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공간에 가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가상공간에 가상의 서라벌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가? 그리고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서라벌을 이용하여 가상의 시간여행을 즐기면서, 현실공간에 재현될 수도 있는 서라벌을 구상하는 것이, 미래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닌가?
가상공간에 펼쳐지는 디지털복원은 대부분의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게 하여 미래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높은 활용성과 상품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훌륭한 관광콘탠츠로서의 경제성도 함께 가진다.
디지털로 재현된 과거나 미래의 모습은 진정성과는 별 관계없이 구현기법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으며, 활용범위 또한 대단히 넓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선례에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사례 중에서 대표적인 하나의 성공사례만 소개한다면,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제작된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다큐 프로그램을 들 수 있는데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이 대단히 초보적인 상태였던 당시에도 불구하고, 경이적인 시청기록을 남겼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제자였던 ‘닐 더그레스 타이슨’이 현재의 컴퓨터그래픽스 가상현실 구현기술을 이용하여 리메이크한 현대판 ‘코스모스’ 역시 단기간에 최근 지구상 위에 7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또 쓰게 하였다. 인간은 단지 현재를 보고 있을 뿐, 인류가 영상매체를 가지기 이전의 과거나 미래는 절대로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최근 첨단의 가상현실 구현 기술은 과거를 현재같이 보게 하고, 미래의 여행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우주의 저편 끝까지도 상상속의 시각여행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그것은 역사의 진정성이나 이론 물리학의 한계와는 별도로,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대단히 효율적인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신라는 허구가 아니다. 엄연히 역사 속에 실존하였던 고대 문명국가였고 신화나 전설이 아니다.
‘천마총’이라는 단 한 개의 무덤 속에서만 무려 1만 여 점이 넘는 엄청난 유물이 출토되었고, 신라왕관이나 기타 부장품들의 화려함과 정교함은, 당시 이땅에 얼마나 화려하고 세련된 문명이 존재하였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물증이다.
그러한 화려한 장신구를 사용하였던 선조들이 초라한 주거생활을 하면서, 그리도 화려한 금관을 머리에 쓴 왕들이 초라한 왕궁에 기거하였다면,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비논리적인 사실왜곡이 아니겠는가! 나는 신라왕궁이 아무리 화려하고 웅장하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고, 더더욱 역사의 날조 왜곡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충분히 그것을 뒷받침할 물증과 정황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것이 현실공간이 아닌 디지털 가상공간에서라면 유네스코 같은 곳에서도 시비가 있을 일은 아닌 것이 ‘우리는 이 문명을 가졌었다’라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이런 정도의 문명을 가졌었다고 추정한다’이기 때문인 것이다.
경주는 역사학이나 고고학자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며 경주의 과거를 회상하며 천년의 정취와 함께 경주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지금 가상공간일지라도 먼 과거를 향한 타임트래블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터 시스템과 시대에 걸맞는 관광콘텐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