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집사람, 아이들에게는 엄마, 주위에서는 황성목련적십자 회장님, 그리고 어르신들에게는 ‘병아리 선생님’.
정윤정(52) 씨는 병아리 선생님 이라는 말처럼 작은 체구에 소녀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작은 체구. 내면에는 이웃을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아들이 8살 때부터 봉사를 다녔어요. 지금 아들 나이는 27살입니다”
19년 전 우연히 따라간 적십자 활동을 계기로 지금까지 꾸준히 지역에서 봉사(요양원, 방과후 활동, 보건소 정신보건센터, 적십자활동 등)하는 지역의 숨은 봉사자다.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어릴 적 기억에 아버지는 항상 마을 이곳저곳에서 일이 생기면 두 팔 걷고 도와주러 다녔어요.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뒷바라지 했었지요. 어머니가 말은 안하셨지만 많이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는 절대로 남을 도우며 살지 않을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타고 가는데 마을사람들이 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걸 봤어요. 그때 아버지가 존경스러웠고 자랑스러웠어요”
‘자식은 부모가 하는 걸 보고 배운다’라는 말처럼 윤정 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의 모습에서 교육을 받은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죠. 어릴 때 했던 생각이지만 남을 돕지 않고 살겠다고 마음먹었던 제가 아버지처럼 봉사하면서 살고 있으니 말이에요”
윤정씨의 말처럼 우스운 일은 아니지만 놀라운 일이 있다. 바로 윤정 씨가 소지한 자격증이다. 웃음치료, 레크레이션, 종이접기, 북아트, 쪼물쟁이, 넵킨아트, 한지공예,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동화구연 등 많은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는 ‘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에게 아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많이 취득 하게 됐습니다. 저도 놀랐네요”
한 달에 15~20회, 윤정 씨는 지역의 요양시설, 복지관 등에 강의를 다니고 적십자단원으로서 활동, 그리고 방과 후 활동의 강사까지 맡은 일에 열심이다. 맡은 일이 많다 보니 늦은 시간까지 바쁠 때도 많다고 한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보니 남편이 가끔 농담으로 ‘오히려 우리가 불우이웃인데 어디서 봉사 하는 것이냐’하고 많이 놀려요. 하지만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봉사 다니는 걸 많이 이해해줘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저에게 ‘남편에게 잘하라고 저런 남편 없다’고 하세요”
윤정 씨는 평소에 ‘왜 봉사를 하세요? 언제까지 하실거예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아마도 쉼 없이 꾸준히 해온 그녀의 모습에서 오는 궁금증일 것이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면 윤정 씨는 “왜 봉사를 하냐고요 ?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일상이에요. 눈을 뜨면 씻고 움직이고 생활이 시작되듯이 배고프면 밥을 먹게 되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에요”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마치 그런 대답을 하는 것조차 일상인 것처럼.
정윤정씨의 아들인 윤성호군은 “어릴 때 혼자서 집에 있으면 무섭고 어머니에게 섭섭했던 적도 많았죠.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강하게 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지금의 어머니의 모습이 멋있고 존경스러워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