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참 많다. 2010년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는 320만 명에 육박하며 2050년에는 이의 두 배가 넘는 숫자가 당뇨병에 걸린다고 한다. 즉 60세 이상의 인구에서는 두 명중 한 명꼴로 당뇨병 환자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당뇨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 소변에서 당이 나온다는 뜻이다. 당은 우리 몸을 유지하는 필수 에너지원으로 절대로 소변으로 버리면 안 되는 그런 유용한 물질인데, 그것이 체내에 워낙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소변 안에 넣어 배출시켜버리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뇨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과 포유류를 넘어 물고기까지도 걸리는 종을 망라한 전 지구적인 병이다.
당뇨병에 걸리는 이유는 과연 뭘까?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위장에서 잘게 부수어지고 소장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이동한다. 간에서는 음식물을 우리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변환시키는데, 그게 바로 당이다.
이 당은 혈관을 통해서 온몸으로 전달되는데, 우리가 밥을 많이 먹든 굶든 간에 혈당은 일정한 농도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혈당이 일정범위 이상으로 올라가버린 것이 바로 당뇨병이다. 올라가는 이유는 혈당이 올라갔을 때 내려주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해지거나 기능을 상실했을 때이다.
혈당이 올라갔을 때 다시 내려주는 호르몬이 인슐린이며, 반대로 혈당이 내려갔을 때 올려주는 호르몬이 글루카곤, 성장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아드레날린 호르몬, 노아드레날린 호르몬 등 여러 가지 종류들이 있다.
뭔가 살짝 이상한 것이 보여야 한다. 혈당을 낮춰주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밖에 없는데, 혈당을 높여주는 호르몬은 왜 저리 많은 것일까? 그러니까 인슐린에 문제가 생기면 곧장 당뇨병과 연관되어버린다고 봐도 무방하니 인류는 당뇨병에 취약한 게 맞다.
인류가 지구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을 때는 500만년전 쯤으로 보고 있다. 태곳적 우리의 조상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뭘 먹고 뭐하면서 살았을까? 사실 굉장히 힘들었던 고난의 연속이었을 게다. 하루 종일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어도 늘 배는 고팠을 테고, 굶어죽는 동료가 수없이 많았다.
당연히, 우리 몸은 배부르게 음식을 먹는 것보다, 굶주리는 상태에 더 잘 적응해 나갔을 것이다. 즉 배부를 때 작용하는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겠지만, 배고플 때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들은 하나로는 부족해서 여러 가지가 필요했고, 그렇게 만들어냈을 거다.
인류의 배고픈 생활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500만년의 역사 중에서 인간이 배부른 시기는 언제부터였을까? 농사를 짓기 시작한 1만년 전부터? 산업혁명이 일어난 200년 전부터?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 의하면 제1의 물결은 농경이고,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이다.) 둘 다 아니다. 물질이 풍요로워진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니 불과 5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즉 500만년 동안 굶주리다가 배부르게 먹은 것은 50년뿐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현대인류는 조상들이 몰랐던 당뇨병이라는 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혹시 미래의 인간은 당뇨병을 정복할 수 있지는 않을까?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 인슐린 하나뿐인데, 제2의 인슐린, 제3의 인슐린을 계속해서 우리 몸이 만들어낸다면 당뇨병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500만년이 이대로 지나간다면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배부른 것에 더 익숙해지도록 우리 몸이 진화해 나간다면 말이다.
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