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가는길 금장교 아래를 볼라치면 겨울에는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한 버드나무 새 순에 물이 오르는 봄이 오면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숲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예기청소 남쪽변에 있는 서천 자연생태습지가 바로 그 곳. 한 낮의 기온이 급속히 올라선지 그 곳 습지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군들이 더욱 신록으로 치닫고 있었다. 바로 이웃한 금장대를 찾는 주차장 바로 옆에 있지만 이곳은 겨우 낚시꾼들이나 눈독을 들일 뿐이다. 이웃한 금장대에서 바라보는 숲은 아름다웠다. 괜시리 조선조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이 떠올랐던 것은 습지 어귀, 금장대 개관 시 떠 있던 황포 돛단배의 정박 때문이었을까. 사월의 바람이 나즉히 불어오고 습지 곳곳에는 날파리들이 몰려 다니고 우렁이나 미꾸라지, 가물치 같은 생물들이 뻐꿈거리며 호흡하는 듯했다. ‘풀쩍’하고 무언가 생물체가 야생숲의 정적을 깨기도 한다. 어디선가 무당벌레, 풍뎅이, 메뚜기들이 출현할 것 같고 머잖아 곧 소금쟁이나 잠자리들이 떼를 지어 유영할듯한 상상으로 즐거웠다. 번잡해져서 미물처럼 한가로워지고 싶을때, 이 습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가벼워질듯했다. 자연스런 지형과 동식물군이 주는 여유와 비릿한 습지 특유의 냄새로 ‘야생’을 만끽할 수 있는 보너스와 함께. 경주 도심 한 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생태습지 숲을 지난 27일 다녀왔다. -보배로운 생태 늪, 유일하게 서천에 남아있는 습지공간 최재영 경주대 조경도시개발학과 교수(인물사진)는 “서천에서는 아주 보배로운 생태 늪이다. 유일하게 서천에 남아있는 습지공간이다. 수생생태계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으로 앞으로 보존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예전, 서천을 정비하기 전 서천 서편 강변들이 이런 형태로 있었다고 한다. 동대교 남쪽에도 남아 있었으나 정비를 하는 바람에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유일하게 이곳만 남아있는 것이다. 이곳은 강물이 내려가면서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곳이다. “식물군들로는 습지에 잘자라는 버드나무 종류가 많다, 왕버들, 수양버들, 갯버들 등 버드나무 위주로 자생하고 있고 아래 초본 종류로는 물에 사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개구리 밥, 부레옥잠, 생이가래, 검정말, 나삿말, 마름, 부들, 갈대, 줄 등이 자라고 있다. 그 외에도 습지나 물가에 자라는 식물들이 점차적으로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수생 생태계를 연구한다든지 학생들의 생태 교육의 장소로 활용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무관심으로 관리 조차 되지 않아 이곳에는 애기똥풀, 냉이꽃, 제비꽃 등 일제히 만발한 야생초들이 가득했다. 낚시꾼들이 다니며 내놓은 작은 길을 따라 걸으며 이곳의 자연스러움에 다시 한 번 행복했다.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큰 평안과 위안을 주는가를 잘 보여주는, 미학적으로도 훌륭한 곳이었다. ‘토종 민물고기는 후손들의 큰 자랑’이라는 이곳 안내 간판에는 ‘이 지역에는 뱀장어, 붕어, 잉어, 피라미, 모래 무지, 미꾸리, 다슬기, 참게, 동남참게 등 다양한 수산 동물이 살고 있다’고 명시하고 이곳 수생동물 보호를 계도하고 있었다. 헌데, 토종 민물고기를 보호하자는 안내 간판이 넘어져 훼손돼 잡초 더미가 덮혀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시의 계도가 절실한 대목이었다. 우리 생태 교육의 장소이기에 간판을 새롭게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대로 보존한다면 자연천에 의한 자연습지가 더 조성될 것 지역에서는 형산강을 따라 안강읍 사방리쪽은 습지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일부 남아 있다. 골재 채취나 둔치 확장 등의 사업을 하지 않은 곳은 아직 남아 있는 것. 이곳은 시내권에서는 유일하다. 물이 흐르면서 금장대 아래 예기소가 있어 물의 흐름이 자연스레 섬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손질을 하면 생태계 파괴가 일어 날 수 있으므로 그대로 보존한다면 자연천에 의해 자연습지가 더 조성될 것이라고 한다. 최 교수는 “이런 습지가 강변에 있어서 하천의 자정 작용을 한다. 지저분한 오염 물질을 여기서 걸러서 하류로 내 보내는 것이다. 이런 곳이 많으면 물이 맑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즉, 여러 오물들이 내려가면서 걸려 필터 역할을 하는 것. 도시 하천에 이런 습지가 많아야 한다. 비오톱(biotope, 생물군집 서식공간을 지칭)같은 것으로 하천에서도 그런 덩어리가 있어 하천을 맑게 해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들이 저절로 날아와 생육에 적합한 환경 여건속에서 자생한다. 인위적으로 심고 조성하면 주변과 조화롭지 않으며 자생적으로 형성된 동식물군이 어우러져 조화롭게 자생해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씨앗이 적응 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 수초가 우거져있는 곳을 찾아 수생동물과 미생물도 많이 서식한다. 먹잇감을 찾아오는 것이다. 이렇듯 자연스런 하천 생태공간이 형성되는 것. -가장 자리에 떠 있는 형태로 최소한의 데크 설치 적절 앞으로 보존 방향을 묻자, 최재영 교수는 “홍수가 지고 나면 상류에서 떠내려 오는 생활 쓰레기 등 부유물이 너무 많다. 이런 것들을 치워주면서 경관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며 “신묘목을 식재한다든지 기존의 수목을 자르거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생적으로 어우러져 형성된 습지이므로 인간의 간섭은 최소화시켜야 한다. 낚시꾼들을 엄금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오염을 최소화시키고 습지의 숲속에는 들어가지 않고 주차장에서부터 가장 자리에 떠 있는 최소한의 데크 정도를 설치하는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고 했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에 있는 습지는 인공 습지인 반면, 여기는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천연의 습지다. 두 곳 다 습지 식물군은 비슷하게 자란다. 하천변 식생의 원조는 여기다” 수년 전 ‘3대 하천(북천, 서천, 남천)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하천 정비계획이 이뤄졌다. 그 당시 생태적 문제를 다루고 이곳에 대해서도 언급된 적이 있었다. -경주지역 다양한 생태자원 실태 파악하고 정비해야 최 교수는 “경주는 엄청난 생태 관광의 보고다. 수많은 문화유적을 보유한 역사문화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더해 자연생태자원을 많이 보유한 자연생태도시라고도 할 수 있다. 시가지를 중심으로 가까이에는 남천·서천·북천이 흐르고 계림과 나정숲을 비롯한 많은 옛 숲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며, 노거수와 마을숲이 어느 도시보다 많이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이곳 습지도 그들 중 한 곳이다. 경주지역의 다양한 생태자원의 실태를 파악하고 정비함과 동시에 생태관광지도를 만들고 자연생태해설사를 배치하는 등 생태관광개발의 붐을 일으킨다면 기존의 역사문화관광과 더불어 새로운 경주 관광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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