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리 최영조(49). 30년 화업을 통해 꾸준히 사군자와 서예,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구분짓지 않고 넘나들어 온 작가. 각고의 노력으로 빚어낸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자연의 매화가 아니다. 그의 밝은 자아가 추구해 온 30년 예술혼이 응집된 결과물이다. 최영조 작가의 ‘전통과 현대의 만남’전이 오는 5일~10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대전시장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총 10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역에서는 7년만의 전시로 12번의 개인전 중에서 가장 큰 전시로 손꼽힌다. 2010년 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초대작가로 등단한 뒤 경북을 대표하는 중견문인화가로 성장해 주목받고 있는 최 작가는 최근 명실상부하게 자신의 모습을 갖춰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 동안 경주, 서울, 대구, 포항 등지에서 11번의 전시를 하면서 조금씩 정체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번 12회 개인전에 선보이는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신매화도는 규모와 내용에서 지금까지 모색해 온 남리작업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태수 한국서예사 연구소장은 ‘남리 문인화, 신매화도에 발현된 음양미학’에서 “남리의 화업에서 2010년 즈음까지 고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법고의 시기였다면, 그 이후는 창신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매화도에는 봄날의 새순처럼 자신의 진면목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남리는 누구보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전통에 현대를 접목하는 창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를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가 추구하는 창신의 근저에는 동양예술의 정수인 음양의 조화와 미학에 대한 확고한 예술철학이 있다”고 평했다. 음양을 표현기법으로 보면, 빠름과 느림, 진함과 옅음, 왼쪽과 오른쪽 등 상대적인 개념이니, 이를 작가는 작품 속에서 늘 조화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작가는 동양적인 것만 고집하지 않았다. 이번 작업에서 문인화가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와트만지나 아크릴 물감, 캔버스 등 서양적인 재료를 사용해 현대성을 모색함으로써 감상자로 하여금 신선함을 느끼게 한 것이 그것. 구체적으로 몇 작품을 살펴보면, 홍매 600호, 청매 600호와 150호 등 대작만 20여 작품으로 3000호에 이르는 대작들이 즐비하다. 소품 또한 주로 매화를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홍매 백매등 30여 점, 화선지에 먹그림이 50여 점, 150호 광목천에 팔군자 여덟 폭 등으로 300평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대규모 전시 인 셈. 작가는 “매화의 점 하나라도 제대로 찍어보려고 준비했다”면서 겸손하게 말한다. 작품 가운데 특히 홍매 600호와 청매 600호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600호 대작 ‘홍매’작품은 큰 줄기의 구성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여백과 물상이 차지하는 공간의 배치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작품의 안정성과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이 구도인데 남리의 빼어난 구도(構圖)능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대작 ‘청매’작품에서 보이는 꽃의 숫자도 눈여겨 볼만하다. 많으면 번잡하고 적어면 부족해 보이는 꽃의 적정한 수는 어느 정도일까. 작가의 예술적 감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가가 지향하는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표현력을 가늠하게 된다. 소품으로 내놓은 현대성 짙은 신매화도는 대작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캔버스 위의 파란 하늘빛 속에 그대로 드러난 ‘백매’의 자태는 아크릴물감으로 인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매화로 명성을 얻은 작가의 신매화도는 조형사유의 연장선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그만의 조형적 메시지로 읽혀진다. 관람객들이 그의 조형사유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금니로 그린 ‘황금매화’, ‘대나무’, ‘겨울연밭’, ‘난초’, 비구상으로 그린 ‘음양’작품 두어 점도 눈길을 머물게 한다. 작가는 말한다. “많이 찾아 주셔서 어떤 그림인지 보고 가시기를 바란다. 그것이 가장 감사하다”고. 이번 전시에서 또 다른 그의 작가적 다양성과 실험성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은 관람객의 몫. 한편 전시 오프닝은 오는 5일 오후 6시 경주예술의전당 대전시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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