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동수단에 의존도가 높아진 현대인들에게 걷기는 건강 유지를 위한 필수 영양소처럼 각인되고 있는 것 같다. 나름대로 정해진 만큼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걷지 못했을 경우 채워야할 영양소가 결핍된 것처럼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현대인들이다. 하루에 걸어야할 양을 나타내는 만보기를 보면서 그날 걸은 성적에 만족하거나 걱정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는 것이 요즈음 풍경이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생활양식이 걷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걷기 열풍이 불면서 올레길, 둘레길 등 다양한 유형의 도보답사 길이 등장하였다. 경주 남산 자락에도 삼릉 가는 길, 동남산 길이 만들어졌고, 보문호수를 순환하는 보문호반 길이 완성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벚꽃이 한창일 때 비가 내리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보문호반 길이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시간과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보문호반 길이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수 물넘이 위에 만들어진 다리를 지나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물에 들어선 순간 보문호반 길에 대한 커다란 실망을 느끼게 된다. 보문호수 전체 둘레 길에 있는 유일한 화장실이 너무 지저분하여 보문관광단지 관리 문제를 돌아보게 한 것이다. 보문관광단지는 제주중문관광단지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단지로 알려진 곳이다. 보문호반 길은 보문관광단지 명성과 인지도에 걸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다소 그 뜻과 표기를 수긍하기 어렵지만, 매월 ‘보름愛는 보문愛’라는 표어를 내걸고 걷기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보문호수 둘레 길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이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보문호반 길이 방문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으려면 어색한 표어를 가진 행사보다 종합적이고도 세밀한 관리가 우선이다. 관광지 관리의 궁극적 목표는 방문자 만족에 있고, 방문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관광지 관리는 방문자와 관광자원, 편의시설과 같은 서비스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데서 출발한다.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서 한가로움을 즐기는 만보객(漫步客)은 산책길에 자전거나 전기이동기구에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관리주체가 방문자들 간에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을 위한 지침을 작성하여 시행해나가야 한다. 방문자관리와 더불어 화장실을 포함한 휴게 및 편의시설과 같은 서비스관리는 노약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편안하게 호반 길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노약자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길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편리하다는 인식으로 호반 길을 관리해야한다. 보문호수 둘레 길을 걸을 때 얼마나 걸었는지 알려주는 표지판과 쉼터가 부족한 것 같다. 둘레 길을 걷다가 햇볕을 가리고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와 걷는 도중에 얼마나 지나왔거나 남아있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과 화장실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문호반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경주를 찾은 관광객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둘레 길의 일정한 간격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소개하는 시설을 만들어 보는 것을 제안해본다.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시설은 보문호수 둘레 길을 걸으면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곳을 알게 하여 방문을 유도하고, 결국 경주지역 관광의 매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보문호반 길의 명성과 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 현재 정비 중에 있는 명활산성과 연계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명활산성에 올라보면 아름다운 보문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와 둘레길의 매력을 한층 더 높여줄 것 같다. 보문호반 길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여 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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