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산서원 자계(紫溪)주변 계곡 물 속에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비릿한 물 냄새와 함께 물 흐르는 소리는 청량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울울창창한 숲 천지로 수 백년 수령의 나무들에서는 초록이 무성했다.
여름이 짙어지고 있는 옥산서원 자계(紫溪)주변은 너른 바위들이 원시 그대로였고 긴 가뭄에도 힘찬 유량은 제법 시원스레 흐르고 있었다. 세심대에서 손을 씻으며 ‘마음을 씻는다’는 세심대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몇몇 관광객들도 계곡물에 발을 담구기도 하고 초여름 더위에 벌써 물놀이 왔다는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계곡과 아름드리 노거수들이 빚어내는 조화와 여유는 심미안을 흡족하게 했으며 마음을 씻고 자연을 벗삼아 학문을 구하라는 회재 선생의 가르침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최재영 경주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문화유산과 함께 자연경관자원을 스토리텔링화해 문화콘텐츠로 개발하면 경주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생태관광 및 농촌관광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본 기사는 옥산서원 입구 송림 및 자계 주변의 숲, 옥산서원과 독락당 경내의 조경식물, 자계를 중심으로 옥산12경을 비롯해 자연경관 자원과 명소, 그들의 정비 방향에 대해 최 교수의 자문과 그의 논문 ‘옥산 자계 주변의 자연경관자원 현황 및 정비 방향 고찰’을 바탕으로 구성해 보았다.
-“문화유산과 어우러진 훌륭한 자연경관 자원은 경주의 새로운 관광자원인 생태관광 될 것”
경주지역에서도 양동과 옥산은 오늘날에도 유교문화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마을이다. 문화유산과 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명현ㆍ석학들을 배출한 유서깊은 현장이다. 옥산서원은 세계문화유산 등재후보에 올라있기도 하다.
최재영 경주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안강 옥산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옥산서원과 독락당을 끼고 흐르는 옥산천 자계 주변의 자연경관 자원을 개발함과 동시에 정비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고장의 조경문화 유적지를 후대에 알리고 보존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한다”면서 이러한 문화유산과 함께 자연경관 자원을 스토리텔링화해 문화콘텐츠로 개발하면 경주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생태관광 및 농촌관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회재 이언적 선생이 만년에 수학하며 기거하던 독락당과 후학들이 세운 옥산서원은 고건축의 수법이 뛰어날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자연경관은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조경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학문적 가치가 높아 여러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옥산서원 진입부 및 주변에 식재된 수목은 약 19개 수종, 노거수들 우거져 주변경관 수려
화개산과 도덕산, 자옥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계곡을 이루는데 옥산마을과 독락당을 끼고 옥산서원 앞에 있는 수림 속으로 흐르는 계류를 ‘자계(紫溪)’ 또는 ‘옥계(玉溪)’라고 한다.
자계 주변에는 회재 이언적 선생과 관련된 문화유적 뿐만 아니라 자연경관 자원과 명소들이 많이 있으며 마을 숲과 노거수들은 철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계곡의 양쪽 사면에는 느티나무, 회화나무, 굴참나무, 이팝나무, 말채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등의 노거수들이 우거져 옥산서원의 주변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있다.
옥산마을 어귀에서 부터 계곡이 깊어지고 바닥에는 넓은 반석이 깔려있고 계곡의 양옆에는 노거수들이 우거져 있었다. 옥산서원 진입부 및 주변 구역에 식재된 수목은 약 19개 수종이 식재되어 있다.
이언적의 손자 이준이 회화나무와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줄지어 심었다고 전해오며 수종은 대부분 교목으로 소나무, 향나무, 동백나무, 배롱나무, 회화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상수리나무, 벚나무, 감나무, 개암나무, 느릅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푸조나무, 광나무, 산수유, 사철나무 등이다.
-“옥산천 주변은 심미성, 역사성, 향토성, 자연성 등을 두루 갖춘 보존 혹은 이용 가치 있는 대상”
옥산서원은 회재 이언적(李彦迪, 1491~1553)선생을 봉향하는 곳으로 선조 5년(1572)에 경주 부윤 이제민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향중 유림들과 함께 창건했다. 현재 국가문화재 사적 제154호로 지정되어 있다.
옥산서원은 전형적인 공간구성에 따라 외삼문, 누각, 강당, 사당이 일축선상에 정연하게 배치되는 양식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강학공간 전면에 학자수인 수 백년 수령의 향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옥산서원은 현재 관리사동을 수리 중에 있었다.
