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백년 살고 싶어/ 봄이면 씨앗뿌려 여름이면 꽃이피네/ 가을이면 풍년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후략. (남진, ‘님과 함께’) ‘우리의 대중음악은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을 겪으며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입에서 떨리면서 읊조리던 노래들이었다. 하루의 노동과 고단한 삶을 달래며 구전으로, 축음기를 통해 그 시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긴 어둠의 통로와 같았던 그 시절, 우리의 상처와 이별을 보듬는 노래였다. 지난 시절 우리의 감성과 감동을 담으며 음악의 가장 아름다운 힘인 위로와 희망을 전달하는 열정이 우리의 대중음악 속에 담겨 있다. 아픔과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는 낭만이 되었고 그 낭만은 보다 드넓은 대중음악의 희망의 날개짓으로 이어졌다. 우리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우리의 삶을 담으려했던 수많은 뮤지션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뮤지션들이 K-POP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제패하고 있는 것이다 동영상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에서 인용. 우리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편안하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한국 대중음악의 모든 것이 집대성 돼 있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K-POP Museum, 관장 유충희)을 지난 14일 찾았다. -유충희 관장... 해외 오가며 모아 온 방대한 양과 수준 높은 퀄리티의 수집품들 경주에 집대성 신평동에 있는 이 박물관은 국내 최초, 최대의 한국대중음악박물관으로 지난 4월에 개관했다. K-POP 100년사와 오디오 100년사 발자취를 한 곳에서 일목요연하게 감상하고 즐길수 있는 것. 대중음악 전문전시공간인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K POP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그동안 정부 및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중음악 박물관을 설립하려는 모색이 있었으나, 여러 이유로 번번이 실패했다. 경주시 보문단지에 자리잡은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탄생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유물의 발굴, 보존, 전시와 더불어 대중음악의 연구, 교육 등 박물관의 폭넓은 기능을 모두 갖췄다. 더구나 정부나 지자체의 주도나 지원없이 한 민간인이 이루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유충희 관장은 부산에 거주하는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해외를 오가며 방대한 양과 수준 높은 퀄리티의 수집품들을 박물관을 지어 경주에 집대성 한 것이라고 한다. 유 관장은 업무차 경주를 왕래하면서 보문단지내 화백컨벤션센터 주변을 지목하게 되었고 경주 시장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박물관의 또 다른 장점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음악전문가 16명의 자문위원(위원장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이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들이 모여 박물관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 -한국대중음악 100년을 한눈에... 아티스트들 손길 닿았던 소장품 만나는 즐거움도 함께 1층부터 이 박물관의 포스가 대단하다. 시간성을 간직한 고가의 오디오와 스피커는 물론 로비에는 각종 악기들이 220개 정도 들어가 있는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우리가 추억하고 공유했던 뮤지션들의 육성과 체취들이 손에 잡힐 듯했다. 박물관 1층부터 3층까지 진입 계단 벽면에는 500여 장에 달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싸인 CD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K POP에 관심이 지대한 청소년들과 외국인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원통형 유성기와 SP, LP, CD, 카세트테이프 그 외 각종 기록물들이 약 7만 점에 달하는 등 유물의 수량과 질로 관람객을 일단 압도한다. 1층 음악까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 및 공연장에는 웨스턴 일렉트릭 및 알텍의 천장 설치를 비롯해서 스피커 4대가 중요한 음악감상회 및 공연에서 그 진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초대형 스피커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카페가 자리했으며 이 스피커가 설치된 국내 음향 관련 장소에서도 2대가 최다였던 것을 감안하면 음악 마니아들에게 감동의 공간이 될 전망이다. 지하에는 유물의 수장고 및 연구공간을 배치했다. 이 외에도 야외에 약 1500㎡ 규모의 데크형 야외공연장을 갖추었다. 2층의 상설 전시실은 한국대중음악 100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총 7만점의 음반들 가운데 1000여 점의 유성기 음반(SP), 7인치 싱글, 10인치-12인치 LP 등이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연대기 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전국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시대별 한국 대중음악 사료가 한 자리에 있는 것. 