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착륙한 최초의 인물은 미국의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다. 그러면 지구 최초의 우주비행사는 누구일까? 바로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이다. 옛 소련(현재 러시아) 사람인 그는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29분 만에 지구 상공을 일주함으로써 인류 역사상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한다.
우주에서 지구를 본 감상을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라고 한 말이 유명하다. ‘한 사람에게는 비록 조그만 한 발짝에 불과하지만 전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이란 암스트롱보다 짧지만 더 선명한 선언이었다.
지금 여기는 보스토크 1호 안. 우주선은 거대했지만 알다시피 우주선이란 게 그것도 60년대 우주선은 가가린 혼자 지내기에 너무나 협소했다. 그래도 자신이 사는 지구를 바라본 첫 번째 사람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긴다. 작지만 분명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거다. 틱..틱..틱 그것은 대시보드에서 나는 소리였다.
“어? 제어판에 뭔가 문제가 생겼나?”
그는 기계를 살피기 시작했다. 소음의 진원지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찾을 수가 없었다. 지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음이란 용인된다. 불을 끄면 이따금씩 나는 탁! 틱! 하는 소리 말이다. 냉장고인지 텔레비전인지 모를 소리 말이다.
하지만 여긴 우주 한복판 아닌가?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그 원인 모를 소음이 우주선 밖 우주 태초의 침묵을 깬다. 그 성가신 소음은 몇 시간 동안 지속된다. 원인을 찾지 못한 가가린에게 그 소음은 고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났다. 피할 수 없는 이 소음과 같이 한 그는 이성을 잃을 지경이다. 그저 조그만 소리일 뿐이겠지만 온 신경은 그 조그만 소리에 묶여 있다. 그렇게 무려 25일을 지구 최초의 우주인은 그 소리와 함께 우주선에 갇혀 있다.
결국, 그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가가린은 두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 소리는 더 이상 소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노랫소리다.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그는 소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똑바로 정신을 차릴 유일한 방법은 이 소리와 사랑에 빠지는 거야”
온몸으로 배척하고 거부했던 소음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려 노력하다 보니 가가린의 귀에는 어느새 음악으로 들리더라는 것이다. 라디오 주파수 맞출 때 삑삑거리던 소음을 견뎌내면 이윽고 우아한 음악이 들리던 경험 한 번쯤은 해보았을 터이다. 음악을 들으며 그는 행복한 우주여행을 마저 수행한다.
언제 어디서나, 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없는 모양이다. 소음이 항상 괴로운 건 아니다. 음악 또한 누구에게나 즐거운 것이 아니듯이.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름의 불청객 모기는 누구나 싫어하지만, 은근히 그 해충을 반기는 에프킬라같은 회사도 있는 법이다.
그럼 사람은 보통 어느 상황에 불행하다거나 만족하지 못할까? 교토대학교 오사와 마사치 교수는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되었을 때 ’지금 행복하다‘거나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소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무기력했던 우주인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이다.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인정은, 기적처럼 듣기 싫은 소음을 듣고 싶은 노래로 바꾸어 버린다. 어느 날. 비행 중이던 제트 훈련기 한 대가 모스크바 근교 어느 마을에 처참하게 추락한다. 불행히도 그 속에는 유리 가가린이 있었다. 1968년 3월 27일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