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이하 원해연) 부지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그동안 비교우위에 있던 경주시가 위기에 봉착했다. 경쟁관계였던 부산 기장군의 고리1호기가 지난 달 12일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가 폐로를 한수원에 권고했고 한수원이 이를 받아 들여 최종 결정함으로써 원해연 유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특히 부산광역시가 고리1호기 영구폐쇄 관철 이후 원해연 유치의 우위를 점하려고 행정과 정치권, 시민사회가 역량을 모으고 있고 울산광역시까지 연대하고 있어 원해연을 경주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북도가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했던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와 연계해 명분을 확보하고 인근 대구광역시와 연대, 대구경북권 정치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만치 않는 여건 원해연 경주유치 고리1호기의 영구 폐쇄 결정으로 원전해체기술 개발이 현실화 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원자력시설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는 오는 2019년까지 1473억원을 투입해 7550㎡ 규모의 원전 해체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당초 작년 10월 부지를 선정한 뒤 내년부터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작년 6월 시작한 기획재정부의 원해연 설립 예비타당성 조사는 해를 넘기고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원해연 유치를 신청한 곳은 경주를 비롯해 부산 등 8개 지자체다. 그리고 국내 원전 최대 집적지면서 한수원 본사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있는 경주가 가장 적지라는 명분까지 가져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원해연의 경주유치는 고리1호기 영구폐쇄 결정으로 부산이라는 강력한 적수를 만났다. 그동안 지역사회의 여론을 이용해 고리1호기 영구폐쇄를 이끌어 낸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제는 이를 발판으로 원해연 유치를 위해 보수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시민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 시장이 울산시에 원해연 공동유치를 제안하고 내년 총선을 겨냥해 정치권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부산시는 원해연 유치를 위해 시장 직속의 적임자를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주시도 그동안 다른 신청지역보다 일찍이 원해연 경주유치위원회를 구성해 경북도민과 시민들의 의지를 모았다. 그리고 경주유치의 당위성을 알리는 대정부 건의문과 도민 및 시민 22만5000여명의 서명지를 국회와 미래부, 산자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전달하는 등 활발한 유치활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경북도도 대구시와 연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경주 하이코에서 경북도와 경주시, 포항시, 지역 대학교, 연구소 등 18개 기관이 참여해 경북도의 미래 주력추진 사업인 동해안원자력클러스터 활성화와 원해연 공동유치를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범도민 차원의 힘을 모으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와의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시와 최대공업도시인 울산시의 연대는 물론, 내년 4월 총선에서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한 출마자들이 원해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무엇보다 높기 때문에 정치권 대결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원해연 입지선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경주로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이 임박할수록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총선에 휘둘려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원해연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간 과열 경쟁으로 정부가 입지선정에 부담을 느껴 내년 총선 이후에 입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규호 교수(경주대)는 “경주는 그동안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경마장과 태권도공원을 유치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특히 태권도공원은 전문가 평가결과 경주가 적합지역으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리로 무주로 결정된 바 있다”면서 “이러한 계속되는 국책사업 유치 실패는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주었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결국 혐오시설로 기피했던 방폐장을 주민투표로 지지를 받아 유치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원해연을 공모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시민들을 또 한 번 상실감에 빠지게 할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정치적 논리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 경주가 최적지다 경북도에는 10기의 원전(경주 4기, 울진 6)기 가동 중이며 향후 6기(경주 2기, 울진 4기)가 추가 건설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23기의 원전 중 절반이 경북 동해안에서 가동되고 있다. 특히 경주에는 중수로형 원전 4기와 경수로형 원전 2기가 함께 있게 되는 유일한 지역이며 중저준위방폐장과 이를 관리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있다. 또 원전의 주 관리기관인 한수원 본사가 있어 원해연이 들어서야하는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다. 또 경북도민과 경주시민들의 수용의지 또한 강하기 때문에 미래 산업으로 추진될 원자력해체산업을 주도하는 원해연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경주시민들이 역사문화관광도시 임에도 불구하고 19년 동안 정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난제였던 방폐장을 수용함으로써 이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지난 4월 22일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도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트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던 경북도와 원해연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경주시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새 협정으로 인해 사용 후 핵연료 연구 분야서 일부 자율성을 확보하게 돼 경북도의 핵심사업인 원해연 유치와 제2원자력연구원 설립이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한미 협정으로 차세대원자력시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100만평의 부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부지확보가 용이한 경주시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용래 원해연 경주유치단장은 “한미 원자력협정으로 원자력이 최대 먹거리가 됐다. 경주는 원해연뿐만 아니라 차세대원자력시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추었고 준비 또한 되어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꼭 잡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구 자치단체와 정치권 뭉쳐야 경북도는 2006년부터 원자력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2009년 7월 정부에 제2원자력연구원 유치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2010년 3월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미래 원자력 과학산업벨트 조성을 건의하는 등 동해안 원자력산업클러스터 조성에 주력해왔다. 경북 동해안인 경주~포항~영덕~울진을 잇는 원자력클러스터에는 2012년부터 2028년까지 총사업비 12조7760억원(국비 10조7792억원, 지방비 1조18억원, 민자 9950억원)을 투입해 추진체계·과학기술·산업생산·인력양성·원자력친환경문화조성 분야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이사업은 3년여 동안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가 원자력클러스터 자체계획 수립 후 올해 처음으로 국제원자력인력양성원 10억원과 원자력기술표준원에 대한 신규 사업으로 설계비 2억원 등 12억원을 확보했다. 국제원자력인력양성사업은 오는 2018년까지 총 사업비 353억원을 투입, 전국적인 원전인력양성의 요람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북도도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와 제2원자력연구원 유치 등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원해연 유치 과정에서 대구시와의 상호협조, 경주시를 비롯한 시군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산시와 울산시의 정치권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맞서 대구경북권 정치권의 단결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원해연 경주유치위 관계자는 “경북도의 원자력클러스트 조성을 실현하고 원해연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구시와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된다”면서 “이를 위해 향후 대구시가 추진하는 정책을 경북도가 적극 도와주는 협력을 맺는 등 상호협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부산시의 경우 행정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원해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워 분위기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경북도와 경주시가 적극 나서고 있지만 대구시와의 연대는 물론 대구경북권 정치인들도 이번 기회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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