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61)씨는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로 경주에서 38년간 통기타 하나로만 음악을 해온 실력있는 정통파 라이브 가수다. 그의 딸 보윤씨(25)는 지난해 1집 앨범을 내며 2대에 걸쳐 가수를 하고 있어 화제다. 이는 경북권에서도 유일한 예다. “제가 초점이 되는 것보다 보윤이로 초점을 맞춰야 해요. 전 보윤이의 십분의 일도 안돼요” 인터뷰 전 장하영씨의 당부다. 영락없는 ‘딸바보’아버지다. 장하영씨가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충효동 소재 라이브카페 ‘가주천’을 찾아 지역가수로서의 활약과 2대째 가수로 살아가는 애환과 보람에 대해 들어보았다. 악보와 음악적 감성들로 꽉 찬 카페에는 소박하기 이를데없는 작은 무대도 마련돼 있었다. 팬들은 그와 딸 보윤씨의 음악을 가까이서 들으며 그에게 아직 ‘살아있다’는 찬사를 보낸다. -장하영씨, 기타 하나 달랑 들고 단 돈 만원 갖고 경주 입성 경북 영주가 고향인 장 씨는 부산서 음악을 시작했다. 부산서 고등학교 2년때 친구의 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런 소리의 어쿼스틱 기타를 멋지게 연주하는 것을 보고 기타를 독학하게 되었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매일 칼국수와 라면으로 연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힘든 생활이었다. 당시 부산에서는 여러 채널의 공개방송이 성행해 각 방송에서 주말 장원, 월말 장원, 연말 대상까지 휩쓸면서 아마추어였지만 가수 이택림이 사회를 보던 생맥주집에서 6개월간 포크 싱어로 활동한다. 이후 여러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1982년, 경주의 ‘축제’ 레스토랑 아마추어 매니저가 가수를 구하러 부산에 왔다. 27세였던 그는 기타 하나 달랑 들고 단 돈 만원을 들고 경주로 오게 된다. 당시 경주는 ‘라이브’ 라는 개념을 잘 모르던 시민들이 많아 호응이 별로 없었다고. 이 시절 장 씨의 팬이었던 지금의 부인을 만난다. “경주서는 판을 낸다는 것이 불가능했죠. 서울서 음악을 하고 싶었고 앨범이라도 내보려고 보따리를 싸고 아내와 상경했어요. 곤로 하나, 그릇 몇 개, 숟가락 두 벌, 옷 한보따리를 가지고 무작정 서울에 있는 지인을 찾아간 거지요. 하하” 당시 서울은 여러 라이브 까페에서 노사연, 이명훈, 배따라기 등이 노래하던 시절이었다. 이 사이를 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고 월급도 3만원이 고작이었다. 장씨와 아내의 생활고는 극심해지고 한 달을 겨우 버티었지만 여관비가 바닥나면서 엄동설한의 새벽에 쫓기듯 다시 경주로 내려오게 된다. -경주의 조용필이라고 해서 ‘장용필’, 아직 살아있는 전설적 ‘오빠’ “무명 가수 만나 고생시킨 아내와 내 신세가 하도 처량해 눈물젖은 빵을 먹었죠” 기타와 악보, 노래책이 전부였던 경주시내의 한 여관방에서 머물며 ‘축제’의 네 명 가수 중 책임 가수로 다시 일했으나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아 ‘시민 소리사(현재 사용소리사)’에서 기타 교실을 운영하게 된다. 경주여고, 근화여고생 수 백명이 악기 시험의 일환으로 기타를 배우러 그를 찾아왔다. “그 친구들이 지금은 중년이 돼 아직 나를 선생님으로 불러요(웃음). 당시 ‘오선지 위의 마음들’ 이라는 팀명으로 통기타 공연도 자주 했습니다. 경주의 조용필이라고 해서 ‘장용필’이라고도 불렸죠. 하하” 그는 지금도 경주태생인 중년층에겐 아직도 ‘살아있는 전설’적 오빠다. 7인조 밴드와 ‘도투락월드’ 무대에 오르는데 메인 보컬로서 4년 정도 지낸다. “그때가 최고 좋았어요. 박철 작곡, 최종혁 편곡의 첫 앨범을 1991년 내기도 했죠” 한 때, 부인의 빚보증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IMF 여파로 당시 저렴한 라이브 까페가 붐이었고 장씨는 섭외 순위 일순위였다. “점차 빚도 갚고 회복되던 즈음 딸 보윤이가 공부도 전혀 하지 않고 중학생때부터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무시해버렸지요. 이 계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 때문에 딸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가수 딸 둔 아버지 딸 보윤씨는 “음악에 미쳐 공부엔 취미가 없었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진로를 고민하면서 계속 노래를 하고 싶다고 아빠에게 말씀드렸어요”했다. “처음으로 내 앞에서 이선희의 ‘인연’을 부르는데 보이스 컬러가 매우 뛰어났고 너무 잘해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이후 장 씨는 딸이 정말 끼를 갖고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안압지 옆 연꽃밭 음악회 첫 공연에 데뷔시킨다. 보윤씨는 그 무대에서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와 환호성을 받았고 장 씨는 또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2~3주 연장 공연을 요청 받았고 이때부터 가수로 본격 입문이 시작됐다. 