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지난 12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가 발생한 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온갖 소문까지 일파만파 퍼지면서 시민들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확진 환자는 지난 7일부터 동국대 경주병원에 격리되어 12일 2차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아들 진료를 위해 3시간가량 머물렀고, 31일에도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1시간 남짓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교사였던 이 환자는 포항의 한 고교에서 수업을 했으며 역학조사 결과 경주지역의 의원과 약국 등을 다닌 것으로 확인돼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경주시는 이 환자가 머물렀던 지역 내 의원과 약국 등에 다녀갔던 시민 131명을 파악해 자가 격리조치와 능동감시를 시작했다. 하지만 격리된 이 환자 이외에는 지금까지 의심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당 의원과 약국 등도 대부분 휴진이나 휴업 조치를 해제했다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가 14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달 21일경이 지역 확산 여부의 마지막 노선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주시와 경주교육청, 지역 의료계에서도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주 하이코와 동국대 경주병원, 시 보건소, KTX신경주역사, 고속버스터미널, 시외버스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에 열화상감시카메라를 배치해 메르스 확산 방지와 조기 종식에 나섰다.
연중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경주는 이번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단체 관광객이나 수학여행단의 예약이 모두 취소됐고, 주요 문화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지금 경주는 천마총, 동부사적지 등 주요 문화유적지나 보문관광단지, 동궁원 등을 찾는 관광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때의 여파보다도 2배 이상의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역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번 메르스 확산은 정부의 허술한 방역체계와 늑장 대응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공중보건의식 결여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관련 병원을 다녀왔거나 의심이 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활동을 자제하고 스스로 신고하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파장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정확하지도 않은 사실이 퍼지면서 시민들에게 공포만 심어준 데에는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공개와 체계적인 역학조사가 늦은데서 비롯됐다.
지역에서 더 이상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전국적으로 2차, 3차 감염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아직은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메르스 관련 내용을 즉시에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경주시민들도 확실하지 않는 내용에 동요하고 솔깃하거나 헛소문을 퍼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의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