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마을에는 이색적인 카레집이 있다. ‘아라키’라는 곳이다. 정확히는 이곳의 주인인 아라키 준(50)씨의 이력이 이색적이다. 교토대 사학과에서 현대사를 전공했으며, 경주의 역사와 현대사에 대한 연구를 위해 지난 2011년도에 경주에 정착을 하게 됐다.
그가 운영하는 ‘아라키’는 맛집 블로거들을 통해 많이 알려진 맛집이다. 점심식사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매주 수, 목요일은 쉰다.
그 이유는 바로 그가 휴업일을 이용해 연구도 하며 매월 짝수 주 목요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해설사일을 하고 있는 것. 2012년부터 역사해설 봉사자로서 활동해온 그의 해설은 특이하고 재미가 있다.
유물 유적의 발굴당시 상황과 시대적 배경 등을 그가 연구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해설하면서 또한 일제강점기의 경주의 문제점과 모순점 등도 이야기해준다.
‘일본인이 해설하는 한국 경주의 역사’는 듣는 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아라키씨는 흥미를 위해 해설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객관적으로 이 시대를 공부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다. 근대 경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생생한 한일 교류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사에 있어서 일제강점기는 민감한 부분이다. 그의 말처럼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아라키씨는 경주를 ‘풍요로운 곳’이라고 표현했다. 첫째로 신라천년의 역사와 조선, 현대까지 시대별로 겹쳐있는 역사가 풍요롭다. 둘째로 분지와 강, 산, 자연의 산하에 있는 자원이 풍요롭다. 셋째로 그 모든 것에 둘러 쌓여있는 사람과, 토박이 지역민들의 자존심, 예술적 감각, 문화재에 대한 시민의식 까지 풍요롭다고 했다.
풍요로운 곳의 풍요로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경주라면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그리고 상호이해를 위한 가교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의 경주, 경주의 사회관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며 그 과정에서 알게되는 새로운 사실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