독락당(獨樂堂)은 이언적 선생이 중종 27년(1532) 김안로 일당의 탄핵을 받고 향리로 내려와서 은거생활을 위해 조성한 별당이며 서재였던 사랑채다. 옥산서원에서 북쪽 개울을 따라 계곡가에 위치해 있으며 보물 413호다. 이 건물은 극히 개인적이고 숨겨져 있는듯하면서도 자연과 함께 하는 배치와 오밀조밀한 구성을 하고 있다. 또한 선비가 계곡에 묻혀 학문을 하며 은자의 생활을 했던 면모를 보여준다.
회재 선생은 독락당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일컬어 ‘사산오대(四山五臺)’라 했다. 사산이란 동쪽에 화개산, 서쪽에 자옥산, 남쪽에 무학산, 북쪽에 도덕산을 가리킨다. 오대란 옥산서원 쪽의 폭포가 있는 곳을 세심대, 옥산계정이 있는 위치를 관어대, 계정 뒤 숲 냇가 폭포를 탁영대, 그 곳에서 조금 올라간 북쪽 계곡 일대를 징심대, 계정 맞은편 언덕을 영귀대라고 명명했다.
이를 포함해 독락당 주변과 자계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즐기면서 중요한 12개 명소를 명명한 것을 옥산12경(玉山12景)이라고 한다. 옥산 12경은 독락당 주변과 자계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즐기면서 중요한 12개 명소를 명명한 것으로 세심대, 관어대, 영귀대 , 탁영대 징심대 등의 오대와 송림 3개소, 죽림 1개소, 용추 3개소를 합해서 말한다.
이처럼 옥산서원과 독락당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조경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유적지 중 하나다. 최 교수는 “옥산천 주변은 심미성, 역사성, 향토성, 자연성 등을 두루 갖춘 보존 혹은 이용할 가치가 있는 시각 대상이 되는 경관자원이 많으며 경관적 체험을 통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자연요소들이 많아 생태경관을 포함한 생태관광의 주요 테마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독락당 및 옥산서원과 같은 문화유산과 더불어 자연경관의 구성요소 및 특성을 고려한 경관자원을 개발해 자연경관 및 자원유산의 보전을 위한 관리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자계 주변의 자연경관 자원 정비 시급...
”일부 구간에는 휴식년제 실시했으면”
최 교수는 자계 주변의 자연경관 자원 정비 방향에 대해 “서원 경내에 식생이 많으면 습도가 높아서 고건축물 관리에 좋지 않으므로 서원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식생 상태가 양호하다. 더 이상의 조경식재는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 관어대 건너편 숲 속에 형태로만 남아있는 사각형의 연못을 복원해 경관자원화를 유도하고 현재, 독락당 내부공간을 전면 공개하지 않으므로 전체 현황도 및 조감도를 입구에 설치해 탐방객들에게 편의를 도모하는 등의 제언을 했다.
옥산구곡 및 옥산12경과 기타 자연경관 명소에 대해서는 “옥산구곡 및 옥산12경과 기타 경관 명소를 찾아갈 수 있는 입간판을 설치하고 여기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 표지판의 설치가 필요하다. 또 경관자원 명소들이 옥산계곡 자계와 모두 연결되어 있으므로 걸을 수 있는 탐방길을 조성해 문화체험 코스화와 이용객들이 너무 많아 자연환경이 훼손되므로 일부 구간에는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휴식년제를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각 자연경관 요소를 동선으로 연결해 ‘회재길’ 또는 ‘선비길’ 등의 탐방길 조성해야
최 교수는 “옥산마을의 옥산천 자계 주변에 놓여있는 자연경관 자원들이 무수히 많음을 알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독락당이나 옥산서원과 같은 문화재와 함께 향토성과 역사성을 지니며 자리를 지켜온 보전가치가 있는 자연경관 자원들은 현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경관 자원들은 살아있는 자연유산으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음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정비대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관광패턴은 자연관광·녹색관광·농촌관광 이라고 불리는 자연생태자원에 기반을 두는 생태관광이 각광 받을 것을 짐작해 볼 때 옥산마을 주변의 자연경관 요소 및 명소들은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최 교수는 각 자연경관 요소를 동선으로 연결해 ‘회재길’ 또는 ‘선비길’ 등의 이름을 붙인 탐방길을 조성하고 이러한 자연경관 자원을 스토리텔링화해 기존의 문화유산과 함께 문화콘텐츠로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