특히 별도 기획 전시 구역에 마련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코너를 통해서는 대중적 인기를 넘어 음악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1970년대 이후 가요사의 중요 음반들을 LP, CD, 카세트 등 다양한 포맷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이 박물관의 실무 총 책임을 맡고 있는 고종석 사무국장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더욱 보충해 올해나 내년초 경에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선정 100대 명반’을 선정해 다시 전시할 계획이다. 그 100선 선정에는 경주에 사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이들의 고견도 반영할 생각이다”고 했다. 한국 영화사에 기록된 중요 영화주제가들을 모아놓은 O.S.T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일제 강점기로부터 1980~90년대까지의 영화 음반들은 그 영화의 필름과 대본이 망실된 경우가 상당하다. 이 경우 영화음반만이 영화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음반인 경우도 많다. 이 외에 포스터, 검열 대본 등 시대상이 생생하게 반영된 유물들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한편, 한국대중음악의 여러 아티스트들이 직접 기증한 당대에 착용했던 의상과 악기들도 함께 진열돼 있다. 이렇듯 아티스트들의 손길이 닿았던 특별한 소장품들을 만나는 것은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히틀러가 연설시 사용했던 스피커 통한 음악 감상은 감동 그 자체 3층 오디오관 및 시청각실에는 음악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오디오관과 시청각실을 갖추었다. 특히 시청각실에서는 한국대중음악의 중요한 음반과 영상자료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3층은 음악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오디오의 공간인 것이다. 단순히 음향기기가 마니아들의 수준에서 그치는 정도의 자료가 아니라 인류 음향기술이 집적된 역사적 명기들이 모여 있다. 특히 세계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최고급으로 인정받으며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웨스턴 일렉트릭 사의 스피커’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시청각실에서는 일정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한국대중음악사의 중요한 음반들을 이 귀한 스피커로 직접 경험하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대중음악 100년사’ 동영상을 통해서는 한국 대중음악 근현대사 흐름 속에서의 변천사를 읽을 수 있었다. 고 국장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한국대중음악 100년사’ 동영상을 보고 눈물짓는 분들이 많다. 각 학교에서도 교육적 자료로 쓰기 위해 자료로 요청하고 있어 제공할 예정이다” 고 했다. 고 국장의 배려로 전관에 걸쳐 흐르는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카루소’를 들으며 잠시 100여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보는 듯한 사치를 누렸다. 명기들의 스피커에서 흐르는 음악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동 그 자체였다. “전 세계에서 이 소리를 들으려는 관람객이 꾸준히 박물관을 찾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지에서 오디오 전문가나 음악 애호가들이 찾아온다. 특히 일본인 매니아들은 절을 하고 경의를 표하면서 이 소리를 감상한다”고 했다. “그러나 매일 이 기기들을 통해 음악을 들려 드릴 수 없는 것은 기자재 자체가 파손되거나 마모되면 구할 수 없어서다.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들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자이스이콘 이코복스’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당시 동독 음향 기술의 최대 걸작품이라 할 수 있는 ‘Rft Capitol’ 스피커는 히틀러가 연설시 사용했던 스피커로 유명하다고 한다. 한스 에릭 필립의 ‘저녁의 노래’를 들었는데 당시 히틀러가 연설했던 기기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특별한 행운이었다. 360도 전 방향에서 들려오는 음악은 근대사의 어느 한 주인공이 돼 역사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오래된 명기는 그렇게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다. -한국대중음악은 오랜 역사와 깊이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시킬 공간 고 국장은 “현재 이곳을 벤치마킹해 가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우리 박물관은 최초, 희귀, 발굴, 체험 등의 네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최초’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중요한 키워드다. 특히 여기서 공개되는 최초의 자료들은 고(古)자료 수집가나 연구자들도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유일하게 전 세계 한 장 뿐인 음반도 있다” “개관 이후 많은 변화와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다. 9월부터는 경주대학교 실용음악과와 산학 협력 체제를 이뤄 공연을 같이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한국대중음악사의 중요한 기록과 알찬 행사들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해외 관광객들에게 한국대중음악이 현재의 아이돌이나 댄스음악이 전부가 아니며,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와 깊이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시킬 공간이 될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