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 환자가 경주로 이송돼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르스가 지역에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병원 측과 경주시는 함구로 일관해 시민 불안을 증가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평택에서 메르스 환자 2명이 동국대 경주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메르스 확진 1명과 의심환자 1명으로 국가 지정 격리치료병원인 지역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묵묵부답, 시민 불안 가중시켰다
동국대 경주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것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메르스에 의한 3차 감염이 경주에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경주시와 병원 측은 메르스 환자 입원을 보고받고도 공식적인 현황 설명조차 없어 시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황성동 주민 정 모씨는 “이미 동국대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시와 병원 측이 이를 숨기고 있어 시민 불안만 키우고 있다”면서 “격리 병상에서 3차 감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입장을 밝혀 시민 불안을 해소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경제 타격
평택에서 발병한 메르스 환자의 동국대 병원 이송으로 경주는 주민 불신을 키웠고 거기에 경제적 손실도 입게 될 처지에 놓였다.
메르스 환자가 경주로 이송된 것이 알려지자 지역 관광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관광업계는 자칫 메르스 여파로 관광도시 이미지 실추로 이어져 경주를 찾는 발길이 끊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와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지역 관광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가 올해 들어 관광객이 늘어나며 활기를 띠고 있었다”면서 “메르스 환자가 동국대 경주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문이 자칫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동국대 경주병원 메르스 환자 입원으로 치료 관련 경비까지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질병관리본부 국가입원치료병상 운영규정 제11조에 따르면 ‘내국인 감염병 환자 등의 입원치료, 조사, 진찰 등에 필요한 경비는 시·도가 부담할 경비의 2분의 1 이상을 국가가 보조한다’라고 명시돼있다. 다시 말해 시·도가 정부 보조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부담해야한다는 것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규정상 시·도 경비 부담은 발생지역이 아닌 병원 소재 시·도가 맞다. 하지만 실제 경비 부담에 관한 내용은 정부의 지침이 내려와야 알 수 있다”면서 “메르스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 시민이 불안해 할 수 있어 자제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동국대 경주병원은 매년 정부로부터 ‘국가지정입원치료격리병상 시설’에 대한 장비 유지비로 6000만원 이상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경주병원 2011년 12억 지원받아 격리 병상 설치
동국대 경주병원은 지난 2010년 질병관리본부가 공고한 SARS, 조류 및 신종 인플루엔자 등 신종전염병 환자의 격리입원 치료를 위한 ‘2010년도 국가격리병상 음압유지시설 확충사업’에 지원했다.
당시 전국 8개 병원이 공모에 참여해 제안서 발표회와 자문위원 회의를 거쳐 인구와 인구분포, 권역, 전문인력 확보능력, 연구협력 가능성 등을 고려해 동국대 경주병원을 비롯해 단국대 병원, 전남대 병원, 울산대 병원, 의정부성모 병원 등 5곳이 선정됐다. 국가격리병상확충 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동국대 경주병원은 시설비와 장비구매비 등 국비 12억원을 지원받았다.
병원은 SARS, 조류 및 신종 인플루엔자 등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전염병과 고위험성 전염병 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음압시설(병실내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병실 내 공기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하고 외부공기만 유입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시설)을 갖춘 음압격리 병상 5개와 세균성 이질,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전염병 관리를 위한 일반격리 병상 29개를 설치했다.
#국가지정입원치료 병원은 전국 17곳
현재 메르스, 에볼라, 결핵 등 각종 감염병 치료를 위한 입원치료격리병상은 국립중앙의료원과 국군수도병원, 국립목포 병원, 전북대 병원, 인천시의료원, 서울대 병원, 경상대 병원, 충남대 병원, 제주대 병원, 대구의료원, 전남대 병원, 동국대경주 병원, 단국대천안 병원, 강릉의료원, 서울의료원, 울산대 병원, 명지대 병원 등 총 17개 병원에서 음압병상 105개와 일반병상 474개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부산대 병원과 충북대 병원이 음압병상 15개, 일반 46개를 갖춘 격리병상을 올해 개원할 예정으로 총 19곳의 국가지정입원치료 병원이 운영될 전망이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완공은 되지 않았지만 음압병상은 활용 가능하다”면서 격리 환자 수용 요청이 있으면 격리할 수 있다고 말했고, 부산대 병원은 “완공되지 않았지만 올해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