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중 최대 사업인 신라왕궁(월성) 복원이 향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논란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돼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000년 12월 경주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지구 내에는 월성도 당연히 포함됐다.
문제는 1964년 5월 제2차 국제 역사적 기념건조물 건축가 및 전문가 총회에서 승인된 ‘기념건조물과 유적의 보존, 복원을 위한 국제헌장’ 즉 베니스헌장에 명시된 규정에 있다.
베니스헌장에서는 유적의 복원과 관련해 ‘추측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복원은 멈추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유산의 진정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떠한 경우에도 기념건조물의 복원 전과 후에는 해당 기념건조물에 대한 고고학, 역사학적 연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고대건물의 보존과 복원이 지침이 되는 원칙들은 국제적으로 합의되고 마련되는 것이 필수적이며, 각국은 자국의 문화와 전통의 틀 안에서 이를 적용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베니스헌장은 1965년 창설된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 의해 채택됐고, 국제사회는 이를 유적의 보존과 복원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베니스헌장에 따르게 되면 세계문화유산인 월성은 명확한 고증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월성왕궁의 건물 형태나 구조 등을 알 수 있는 고증자료가 없는 상황. 월성복원에 있어 베니스헌장이 지칭하는 ‘추측’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추후 ‘월성을 복원하느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포기하느냐’를 선택해야하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문화재청 등 관련기관이 경주역사유적지구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당시 복원계획을 포함하는 등 구체적 계획도 없이 이를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 전문가 등에 따르면 199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 나라시의 헤이조큐(평성궁)의 경우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전 복원과 관련한 장기간 계획 등을 세워 이를 함께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했다.
일본 당국이 발굴 및 복원 등에서 50년, 100년을 내다본 장기계획을 체계적으로 실천해 온 결과 현재 남쪽 정문 주작문을 비롯해 관청터, 동원터, 태극전 등을 복원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월성은 당초 복원과 관련해 아무런 계획 없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해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지적의 핵심이다. 이로 인해 발굴을 거쳐 복원을 추진할 계획인 월성은 베니스헌장에 묶여 향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주의 한 사학자는 “일본 헤이조큐 복원과 같이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했더라면 이 같은 문제는 일지 않았을 것인데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향후 논쟁거리로 남게 됐다”면서 “이
제라도 세계유산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월성복원을 제대로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주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만해도 월성복원계획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최근 들어 복원이 추진되고 있고, 발굴을 통해 구체적인 윤곽이 확인될 때까지는 논의를 위한 시간이 충분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도 문화유산에 대한 충분한 고증을 통해 복원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라며 “월성 발굴 성과에 따라 복원계획을 세울 예정이며, 세계유산위원회와 복원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