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사적 21호의 ‘경주김유신묘’ 명칭은 바꿔야 합니다. 사적 제21호는 경주김유신‘장군’ 묘라는 것 정도는 문화재청에서 최소한 바로 잡아줘야 합니다. 후손들의 입장에서는 ‘흥무대왕 김유신장군릉’이 최상이지만 최소한 역사성을 지닌 ‘장군’의 칭호는 붙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충효동에 있는 신라 삼국통일의 명장 김유신(金庾信,595~673) 장군의 묘는 송화산 줄기가 동쪽으로 뻗어 전망이 좋은 구릉 위 울창한 소나무숲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 묘의 봉분표식 구조와 양식은 흥덕왕릉의 봉분표식과 비슷하다. 이 묘는 김유신 장군 사후 162년 뒤인 제42대 흥덕왕 10년, 김유신 장군을 흥무대왕(興武大王)으로 추봉(追封)함과 동시에 시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김유신 장군을 흥무대왕으로 추봉하였는데, 그 능은 서산 모지사 동향(東向)한 산봉에 있다”고 했으니 곧 태대각간(太大角干) 김유신묘를 일컫는다.
김유신 장군의 위패를 모시고 배향하는 사당인 숭무전의 11대 김덕수 참봉은 2013년부터 도임했다.
김 참봉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김유신 장군 아닙니까. 그런데 문화재 표지판에는 ‘장군’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경주김유신묘’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며 김유신장군묘를 찾는 이들도 장군이라는 명칭이 없다는 것에 의아해한다고 했다.
구전에 의하면 일제강점기에 김유신 장군의 정기를 끊으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이 명칭이 정해졌다고 한다.
현재는 사적 21호 명칭에 대해 세 가지 표기가 뒤섞여 있다. 우선, 문화재청 공식명칭은 ‘경주김유신묘’, 시가지 문화재 안내판에는 ‘김유신장군묘’로 되어있다.
한 후손은 너무 안타까워한 나머지 ‘흥무대왕릉’ 이라는 표기를 전봇대에 붙여놓았다. 이 근거로는 42대 흥덕왕이 김유신 장군을 흥무대왕(興武大王)으로 추봉(追封)한 것에 기인한다고.
2013년 문중 회의를 거쳐 묘의 오른쪽에 위치한 일제강점기에 ‘개국공순충장렬흥무왕묘’라고 새겨진 비석을 철거하고 ‘개국공순충장렬흥무왕릉’이라고 새긴 비석을 새로 세웠다. 이는 흥무‘왕’이라고 새겼으면 ‘묘(墓)’자가 아니라 ‘릉(陵)’자가 따라야 한다는 주장에서였다.
이에 문화재청에 민원이 들어갔고 문화재청에서는 문화재 훼손을 물어 문중의 비석을 철거하고 2014년 다시 옛 비석(묘자를 릉자로 고친 것)을 세웠다.
김 참봉은 “문중의 노력은 통하지 않으므로 이제는 국가에서 바로 잡아달라는 것입니다. ‘개국공순충장렬흥무왕릉’으로 해 주기를 바랍니다. 숭무전이라는 전각이 건립됐으므로 왕릉이라는 명칭이 타당하다고 봅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직접 김유신장군묘로 향했다. 왕릉의 입구 오른쪽에는 82년 전인 1933년에 건립된 그 말썽의 비석이 있었다. 묘자와 릉자가 겹쳐진 채로...,일제강점기에는 ‘묘’자로 새겼다가 해방후 후손들이 ‘릉’으로 새기고 다시 ‘묘’자로 바뀌어진 운명의 비석이었다. 왼쪽에는 ‘신라태대각간김유신묘’라고 새겨진 현존하는 이 석비는 1710년(조선 숙종 36)에 경주부윤 남지훈에 의해 건립된 것이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경주시 문화재 연구팀에 문의 한 결과 “문화재의 명칭이 바뀔 경우 모든 책자나 안내판 등이 바뀌어야 한다. 문화재 명칭은 문화재청에서 지시한 대로다. 그러나 의의가 있을 경우에는 문화재청으로 민원을 올려서 문화재청의 답변을 받아 해결해야 한다.
그것에 관한 경주시나 경북도의 권한은 없다. 경주시를 거쳐서 어필하는 방법도 있고 문화재청에 직접적으로 제안하는 방법도 있다. 경주시에서는 관련한 구비서류로 함께 진단할 수는 있다”고 했다.
한편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명칭변경의 절대적 권한은 없다. 민원일 경우 경주시에서 의견을 수렴해 명칭 변경에 대한 적절한 타당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문화재청에 상정되면 검토를 하는데 여러 관계 전문가가 심의한다. 이후 문화재위원의 심의를 거친 후 이와 유사한 다른 사적지의 경우도 검토를 하는 것이다”면서 정해진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일제 강점기의 격하된 명칭을 그대로 아직까지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주김유신묘라는 명칭 변경에 대한 요구는 문중 후손들의 몫만은 아니다. 경주시민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시민의 제언에 귀기울이는 시의 적극적인 관심이 더해진다면 해답은 얻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