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구 시청 부지에 추진 중인 신라대종 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시의회의 반대로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지난 4일 폐회한 제203회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통해 ‘신라대종 테마파크 조성사업’ 예산을 확보했지만, 종각건립 장소는 여전히 미지수다.
게다가 오는 10월경 신라대종 제작이 완료될 예정으로 장소 선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구 시청부지에 종각 건립계획을 두고 집행부와 시의회의 입장이 상이해 향후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장소문제로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자 시는 최근 노동동 고분군 내 법장사 인근과 쪽샘지구 등 2곳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 따르면 최근 법장사 인근 부지에 대해 문화재청에 현상변경신청을 했고 현장 실사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 일대 부지는 이미 한차례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종각 건립 장소로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부결된 바 있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쪽샘지구 역시 발굴이 진행 중인 고분군에서 벗어난 외곽지역 외에는 대안이 없어 종각 장소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
이에 따라 문화재현상변경 등의 절차 없이도 건립이 가능한 구 시청 부지가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여 향후 시의회와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의 반대 의견을 토대로 적절한 부지를 물색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부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타종 횟수 등 종각 운영 방안 등을 마련해 빠른 시일 내 종각 건립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구 시청부지는 문화재 발굴조사 완료 뒤 일부 부지만 남겨둔 채 임시주차장을 조성 중이다.
-예산 확보했지만 장소 두고 시의회 반대 여전
시는 당초 올해 말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종인 ‘성덕대왕 신종’을 모델로 하는 신라대종 제작 완료 후 설치할 종각 및 편의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총 사업비 30억원(국비 12억5000만원, 도비 3억7500만원, 시비 13억7500만원)을 들여 구시청 부지에 무게 18.9t의 종과 196㎡ 규모의 종각, 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것.
이 사업은 관광객들에게 천년의 역사를 체험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경주시의 새로운 천년의 도약과 시민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최양식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예산 확보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지난 제6대 경주시의회 때 예산이 계속 삭감되는 등 진통을 겪어오다 2013년 말 가까스로 종 제작에 소요되는 시비 8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이로부터 1년여 넘어 이번에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종각 건립 등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시의회가 이번 임시회에서 총 예산 15억원 중 시비 5억2500만원을 확정했지만 구 시청부지 건립에 대한 반대는 여전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의원들은 장소의 부적절성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다.
한순희 의원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이 방치된 느낌이다. 이를 보존 처리하고 이 자리에 새로 제작한 종을 설치하는 것이 어떠냐”면서 “이렇게 하면 문화재청에서 예산을 부담해도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동은 의원은 신라대종 운영방안 중 기념일 등에 타종한다는 시의 계획에 대해 “특별한 날에만 타종한다면 당초 종을 제작하는 취지에 맞지 않아 필요 없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의원들은 “이 자리에 종각이 들어오게 된다면 타종으로 인한 소음으로 민원이 발생한다. 종각이 아닌 상업시설이 들어와야 한다”며 장소 변경을 요구했다.
-시의 입장은?
경주시에 따르면 종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구 시청 부지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신청 없이 건립이 가능하다.
이 부지 일원에 대한 발굴조사도 이미 완료돼 만약 다른 부지에 건립을 추진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과 발굴 등에 따른 시간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신라대종 테마파크 조성에 따라 많은 관광객들이 도심을 찾을 것으로 예상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종으로 인한 소음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정 기념일과 신청 접수를 통해 일정시간만 타종하는 등 운영계획을 수립해 민원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랜드마크 건립 서둘러야
이처럼 종각 건립 장소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도심 내 경주와 부합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관광도시 경주는 보문관광단지, 불국사, 동부사적지 등에 비해 시내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가 장소와 명칭을 수차례 번복해 시의회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제대로 된 사업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
시와 시의회가 협의를 통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관광자원을 활용해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경주의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종 제작이 10월경 완료될 예정이라면 종각의 건립과 주변 정비작업 등을 서둘러야 할 시기임에도 시와 시의회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안타깝다”며 “대안 없는 논쟁은 당장 멈추고 랜드마크 건립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