이후 경주고등학교 총동창회 전야제에 초대가수로 초청받은 보윤씨에게 호기가 찾아온다. 당시 행사 사회를 맡았던 현 포항MBC 박용수 MC가 보윤씨의 보이스컬러를 높이 사 ‘즐거운 오후 2시’ 출연 제의를 했던 것. 2008년 포항MBC 가요제 연말결선 왕중왕전에서 대상을 받았을때 장 씨는 또 엉엉 울었다고 한다. 이후 보윤씨는 2009년 박용수MC가 진행하는 포항MBC ‘즐거운 오후 두시’ 프로그램의 코너인 ‘랄랄라 콘서트’에 고정 게스트로 6년째 출연해오고 있다. 이 코너에서 보윤씨는 매주 2곡의 새로운 신청곡을 받아 발라드, 팝송, 퓨전 째즈,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넘나들면서 소화해낸다. 점차 앨범 작업을 하지 않느냐라는 주위의 말에 고무돼 가수 추가열의 곡으로 지난해 첫 앨범을 낸다. 지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딸 가수를 둔 아버지인 셈이다. -보윤이가 노래 하면 제가 항상 모니터링을 해요...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 7위에 오르기도 보윤씨는 부산 KBS ‘즐거운 저녁길’ 생방송 스타가수노래대결 5승 최종 우승 등 다수의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해 팬층을 두텁게 하고 팬심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엔 신인으로 서기 어렵다는 MBC ‘가요베스트’ 라는 큰 무대에 오르는 등 한창 줏가를 올리고 있다. “보윤이가 노래를 하면 제가 항상 모니터링을 해요. 제가 보윤이보다 더 잘해서가 아닙니다. 음악을 오래 해 듣는 귀는 있거든요. 감정 처리나 멋이나 맛 같은 것에 대해 조언합니다” 그런 조언을 누구보다 존중하고 잘 알아듣는 보윤씨. 역시 유전자의 힘이다. 최근에는 또 가수 윤수일이 신인 가수를 발굴하던 차에 인연이 돼 제10회 부산 불꽃 축제 ‘새로운 부산사랑’ 윤수일 밴드 공연에 함께 출연하기도. 보윤씨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장보윤 아버지 장하영이 더 좋습니다”VS “작곡도 하고 작사도 잘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저의 후광이자 버팀목이신 아버지 장하영의 타이틀에 어깨가 무거울때도 있어요. 항상 예의 바르고 더욱 겸손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있는 거죠” 보윤씨는 현재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두 군데 라이브 카페에 서고 있는데 힘든 점도 많다. 취객들이 ‘여기 앉아보라, 내가 모르는 노래를 왜 하느냐’ 등의 억지를 부리며 아직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말을 들을때 속상하다고 했다. 까페 주인들이 아버지의 지인이기 때문에 보윤씨가 무대에 서고 있는 것인데 유명해졌다고 그런 무대를 기피한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 계속 서고 있는 것. “제가 방송에 나갈 때 목소리 톤이나 멘트시 요령 등을 다 아시고 지적해 주세요. 아빠 앞에선 감출 수가 없어요. 가사 전달, 감정 처리 등을 적확하게 말해주시거든요. 무대를 어렵게 생각하고 엄격하게 체크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올라야 한다고 하시죠”라며 처음엔 잔소리처럼 들렸는데 이제는 오히려 아버지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편이라고 했다. “저는 장보윤 아버지 장하영이 더 좋습니다. 딸이 신인 가수로서 순항하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려운 길인데...,” 이에 보윤씨는 “작곡도 하고 작사도 잘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노래만 하는 가수보다는요. 경주시민들의 관심과 응원도 부탁드려요” 라고 깜찍하게 당부하는 딸에게 장씨는 ‘초심을 잃지 않는 가수, 겸손한 가수’를 당부했다. -지역 가수들에게도 무대에 설 기회 많이 준다면 더 나은 공연 선보일 수 있을텐데 경주연예인협회 배춘호 지부장은 “경주연예인협회 소속 회원은 112명이고 이 중 경주지역 가수분과위원회에 소속돼 있으면서 현재 활동 중인 가수들은 ‘빅밴드’(박재충 단장), 그룹사운드 ‘첨성대’ 외 통기타 가수 10여명을 포함해 약 20여 명입니다” “이들 지역 가수들이 경주 무대에 오르는 것은 봉황대 뮤직스퀘어, 경주예술의전당 등의 무대나 시 행사시 다소 규모있는 무대에 오릅니다. 지난해의 경우 신라가요제와 ‘이스탄불 in 경주 2014’ 등에서 어쿼스틱 기타연주와 함께 실력을 뽐낸 바 있습니다. 오는 5일엔 봉황대 뮤직스퀘어에서 지역 가수 공연이, 오는 7월 3일에는 경주연예인협회빅쇼가 예정돼 있지요. 8월 개최되는 실크로드2015에서는 경주예총 행사의 일환으로 그룹사운드 첨성대와 빅밴드, 지역 가수가 참석하는 공연이 예정돼 있는 정도죠”면서 “지역예술인들에게도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준다면 지역 예술인이 더 나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텐데 공연 기회가 적어질수록 공연의 질도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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