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랜드’란 말을 참 많이 쓴다. 브랜드(brand)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것들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독특한 이름이나 상징물의 결합체다. 어원은 노르웨이의 고어 ‘brandr’에 있는데, 이 단어는 ‘태운다(to burn)’라는 뜻이라고 한다. 고대 유럽에서 자신의 가축에 낙인을 찍어 소유주를 명시하던 관례에서 그 뜻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브랜드라고 하니 ‘명품’이 얼른 떠오른다. 샤넬, 디오르, 구찌, 프라다, 캘빈 클라인, 안나 수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다. 이들이 ‘명품’인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소재와 창의적 디자인은 기본 요건이다.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성어린 손길도 필요충분조건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은 고객들과 함께한 장구한 시간이다. 제아무리 대단한 제품이라도 수년 만에 명품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는 없다.
화제를 지역으로 돌려보자. 지역 브랜드는 무엇인가? 또 경주의 브랜드는 무엇인가? 지역 브랜드의 핵심 요소는 타 지역과의 차별성이다. 여기서 차별성은 해당 지역의 고유성에서 나온다. 고유성은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성질을 말한다.
그럼, 경주의 고유성은 무엇일까? 우리가 또는 다른 이들이 ‘경주답다’고 말할 때 바로 그것이 고유성일 터이다. 지역 브랜딩의 목표는 타 지역 사람들이 그 곳에 ‘가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무언가 그 곳의 고유한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여행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역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을 그 곳에 ‘살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는 도시의 가치를 자연환경이나 문화재와 같은 유형자산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형자산의 핵심은 창의적인 인재, 그리고 도시 브랜드다. 다시 말해 지역에 창의적인 인재들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와 고유성에 기초한 지역 브랜드의 힘이 도시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 경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신라천년의 문화재 덕분에 세계적인 수준의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무형자산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만약 경주의 도시가치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면 이건 무형자산의 결여가 원인일 것이다. 먼저 창의적인 인재를 수용할 제도와 문화를 점검해 볼 일이다. 그 다음은 앞서 언급한 지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는 일이다.
지역 브랜드는 타 지역과 구별되는 고유성이 핵심이라고 했다. 지역 브랜딩은 이 고유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테마를 의식적으로 창조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지역의 테마가 단기간에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목표는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살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역 브랜딩이 성공하면 해당 지역은 ‘브랜드 파워(brand power)’를 갖게 되는데 이건 대단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우리는 파리를 ‘예술도시’라고 부른다. 그래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리에 가고 싶어 한다. 도시 브랜딩이 만든 엄청난 결과다. 한편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로 브랜딩에 성공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역 브랜드는 단기간에 창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리콘 밸리가 세계적인 첨단도시로 알려진 건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함평이 나비축제로, 부산이 영화제로 브랜드 파워를 획득한 것도 불과 몇 해 전의 일이다. 이것이 명품 브랜드와 다른 점이다.
우리 경주의 브랜드는 무엇일까? 무엇이 경주다운 것일까? 경주의 브랜딩은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장구한 세월 속에 존재하는 고유성을 잘 포착하는 작업일 것이다. 따라서 그 브랜드는 단기간에 의식적으로 창조될 지라도 명품 브랜드의 시간성 요건을 충족하는 셈이므로 상당히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도시의 가치를 높여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지역 브랜딩은 창의적 인재를 중심으로 지역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강력한 브랜드로 탄생된다. 많은 시간과 고통이 수반될 지도 모른다. 앞서 브랜드의 어원이 가축에 낙인을 찍는 거라고 했다. 살을 에는 아픔이다. 남다르기 위해서는 이런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