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폐쇄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 6월 12일 에너지위원회는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 1호기(가압경수로형(PWR), 설비용량 58만7000kW)의 영구정지(폐로)를 권고하기로 결정하고, 6월 16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17년 이후 고리 1호기 운영계획(안)’을 두고 약 4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정부의 권고에 따라 고리 1호기를 영구정지하기로 결론을 지었다.
2017년 6월 18일까지만 가동될 고리 1호기는 왜 10년 재 수명연장을 신청하지 않았을까,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리 1호기 폐쇄 권고에 대해 “안전성, 경제성, 국민수용성,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고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원전산업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실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리 1호기를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있다.
첫째,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를 통하여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저탄소 전원믹스’형 전력정책의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제안했다. 새로 건설되는 신규 원전은 150만kW 규모 2기로 총 7조원이 소요되며 오는 2028년과 2029년에 완공될 계획이다.
한수원은 대진(삼척) 1·2호기 또는 천지(영덕) 3·4호기로 건설의향을 제출할 예정이며, 이에 대한 최종 입지는 2018년경 발전사업 허가단계에서 확정된다. 결국은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2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주고받기식의 이해타산이 들어있는 것이다.
둘째, 부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지자체, 지역 국회의원들의 힘(현직 국회의장, 여· 야당 대표 등)있는 정치공학적인 산물이다. 셋째, 고리 1호기와 관련된 원전 해체 기반기술 확보이다.
그래서 정부 지난 6월 21일 미래부, 산자부, 원안위 등 관계부처와 고리 1호기 해체와 관련한 향후 추진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1500억 원을 투입해 미확보 된 17개의 원전 해체기술 개발을 2021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원전해체 기반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약 70% 수준으로 원자력시설 해체를 위해 요구되는 핵심 기반기술 38개 중 연구개발을 통해 17개를 확보했지만 미확보 기술은 21개로 오는 2021년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원전 해체의 가장 핵심 기술인 주거지역 오염복원, 고방사성 폐기물 안정화,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21개 고난도 기술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해체공정 통합평가, 원격제어, 고도제염, 특수폐기물 처리, 환경복원 등 고부가가치 기술은 전무한 것이라고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평가하고 있다. 고리 1호기가 2017년 영구정지 되면 5년 정도 원자로 냉각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르면 2022년쯤 해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050년까지 세계원전 해체 시장을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한수원)도 원전 1기당 해체 비용을 6033억원 정도로 책정했다. 따라서 국내에도 장기적으로 수 조원의 해체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2012년 11월 20일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 기반기술계획안이 확정 발표된 후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원자력시설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를 2019년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하고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하고 공모에 들어갔지만 경주, 부산을 비롯한 8군데의 지자체가 신청을 하면서 과열 양상을 띠게 되었다.
우리 경주시가 관심을 갖고 전력추구 하는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원해연)’유치 운동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경주유치의 당위성을 알리는 대정부 건의문과 도민, 경주시민 22만 5천여명의 서명지를 관계 기관에 전달하였고, 원해연 유치단을 발족하고 시장을 비롯한 유치단 관계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리 1호기 영구폐쇄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내년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원해연 유치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특히 부산·울산광역시의 연대움직임과 해당 지역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의 표계산 때문에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가 부산지역으로 갈 공산이 큰 것이다.
우리 경주 상황을 되돌아보자 우리는 막연히 한수원 본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수로(4기), 경수로(2기) 원전, 중·저준위방폐장이 있다는 논리로 경주가 최적지라고 말하고 있다. 경상북도 또한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의 선거용 청사진만 있었지 실질적인 성과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원해연을 경주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대구, 경북의 정치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경북에 집중된 원전설비(가동 11기)의 위험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방폐장 유치 당시의 약속과 정부의 신뢰도를 꾸준하게 제기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원해연 유치단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지금 원해연 유치단에 교수, 학계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추진 동력이 있는 운동가가 필요하고, 전력가가 필요하고, 싸움꾼(대정부 로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경주시의회는 왜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가,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전리품만 챙기려고 하지 말고, 경주지역의 시민사회단체(경마장, 태권도 공원 유치 경험)와 연대하여 경주시의회는 원해연 유치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는 분명히 해체 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라 고리 1호기 폐쇄와 관계가 없는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 처리가 해체 기술의 핵심인 셈이다.
2022년 월성 1호기를 영구폐쇄하기 위해서는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는 경주에 꼭 와야 한다. 지금부터 해체 기술을 준비하면 2028년에는 고준위핵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중수로 캔두형 원자력 발전소 월성 1~4호기를 순차적으로 안전하게 해체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