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복귀했다.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치료받던 메르스 확진환자 3명이 모두 완치돼 퇴원했기 때문.
지난 22일 경북도내 메르스 첫 확진자인 경주 거주 윤모(59·131번 환자)씨가 완치돼 지난 22일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퇴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수도권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동국대경주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아오던 11번 환자 장모(여·79)씨, 홍모(여·77)씨가 완치 퇴원해 각각 집으로 돌아갔다. 장씨와 홍씨는 지난달 29일 동국대 경주병원으로 이송돼 왔었다. 이들 3명이 모두 퇴원하면서 경주에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한 명도 없는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회복하게 됐다.
22일 퇴원한 윤씨는 아들의 진료를 위해 지난달 27일, 31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머물다 메르스에 감염됐다.
윤씨는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후 고열 등의 증세로 경주지역 병원 3곳과 포항의 병원 1곳 등 4곳에서 진료를 받았다. 특히 포항의 한 고교 교사인 그는 학교에서 수업을 한 것으로 확인돼 경주와 포항지역에서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일었다.
윤씨는 지난 7일 동국대 경주병원 격리병동에 입원해 1차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가 12일 2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아 확진환자로 판명됐다. 윤씨는 격리병동에 입원한지 15일 만에 4차 검사까지 완치판정을 받아 이날 퇴원했다.
윤씨는 퇴원 당일 개량한복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격리병동 복도를 걸어 나왔다. 그의 걸음걸이에서 아픈 기색은 전혀 없었고, 목소리도 까랑까랑했다.
윤씨는 “몸이 아픈 것보다 경북도민과 교직원,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죄송함에 고통이 심했다”며 그간 겪었던 심적 고통을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는 아픈 곳이 전혀 없고 몸 상태가 좋다”며 “메르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힘을 모은 시 보건소, 경북도, 경북도교육청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치료 받는 동안 항상 이해와 배려를 해주고 항상 따뜻하게 보살펴 준 동국대 경주병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윤씨의 퇴원에는 최양식 시장, 권영길 시의회 의장, 이동석 동국대 경주병원장 등 의료진이 참석해 축하했다.
최양식 시장은 “이제 경주는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관광도시의 위상을 되찾아 기쁘다”며 “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치료받던 메르스 환자가 모두 완치된 것은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의료진 메르스 퇴치위해 비지땀
“메르스 확산 방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한 명의 추가 발생자도,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메르스를 퇴치시킨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메르스 국가지정 치료병원인 동국대 경주병원 의료진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며 시민과 의사회 등이 내건 현수막 내용이다.
동국대 경주병원이 경주를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되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병원은 메르스 발병 초기 수도권에서 온 환자 2명과 지난 12일 경주서 발생한 윤모씨 등 3명을 집중 치료했다.
이동석 병원장을 비롯해 호흡기·신장·내분비내과 등 의사와 간호사 등 20명의 의료진들이 비상근무를 하며 밤낮없이 메르스 확산방지와 환자 치료에 힘을 쏟았다.
경북도에서 유일하게 격리병상을 갖추고 있는 동국대 경주병원은 음압병상 5병상을 포함해 격리병상 38병상으로 의심환자와 일반 환자들의 동선을 분리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며 메르스 차단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3명의 메르스 확진환자들이 병을 이겨내고 퇴원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 메르스 극복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
그러나 지난달 29일 수도권 메르스 환자 2명이 동국대 경주병원을 이송돼 왔을 당시만해도 지역민들의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국가가 지정하는 격리병상 운영으로 확진환자까지 받아들이면서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
환자의 건강상태 또한 좋지 않았다. 11번 환자인 장모(79) 할머니는 병원으로 왔을 당시 중증 치매와 폐렴 등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나빴다.
또 29번 확진환자 홍모(77) 할머니도 대장암 수술과 고혈압 등으로 치료가 어려운 상태였으며, 131번 환자 윤모(59)씨 역시 폐렴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병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내 제1호 전염병 대응 교육·훈련 지원센터로 지정돼 메르스 확산 전인 지난 5월부터 국내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전염병 훈련을 실시해 온 것이 주효했다.
동국대 경주병원이 메르스 발병에 대한 신속한 초기 대응과 확진환자를 완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지난 16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선별진료소를 운영, 병원 폐쇄없이 일반인들도 안심하고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민불편 해소에도 큰 역할을 했다.
병원 측의 노력으로 확진 환자가 완치 퇴원하자 경주시와 시민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경주시는 병원 측과 함께 메르스를 이겨내고 퇴원하는 환자에게 꽃다발을 주고 현수막을 내걸어 완쾌를 축하했다.
경주지역 마을 이통장연합회와 주민자치위원회, 경상북도의사회 등 각 단체들도 자발적으로 동국대 경주병원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담아 격려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동석 동국대 경주병원장은 “환자 완치도 기뻐지만 지역민들이 격려해 줘서 너무나 감사드린다”며 “메르스가 진정국면 기미가 보이지만 전국에서 완전 종식될 때까지 개인위생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경주병원 의료진들이 말하는 메르스 현장
이동석 병원장, “지역민들 격려 감사드린다”
이동석 병원장은 “의사 6명, 간호사 14명 등 총 20명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의료진들이 비상근무를 하며 환자 치료에 몰두한 결과 3명 모두 완치 퇴원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이송된 이후 처음엔 지역에서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불안감이 확산되던 시기여서 우려 섞인 반응은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격리병동은 꼭 필요한 시설이다. 특히 경주는 원전이 있는 지역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격리병동은 알려진 사실보다 훨씬 안전하다. 공기전염은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시설”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의 이해도 높아졌고, 현재 많은 시민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어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병원장은 “메르스 확진환자를 입원 치료하면서 병원경영이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며 “정부에서 격리병동을 운영 중인 국가지정병원에 대한 경영손실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현 호흡기내과 교수, “3명의 환자 위급한 상황 극복”
이영현 교수는 메르스 환자 치료 과정에서 감염 예방을 위한 보호구 탈착 및 환자진료, 감염에 대한 우려 등을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꼽았다.
그는 “3명의 환자 모두 격리병동 입원 뒤 폐렴 증상을 보이며 위급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공통적인 고비를 넘기면서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격리병동은 음압 상태의 4개 문이 차례로 여닫히면서 출입을 하게 돼 있어 내부의 공기가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격리병동 운영에 대한 훈련을 거쳐 특화된 의료진들이 참여해 한 치의 실수도 없이 확진자 치료에 임했다”면서 “보건당국 등은 이번 경험을 통해 향후 후임자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간호사, “사명감 하나로 일했다”
김현정 간호사는 “의료진 모두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환자치료에 힘을 쏟았다”면서 “두려워하는 환자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상담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로 간호사들이 결속하고 더 단결하는 계기가 된 것이 큰 수확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격리병동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가족까지 사람들이 회피하는 등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사회생활이 꺼려질 정도로 힘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두 힘은 들었지만 철저히 고립돼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일했다”며 “3명의 환자 모두 완치돼 퇴원해 너무 보람되고 기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