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의 창달과 지역사회개발에 기여한 큰 공로가 뚜렷한 자를 발굴·시상함으로써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해온 제27회 경주시문화상의 수상자가 최종 선정됐다. 이번호에서는 그 첫 주자로 교육·학술부문 서영자(53, 경주행복학교 교장) 씨를 이 메일로 인터뷰했다. #수상소감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알아주고 수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보람입니다. 경주행복학교 어르신 학생들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고생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오늘날까지 성장하며 올 수 있었습니다. 또 경주시와 경주시의회 그리고 경주행아단이 함께 하면서 더욱 승승장구 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동안 큰 빚쟁이가 되어 있습니다. 그 빚은 우리 모두들의 어머니인 경주행복학교 어르신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정성으로 보답해 돌려드리겠습니다. 뽑아주신 분들 도와주신 분들의 뜻이 퇴색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경주행복학교가 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주행복학교 교장으로 활발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이 일에 입문하게 된 배경과 그간의 주요 활동(성과들)은? 생업이 주변의 도움으로 너무 잘 돼서 감사했고 복 받은 인생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복을 나누어야 되겠다 생각해 경주행복학교를 찾았고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어르신들 도움으로 어려운 고비를 지났고 경주행복학교 존재가 알려진 어느 시점부터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인이 “복 그릇은 비울수록 커진다”고 했습니다. 제 복그릇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커져서 이번에 ‘경주시문화상’이라는 큰 복을 또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느껴집니다.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것은 처음 시작인 것이고 생활에 필요한 것을 몰라 안타까워하십니다. 그래서 한글 외에 숫자쓰기, 금융기관 이용하기, 알파벳 외우기, 건강요가 등을 수업에 곁들이고 있습니다. 외워도 안 되고 외워도 잊어먹는 공부에서 위로를 드리고자 2007년 시작하게 된 ‘5월 문해한마당효도잔치’가 올해로 제9회를 맞이해 주변의 도움으로 행사를 잘 치러냈습니다. ‘배운 글자 공부가 표시 안 나니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에 시각적으로 보이게 해서 용기를 드리고자 시작한 것이 문집발행으로, 9월에 ‘패랭이꽃의 꿈’이라는 문집을 발행해 올해 제9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 좋은 글들을 교내에서도 발표하는 방법으로 한글날기념 행사로 백일장시상식을 한글날에 실시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글을 거두어 편집을 할 때 깜짝 놀라게 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글쓰기 솜씨들이 책 안에만 두기 아까운 글들이 많아 부끄럽고 자신감 없어 하는 어르신들을 설득해서 전국백일장에 도전했습니다. 연속 2년 대상을 받거나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등을 받아들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다’라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어르신들 건강을 위해서 매년 4월이면 경주보건소의 지원으로 치매 검사 및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매년 6월이면 색다른 배움을 제공하기 위해서 명사초청 특강을 실시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토요풍물반을 운영해 행사 때마다 식전공연으로 배운 장구실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움의 기회를 계속 드리고자 중학과정을 신설했고 종합반인 고등과정을 신설했습니다. 교재는 자체 제작을 한 경주시 지명유래와 문화재, 동리목월 시와 한자영어 기초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교장으로서 1997년부터 노인문맹자를 대상으로 한글교육 및 평생교육을 실천해오며 노인들의 자존감 회복 및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 오고 계신데, 활약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일, 기억에 남는 순간과 소회가 있다면? 2001년에 사정상 학교 문을 닫았을 때, 학생들이 찾아오고 배우게 해달라고 할 때 어르신들의 그 표정은 지금도 생각납니다. 독지가의 도움으로 다시 학교 문을 열 수 있었지만요.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사망하니 농협에 가도 돈을 못 찾아서 죽어버리고 싶었다는 어르신, 수도세 나오면 글자 모르니 은행가서 대충 만 원짜리 2~3장 주고 직원이 잔돈 내주는 대로 받아온다는 어르신, 관공서 가서 이름주소 쓰라는 말이 가장 무서운 말이었다는 어르신, 집배원이 오면 사인하라 할까봐 숨어서 없는 척한다는 어르신 등 노인들의 애로점을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평범하게 자라서 평범한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전혀 알 수가 없고 그 사람들이 당연하게 알고 있어 별 것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경주행복학교 어르신들에게는 아주 큰일이었던 것입니다. 이름 주소 쓰고 금융기관 이용할 줄 알 때 세상에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고 하십니다. 교내 졸업장이나 교내 상장을 받을 때도 기분 최고라고 말하십니다. 어르신들이 행복하게 웃으실 때, 교실에서 이 반 저 반 공부하는 소리가 날 때, 학생들 글 솜씨가 늘어날 때, 많은 어르신들이 바쁜 일 빨리 해놓고 수업에 맞춰 학교로 찾아오실 때, 어르신 가족들이 응원해 줄 때 등 가슴 뿌듯한 순간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르신들에게 한글 배움이 다급할 때는 ‘경주한글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한글을 어느 정도 배운 어르신들이 더 배우기를 원하고, 평생교육시대에 맞추기 위해서 2009년 12월에 ‘경주행복학교’ 라고 교명을 개명했습니다. 한글에서 행복으로 개명을 하고나니 학생들의 반응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경주한글학교일 때는 한글 몰라서 다닌다는 뜻에서 부끄러워하며, 공부한다는 것을 주변에 숨기고 다니고, 계중에 왔노라 어디에 왔노라 핑계를 대며 숨겼습니다. 경주행복학교일 때는 배운다는 것을 당당하게 주변에나 가족들에게 알리며, 친구들에게 함께 배우기를 권유해 입학해오고,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당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배운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시던 어르신들이 요즘은 배운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자신을 찾아가며 자아실현을 해나가십니다. 지하에서 벗어나 새 교실을 만들어 독립해서 지금 경주행복학교는 행복합니다. 욕심을 낸다면, 학생 수는 많고 계속 입학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 어르신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공간이 충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노인문제 해결에 경주행복학교가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앞으로도 경주행복학교는 어르신들의 배움의 열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어르신들의 자아실현에 계속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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