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500m에 위치한 청정지역 산내면 다봉마을은 ‘따봉’이었다. 다봉마을은 마을을 둘러싼 산봉우리와 꽃이 조화롭고 돌담이 정겨운 전형적인 산골 농촌마을이다. 2007년 이곳에 정착해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다봉마을 야생화 전시회’를 열고 있는 김인영·김말순 부부가 있어 더욱 그러했다. 10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과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성껏 기른 300여점의 야생화를 집 마당과 돌담에 전시해 소박한 전시회를 가지고 있는 것. 귀한 야생화는 이름들도 어여쁘다. 마당에는 200여년이 넘었다는 배나무도 한 그루 있었고 100여년 넘은 붉은 모란이 한창이었다. 야생화를 어지간히 알고있고 많이 본 기자도 처음 보는 진귀한 꽃들이 많았다. 스코트 니어링, 헬렌 니어링 부부의 삶이 떠올랐다. ‘평온한 속도’로 ‘단순함을 추구’하고 싶었던 부부의 삶을 실천해가는 모습에서. 이곳은 아직 많지는 않지만 반딧불이가 있다고 한다. 도룡뇽이 많은 동네기도 하고..,. 다봉마을로 가는 길에 창문을 열고 마음껏 봄날의 대기를 호흡했다. 황사니, 미세 먼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유년의 기억에나 있을법한 맑은 대기였다. 바람에 나부끼는 연초록 잎사귀들은 쉼없이 너울대고 대기는 맑다 못해 향그러웠다.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에 찾은 다봉마을은 그 속에서 자연처럼 사는 이들이 있어 더욱 ‘치유’되는 곳이었다. -우리 야생화는 수줍어하는 새색시같다 야생화 가꾸기가 취미인 김 씨 부부는 귀촌후 해발 450m 이상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구입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일일이 수집했고 그 결과 현재 300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집 근처 331㎡(100평) 규모의 하우스에는 꽃을 심은 화분이 전체 700종, 3000여 개에 달했다. 야생화의 향도 빛깔도 더욱 진하다. 이곳을 들어서는 순간 꽃들의 은은한 향이 일제히 후각을 자극한다. 야생화 체험장도 함께 갖추고 있었는데 지역에선 드물게 백두산 자생종인 ‘넌출월귤’은 물론, 한라산 자생의 ‘시로미’ 등 국내 희귀 야생화도 이곳에 가면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지금도 희귀한 종이 있다고 하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간다. 마당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은 100여 종이었다. ‘선남선녀’들만 선봬고 있는 것. 화분에 담을 수 있는 꽃의 종류는 한계가 있어 더 이상은 증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귀농 비율이 줄어들고 귀촌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 요즘 그들의 성공적인 귀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내 김말순 씨는 야생화를 어릴적부터 좋아했다. 초등학교 다닐때도 예쁜 야생화를 보면 꺾어서 집에 꽂아 놓을 정도였다고. 야생화의 매력을 묻자 “소박하고 순수하다. 한여름 모시 치마 저고리를 입고 흰 고무신을 신은 듯한 고귀한 멋이 있으면서도 우리 야생화는 수줍어하는 색시같다”고 했다. -미리 전문성 갖추고 준비하고 부부합의 거친 성공적인 ‘귀촌’ 그들의 ‘현재’는 자신이 하던 야생화를 키우던 취미생활이 곧 소득으로 연결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는 귀농보다는 귀촌인 경우이며 공무원을 하던 김인영씨 부부가 퇴직 후 시골서 같이 살자는 설계를 하고 미리 준비를 했다고 한다. 아내 말순씨의 고향은 경주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가 살았던 곳 같았고 바로 우리가 찾던 곳임을 절감했습니다. 6개월 동안은 너무 행복해서 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요. 하하. 군불을 때면서도 서로 땔려고 저녁마다 싸웠죠(웃음)” 다봉마을은 휴양마을의 이름이다. 행정구역 상 산내면 감산 2리는 방태, 햇골(해곡), 소목, 장사마을 등 네 개의 자연 부락으로 이뤄졌다.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름을 지은 것이 ‘다봉’이었다. 남쪽만 틔어있고 삼면이 올망졸망한 23개의 봉우리들로 에워싼 마을의 형상을 떠올려 다봉(多峯)이라 했다고. 