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는 연중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지만 특히 5월은 최고 관광성수기다. 기자는 지난 3,4일 양일간 대중교통인 버스를 직접 타고 다니면서 관광객들에게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경주의 대표 유적지인 불국사 일대를 현장 취재해 보았다. #불국사 아름답고 보기 좋지만 ... 토함산에 자리 잡고 있는 불국사는 경주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한국을 찾는 대부분의 외국관광객뿐만 아니라 수학여행, 가족여행 등 많은 이들이 찾는다. 입구에서부터 사찰내부까지 아름다운 경치와 맑은 공기, 특유의 분위기로 불국사 곳곳에서는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불국사를 찾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천왕문이 바로 그것. 절을 지키는 천왕들을 모셔놨다는 천왕문의 양옆 외벽에 한글로 버젓이 낙서가 되어있는 것. 천왕문뿐만 아니라 불국사 내부 눈에 띄지 않는 몇몇 곳에 있는 낙서로 인해 천년신라의 고찰인 불국사가 그 문화적가치의 손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 같은 훼손은 일반 관람객 뿐 아니라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의 장난, 연인들의 치기어린 장난으로 빚어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으로 인해 함부로 보수를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불국사 관계자는 “불국사는 국가적인 문화재인데 일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낙서가 사찰이미지와 국가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며 “훼손된 부분을 보수·복원하는 것도 많은 법의 절차를 따라야 하는 큰일이니 국민모두가 소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과 함께 불국사를 찾은 김정욱(56. 전라도) 씨는 “외국에서 지인이 찾아와 경주 불국사를 보려고 왔다. 하지만 저런 낙서를 보니 한국인으로서 너무 부끄럽다”며 “경주의 다른 곳들도 둘러볼 계획인데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성수기 버스노선 증설과 불국사 버스정류장 재정비도 생각해봐야... 시내에서 불국사 방면의 대표노선은 10, 11번의 일반버스와 700번의 좌석버스가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탈수 있으며 터미널에서 출발해 불국사까지 도착시간은 45-55분 정도가 걸린다. 취재를 위해 기자는 11번 버스를 타고 불국사까지 향했다. 안압지를 지나 통일전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버스 안에서 만나는 경주의 풍광은 승용차로 이동하는 것과는 다르게 포근하고 정겨웠다. 하지만 안압지를 지날 때는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안압지 정문 앞 2차선 도로에 불법주차 된 차량들로 인해 버스의 갑작스런 차선변경으로 승객들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것. 불국사 도착 후 정류장에서 다음번 11번 버스를 기다려봤다.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50분 남짓.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중 몇몇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미영(25. 부산) 씨는 “불국사를 보고 내려왔는데 버스를 놓쳤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보문단지도 둘러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터미널로 바로 가야 됐다”고 아쉬워했다. 문제는 버스노선의 횟수뿐만이 아니었다. 10번과 11번 버스의 정류장도 관광객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도로하나를 사이에 두고 10번과 11번 버스의 정류장은 마주보고 있다. 10번 버스의 정류장은 비가림막이 있어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반면, 11번 버스의 정류장엔 비가림막 없이 낡은 벤치 하나만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의 불편을 초래해 불만을 샀다. 불국사를 지나 석굴암까지 걸어 올라간 배정욱(59 대구) 씨는 “집사람과 등산 겸 경주 토함산을 찾았는데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며 “명색이 관광도시인데 버스가 자주 다니지도 않고 정류장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불만을 야기하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 버스노선을 표시하는 정보게시판의 부족, 잘 찾아갈 수 없는 부실한 경주관광지도, 심지어 버스의 안내방송도 영어가 지원되지 않으니 어디서 타고 내려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 한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인 경주를 찾아 너무 기쁘다. 하지만 이동이 어려워 혼자 다니기에는 부담이 된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겪는 이같은 불편사항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꼭 가봐야 할 도시’ ‘다시 가고 싶은 도시’ ‘천년수도 경주’라는 이름에 불명예를 안기는 것과 동시에 2000만 관광객 시대를 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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