹는 것이다. 저염식은 소금이 덜 들어간 것이니 싱겁게 먹는 것, 다시 말하면 맛없는 음식을 말하기도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한 시간 정도 이틀에 한번씩 주 3번 정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누구나 이렇게 해야지 하는 결심은 한번정도는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막상 해보면 굉장히 어렵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을까? 소식과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이라는 소박한 저 방법이 어려운 이유는, 평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일정한 기간을 두고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지금은 힘들어도 이 기간만 참으면 달콤한 열매를 기대하며 인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생이라는 뜻은 뭘까? 영원히다.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소식과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인간의 본능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말했듯이 인간은 지난 500만년동안 너무나 힘들게 살아왔다. 하루에 세끼를 먹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즉 굶기를 밥 먹듯이 해오며 살아온 인류다. 게다가 인간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약한 존재다. 지금은 배불리 뭔가를 먹어도, 내일도 이렇게 먹을 수 있다는 확신은 사실 어디에도 없다. 당연히 눈앞에 있는 음식은 지금 뱃속에 넣어놔야 생존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진다. 그렇게 우리는 500만년을 살아왔다. 우리의 세포 속 염색체 안에 들어있는 유전자들은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잘 먹기 시작한지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0년도 안됐는데, 지난 500만년동안 간직해왔던 방식을 버리라고 한다. 눈앞에 음식은 뱃속에 넣어 또 언제 굶을지 모르는 앞날에 대비해야하건만 소식하라고 한다. 더 맛있는 음식은 칼로리가 높을 수밖에 없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더 많이 먹을 수 있는데 저염식 위주로 먹으라고 한다. 게다가 겨우 몸 안에 넣어두고 앞으로 아껴서 써먹어야 할 에너지들을 규칙적인 운동으로 지금 소비하라고 한다. 우리 몸은 사실상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기나긴 세월 멸종되지 않고 이 지구상에서 가장 번창한 종으로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모진 사투 끝에 쟁취한 것인데, 그런데 이제와서 그 방식을 포기하라니. 그러니 당연히 소식과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은 힘들다. 만약에 당뇨병 초기인 사람이 소식과 저염식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만으로 평생 당뇨병을 치료하려고 하면 그것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몸에 더 치명적일지도 모른다. 김민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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