이들은 매년 야생화 전시를 성공적으로 열었고 2009년 경주시에서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해주었다. 이어 2012년 3월 휴양마을로 승격됐다. 이로써 건강한 먹거리를 이곳에서 판매해 어르신들의 용돈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야생화는 판매도 하고 있다. 이들은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정을 나누는 민박을 곁들여 하고 있다. 이 집에서 하룻밤 자면서 쏟아질듯한 밤하늘 별을 헤아려보고 싶어졌다. 얼얼하도록 차가운 밤 공기의 맛도 느끼면서..., -“버스도 다니지 않는 이곳에 연간 만 여 명이 다녀갑니다”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강박적인 욕심을 가지지 않고 시작해서인지 오히려 소득이 많아졌습니다. 미리 전문성을 갖추고 준비하고 부부합의를 거친 결과였던 것 같아요”라며 지금의 일에, 생활에 흡족해 했다. 이들은 야생화와 함께 다봉마을 주민들이 소박하게 기른 야채들과 산나물 등의 먹거리와 농산물도 판매하고 있다. 이는 마을 주민의 소득과도 직결돼 있으므로 주민과의 화합에도 가교 역을 한다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 이곳에 연간 만 여 명이 다녀갑니다. 매년 5월, 약 열흘간 야생화 전시를 하는데 지난해는 축제를 열흘 더 연장했다” 이제 다봉 마을은 브랜드로 제대로 정립이 돼 가고 있는 것. 김 씨 부부는 “우리가 이곳에 처음 왔을때는 13가구에 22명이었는데 지금은 22가구에 47명으로 주민이 늘었습니다. 민박 방 수를 늘리고 싶지도 않고 야생화수를 늘리고 싶지도 않아요. 우리의 체력적 한계도 있거니와 정을 나누기 위해 하는 일이고 한 사람이라도 편히 쉬고 가기를 바래서입니다. ‘친정 다녀가는 것 같다. 외갓집 다녀가는 것 같다’고 할때 보람을 느낍니다”고 했다. 조양동에 사는 채복규씨는 “첫 회부터 전시회에 매년 왔는데 자연과 더불어 인공이 아닌, 지형을 이용해 적소에 전시해 놓아서 더욱 좋아요. 이 마을은 들어오는 입구부터 한 폭의 그림 같아서 힐링이 저절로 돼요. 여기 오면 설레요”한다. 야생화를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향기를 맡는 이들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인다. -“꽃에 한 번 반하고, 이 마을의 풍광에 다시 한 번 반하는 거죠” 다봉마을에서도 귀한 종으로는 고비(일명 고사리 형님), 붉은 찔레. 만병초, 팔각연, 시로미, 개 부처손, 알록 민들레, 해당화, 황칠나무, 꽃장포, 대청 붓꽃, 연잎 꿩의 다리, 백두산 털 진달래 등 우리 전통 보호종들도 많다. 이 들 야생화 전시를 위해서는 “3월부터 2개월간 아침 5시에 일어나서 12시 전에는 잠을 자지 못할 정도입니다. 분을 갈고 묵은 가지를 잘라내야 하고 빨리 개화하는 종은 못피게 어두운 곳에 들여야 하고 안피는 것은 따뜻한 곳에 올려야 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동시에, 한 자리에서 200여 개의 야생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그만한 노력의 댓가 없이는 어려운 것이죠” “꽃 때문에 주민들이 늘어난 거죠. 꽃을 보러 와서 꽃에 한 번 반하고 꽃을 매개로 이 마을의 풍광에 다시 한 번 반해 이곳에서 아예 살고 싶어하지요” 작은 마당을 손님들이 채우기 시작한다. ‘이 촌 구석에서 무슨 일을...’, 하며 걱정하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이들 부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병원이 멀어서 걱정하곤 하지만 여기 오면 병이 없어져요. 물좋고 공기 좋고 경치 좋지, 인심 좋지..., 아내 말순씨는 “제가 여기 올 때만 해도 잘 걷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졌어요. 힘이 있어 이 일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이 찾아와줘서 사람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 행복해요”하니 김인영 씨는 “일 년에 만 명 이상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 얼마나 출세 한 거예요? 하하” 부부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쉬지 않고 온다. 비비추 장아찌와 산나물들과 된장을 버무린 점심은 야생의 꿀맛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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