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원해연) 부지선정이 미뤄지면서 신청한 지자체 간의 과열경쟁이 우려된다. 그동안 8개 신청 지자체 중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경주시는 부산 기장군의 고리1호기 영구폐쇄 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부산시는 전략적으로 고리1호기 영구폐쇄를 이끌어 내면서 원자력해체산업의 시작 촉구와 함께 이를 연구할 원해연 유치를 위해 전 방위 공략을 펼치고 있다. 행정과 시민사회단체, 지역언론까지 가세한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히 만만치 않은 기세임은 분명하다. 경주시도 원해연 유치를 위해 다른 경쟁 지자체들에 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여 왔다. 또 지난 4월부터는 경북도가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 추진과 제2원자력연구소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경주시로서는 큰 힘이 되고 있으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책사업 결정은 항상 변수의 연속이었던 점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경주시민들은 경마장과 태권도 유치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면서도 정치적인 힘에 밀려 무산된 경험을 했다. 그리고 경주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민간 첨예한 찬반대립을 극복하면서 19년 동안 정부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방폐장을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찬성해 정부의 정책을 받아 들였다. 하지만 정부가 방폐장을 유치한 대가로 약속했던 유치지역지원사업은 방폐장을 유치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50%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을 시민들은 지켜보아야만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 세계 원자력 해체시장 규모가 978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전 선진국에서 가장 주목하고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막대한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미래 새로운 블루오션인 원전해체산업에 뛰어 들기 위해 원해연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원자력 해체산업을 주도할 원해연은 경북 동해안에 있는 경주가 최적지라는 것에는 이설(異說)을 달지 않고 있다. 경북 동해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23기의 원전 중 10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앞으로도 추가 건설이 예정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한수원 본사와 원전 등에서 나오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처분장과 이를 관리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경주에 있기 때문이다. 또 경북도가 5년 전부터 추진했던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 조성과 연계한다면 경북 동해안은 미래 우리나라 첨단 에너지산업의 요람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국책사업인 원해연의 유치는 이러한 명분과 적합성만으로는 결코 경주가 유치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부산시가 원해연 유치를 위해 울산시와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부지 결정에 세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경주시민들이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펼치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준 만큼 경북도와 대구시, 경주시와 도내 시군들이 서로 협조하는 전략을 수립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늦었지만 정수성 국회의원은 대구경북권 국회의원들에게 두 지자체의 공동발전을 제안하면서 든든한 우군을 만드는 역할을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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