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상인보호위원회가 대형마트 입점을 저지하기 위해 충효동 건축예정부지 내 낙찰 받은 1필지의 시유지 매입대금 마련을 위한 펀드모금을 시작해 결과가 주목된다.
경주상인보호위원회는 지난 16일 경주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인보호위 소속 상인이 낙찰 받은 시유지 대금을 치르기 위해 펀드모금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주시는 지난달 26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인터넷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시유지인 충효동 397-1번지 427㎡와 553-1번지 701㎡에 대한 매각을 진행했다.
매각 결과 397-1번지는 대형마트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주)밸류인사이트리테일이 10억3400만원에 낙찰 받았지만, 553-1번지는 시민인 A씨가 11억1500만원에 응찰해 낙찰 받았다.
이에 따라 상인보호위는 시유지 매각대금과 기타 경비 등 12억원 모금을 목표로 펀드를 조성해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펀드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주희망펀드’와 경주시민을 대상으로 ‘경주시민희망펀드’로 나눠 조성했다. 1구좌당 각각 10만원, 5만원씩이다. 상인대상 경주희망펀드는 원금 손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참여하는 경주시민희망펀드는 원금을 100% 보장한다는 것. 총 모금액 중 각각 투자한 금액에 대해서는 그 비율만큼 해당부지에 대해 지분등록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낙찰자 A씨가 경주시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완납기한인 5월 28일까지 매각대금을 지불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주상인보호위원회는 기간 내 매각대금 완납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인보호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인들의 열의가 뜨겁고, 억단위부터 수천만원의 거액을 기탁하겠다는 상인들이 많이 있다”며 “현재 7억~8억원 정도의 기탁의사를 이미 밝혀온 만큼 조기에 전체목표금액인 12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같은 큰 자신감으로 희망펀드 기금 마련과 상인보호위원회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충효동 전통상점가 내에 사무실도 마련했다”면서 “수일 내 사무실 개소식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심정보 위원장은 “상인들이 힘을 모아 낙찰 받은 11억1500만원은 시유지 낙찰가이자 대형마트 입점저지를 위한 마중물”이라며 “지역 경제 붕괴를 막고 경주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한 투자”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충효점 입점 지역기여도 낮아
홈플러스 충효점 입점에 따라 3년 이내 경주지역 개인 운영 총 도소매업 점포 4625개 중 10.8%인 499개의 점포가 폐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2012년부터 대형마트 입점을 두고 찬반논란이 일자 지난해 9월 경주시가 한국경제기획원에 의뢰해 실시한 ‘대형마트 입점이 주변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에서 나왔다.
그러나 시는 최종보고서를 받고도 공개하지 않았고, 경주상인보호위원회는 정보공개 청구 끝에 최근 입수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용역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홈플러스 경주점(용강동) 매출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의 충효점이 입점할 경우 연간 약 813억원의 매출과 15%의 영업이익율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매출액을 기초로 홈플러스 충효점 입점으로 발생하는 경주시 도소매업종의 총 잠식액은 585억원으로 추정했다.
각 유통부문별 잠식액은 홈플러스 경주점이 58억원, 지역 내 9개 SSM 111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의 잠식액은 41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지역 도소매업이 크게 위축되는 반면 대형마트 충효점 입점에 따른 예상 지역기여도는 매출 대비 12.83%로 낮게 나타났다.
이중 지역고용급여 소득액 41억5500만원(5.11%), 지방세 및 공과금 예상 납부액 5억8800만원(0.72%), 지역 용역 이용액 4억5500만원(0.56%), 지역 입주점포 매출액 52억2900만원(6.43%)으로 각각 나타났다.
지역재화 및 서비스 구매액과 지역기부금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됐다. 용역 결과를 보면 대형마트와 SSM의 확대·성장이 소비자의 구매만족도를 제고시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 반면, 지역의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이 크게 위축됐고, 사회·경제적 갈등이 확대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경주는 절반이상의 시민들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중소자영업자의 도시로 대형마트 입점은 그 어느 곳보다 민감한 사안”이라며 “찬반 대립이 2년간 지속되는 등 시민들 간 갈등이 심화되고 행정력 낭비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통시장은 기본적인 유통기능이외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정치·사회적 중심지로 기능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구심적 역할을 해온 문화적·역사적 존재라는 점을 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홈플러스 충효점 입점은 그동안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등의 제정을 통해 많은 예산이 투입된 전통시장 보호 육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현재 경주에 개설된 대형마트의 지역기여도도 낮은 편이라는 분석도 내놔 대형마트 입점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용역 결과를 마무리하면서는 상생발전을 거론하며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재)한국경제기획원은 “전통시장의 보호육성이라는 명분과 양질의 쇼핑 서비스 제공이라는 실리를 조화시킬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며, 전통 상권과 대형마트의 상생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결론지었다.
-상인단체 “용역결과 시의 허구 드러났다” 주장
경주상인보호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역연구 결과가 지역발전을 위해 대형마트 입점을 추진한다던 경주시의 주장이 허구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심정보 위원장은 “경주시는 충효동 대형마트 유치 이유로 지역발전을 꼽았지만 용역결과 대형마트는 813억원 매출에 겨우 5억8800만원의 지방세 및 공과금을 납부하고, 지역기부금 또한 한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주시가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용역결과가 나왔는데도 입점을 밀어붙인 이유에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해 8월 시에 제출한 광주 광산구가 시행한 용역 결과가 이번 조사에 기본 연구사례로 사용됐다”면서 “당초 제공한 이 자료만 제대로 봤더라면 지금과 같은 갈등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충효점 입점 추진 무산될 듯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를 추진했던 (주)밸류인사이트리테일은 최근 홈플러스와 충효동 입점과 관련한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는 지난 2012년 10월 충효동 397번지 일대 일원 9344㎡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판매시설 건축허가를 신청했다가 부지 미확보 등의 사유로 반려됐었다.
이어 지난해 3월 시에 건축허가신청을 접수해 대형마트 입점을 추진했지만 시유지 공개매각에서 1필지를 낙찰 받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
특히 시에 따르면 사업자 측은 경주시에 접수한 건축허가신청 또한 최근 취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업자측이 10억3400만원에 낙찰 받은 397-1번지 427㎡의 부지는 시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경주상인보호위원회의 시유지 매각대금 지급 여부 등 아직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자 측이 홈플러스와의 계약해지와 건축허가신청 취하 등의 행보로 미뤄볼 때 대형마트 입점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