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안(이하 권고안)’에 경주로 이전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규모를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있는 조항을 담아 논란이 일고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10개 권고안 중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가칭)’ 설립 제안이 논란의 핵심.
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안전성과 더불어 책임성, 안정성, 효율성,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관련 기술개발과 단계별 관리를 책임지는 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곧바로 수립하고 실행할 범정부 차원의 의사결정 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기획회의(가칭)’와 실무추진단인 ‘사용후핵연료 정책기획단(가칭)’을 정부조직 내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이 같은 권고안이 받아들여지면 원자력환경공단은 결국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만 국한돼 그 기능과 인적규모 등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원자력환경공단이 지방이전 공공기관 중 최초로 지난 2011년 본사를 경주로 이전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인재 채용 등에 일조하고 있는 만큼 방폐장 유치로 지역발전을 기대했던 지역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내 원자력분야의 인력은 폭이 넓지 않고 한정돼 있어 공사를 설립할 경우 유사 조직 내 사람이 오가게 될 것”이라며 “결국 규모 등이 축소돼 경주가 본사인 원자력환경공단 직원 수가 감소하고, 그 만큼 지역 경제 활성 파급효과도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술·관리공사 설립은 낙하산 인사가 될 우려도 있다”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이 어느 지역으로 가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를 담당하는 원자력환경공단이 전문성을 키워 관리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환경공단 노동조합도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공단 노조는 권고안 발표 직후 본사 사옥에 ‘정부와 공론화위원회는 경주로 내려온 공단을 해체하려는 음모를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공사 설립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처럼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 발표에 따라 지역민들과 공단 노조 등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정부의 권고안 수용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 권고안 무얼 담았나?
공론화위원회는 정부가 고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2051년까지 만들어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처분시설 부지 혹은 부지조건과 유사한 지역에 2020년까지 지하연구소(URL) 부지를 선정하고, 2030년부터 지하연구소가 실증적인 사용후핵연료 연구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이 지하연구소와 같은 부지 또는 유사한 지역에 건설한다는 의미여서 사실상 2020년까지 처분시설 부지가 확정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부지선정을 둘러싸고 해당 지역주민들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부지선정이 지난 2005년 경주로 확정되기 전까지 19년이나 표류한 만큼, 5년 이내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공론화위는 또 처분시설이 운영되기 전이라도 지하연구소 부지에 2020년부터 처분전 보관시설 건설에 착수해 보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불가피할 경우 각 원전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해 한시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전 내 단기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경우 보관비용을 지불할 것을 권고했다.
이외에도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안’을 발표했다. 한편 공론화위원회에는 정부가 상당수 참여하고 있어 권고안을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