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20개월 동안 대한민국 2만 7천여 명의 의견과 35만 여명의 온라인 의견을 통해서 도출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보고서’가 지난 6월 23일에 최종 확정되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거듭된 노력으로 법제화된 절차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보고서는 최악의 권고보고서로서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의 새로운 혼란과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37년간 묵혀둔 난제’를 푼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고 핵발전소 인근 지역내부의 갈등은 제2, 제3의 부안과 굴업도, 안면도사태가 만들어 질것이다.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은)는 엄청난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나오고 반감기가 10만년 이상이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되는 핵쓰레기이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2024년부터 포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수로의 경우 고리 원전이 2028년, 한빛(영광)은 2024년, 한울(울진)은 2026년, 신월성은 2038년에 각각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동 예정인 신고리(울주) 3·4호기는 이르면 2036년 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주에 있는 중수로인 월성 원전은 6년 이상 임시저장수조(습식)에서 열을 식힌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안에 설치된 건식저장시설에 옮겨 임시저장하고 있는데 2019년이면 건식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주 월성원전의 경우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 운용기간이 50년이며, 건식저장시설이 관계시설로 건설되어 있어 법적인 다툼이 예상된다.
특히 조밀건식 저장시설인 맥스터는 2010년 5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8조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은 유치지역 안에 건설하여서는 아니된다”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특히 2005년 3월 31일부터 방폐장 특별법 제18조가 법률로 공포된 시점 이후의 월성원전의 맥스터 건식저장시설은 불법으로 생각된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도 19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통하여 경주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10가지 정책적 최종 권고안에는 2051년부터는 영구처분장이 운영을 시작해야 하며,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영구처분장이 들어설 곳을 선정해 지하연구소(URL)와 사용후핵연료를 한시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처분전보관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최종처분장 부지를 2020년까지 정하겠다는 발상인데 앞으로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과 부지적합성 등을 고려한 지하연구소 부지를 확정할 수 있을까?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2020년까지 지하연구소 부지를 선정하고, 2030년부터는 지하연구소를 운영하고, 2051년부터 최종처분시설을 운영한다는 계획인데, 2051년까지도 최종처분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원전 소내에 계속해서 임시저장 형태로 있겠다는 발상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와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용역공론화팀)가 정부에 면죄부를 준 것이 있는데 2051년까지 최종처분장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처분전보관시설’과 각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단기저장시설은 현재 임시저장하고 있는 시설의 이름만 바꾼 셈이고 결국은 중간저장 시설인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에 보관비용을 주겠다는 발상이다.
이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최종권고문의 주요 쟁점은 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원전 부지 내 단기저장시설을 건설하고, 원전소재 지자체에는 보관비용을 주겠다는 발상이다. 둘째,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가칭)’를 설립하여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을 무력화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이 두 가지 쟁점 모두는 우리 경주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경주 월성원전 노상에 23년간 방치(안전, 방호시설 부재)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를 빨리 가지고 나가라... 왜냐하면 정부와 국민은 2005년 11월 2일 방폐장 선정 주민투표 때 경주시민과 약속한 사항인 만큼 정부의 신뢰를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