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세월의 이지러진 고분군, 비어있는 황룡사 터 등의 풍경들이 나를 이끌었다”
경주에 산 지 20여 년. ‘경주 고도의 아름다움이 나를 붙들고 있다’고 하며 경주에 헌사를 바친다는 강석경 작가. 잠시라도 시간이 허락되면 동국대학교 도서관에서 책 읽는 작가는 이순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순진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경주의 능에 반해 ‘능으로 가는 길’을 쓰며 ‘그 진솔한 감정들은 전적으로 경주라는 공간이 주는 정서여서 이 산문을 쓰는 동안 가능하면 경주 밖을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고 회고한다.
작가는 지난달 25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신라 고도에서의 글쓰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이번 특강에서 작가는 지난 20여 년 동안 경주에서 살며 구축해 온 작품 세계와 그 영감의 원천이 된 경주의 면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불확실한 인생의 과정에서 자신을 탐구하고 그리는 것이 문학이다”며 “문학은 삶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여정이며 이는 죽는 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30대의 어느 날 고 윤경렬(1916~1999) 선생을 인터뷰한 것을 계기로 이후 경주에 자리잡고 신라의 혼이 깃든 경주에서 글과 함께 삶을 재인식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경주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경주에 관한 글을 많이 쓰게 됐다. ‘경주 산책’이라는 산문집 출간을 비롯해 경주가 배경이 된 장편소설 ‘내 안의 깊은 계단’과 단편소설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 ‘발없는 새’, 역사 에세이 ‘능으로 가는 길’에 이어 산문집 ‘이 고도를 사랑한다’등의 결과물들은 그가 경주에 얼마나 매료돼 사는 지를 방증한다. 경주와의 만남을 필연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고도경주에서의 삶 속에서 발견한 영감을 줄 곧 작품에 담아온 것.
“경주는 영감의 원천이 됐다. 집중적으로 글을 많이 썼다. 경주에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쓴 글이 서울에서 20년 간 쓴 양과 비슷할 정도다”고 했다. 이렇듯, 경주행은 작가에게 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갈 수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 신라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했다는 작가는, 그러나 혁신없는 보수 도시에서의 삶이 답답하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앞으로 1960~70년대 경주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순정하게 밝히기도 했다.
매년 경주에는 많은 국내외 인사들이 찾는다. 그들에게 경주를 대표하는 강 작가의 책을 선물한다면 기념할만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박경리 기념관, 윤이상 기념관, 청마 유치환 문학관, 김춘수 동상 등 통영에는 유독 많은 예술과 문학가의 삶이 공존한다. 말년의 박경리를 통영으로 불러 정주 여건을 마련해 준 통영시의 안목은 탁월했다. 자기 도시를 대표하는 작가 양성은 그 도시의 품격을 좌우한다. 그것이 문화예술의 도시 경주라면 더욱 그렇다.
관광화에 치우친 문학관과 작가 양성이 아닌 창작의 산실로서 기능한다면 작가는 훌륭한 작품으로 도시 브랜드를 드높일 것이다. 경주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경주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작품으로 집필해 온 작가에게 정주 여건을 마련해주는 배려가 절실하다.
그는 저명한 작가이자 경주에 현재 살고있는 보배로운 문학가며 경주의 역사와 전설이 곳곳에 응어리진 서라벌의 절터와 왕궁터, 천년 전 무덤에 서린 혼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으므로.
이 도시를 통해 비본질적인 삶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삶의 본질에 눈을 뜨고 있다고 하는 강 작가는 2013년 동리 문학상 수상, 21세기문학상, 오늘의작가상, 녹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